함께라면, 같이의 가치

나만의 행복을 찾아 떠난 길 위에서 써 내려간, 함께 만들어가는 이야기

by 유란

“우리 같이 맥주나 한잔할까?”

“좋아. 노을 보면서 맥주 한잔 하자. 준비하고 나올게.”


그의 말이 맞았다. 곧 모래 언덕 끝으로 해가 떨어질 것 같았다. 모래와 하늘이 맞닿는 공간은 이미 뜨거운 열기로 익어가듯 붉은색을 머금었고, 그보다 높은 하늘에는 조금씩 어둠이 드리우고 있었다.


하지만 내가 그에게 맥주를 권한 것은 이 저녁을 감상하기 위한 목적은 아니었다. 그가 이곳으로 오기 전 많은 일들이 있었다. 생각보다 빠르고 정신없게 프로젝트가 진행되다 보니 제대로 되지 않는 부분들이 많았다. 그는 전부터 내가 마음을 터놓고 쉽게 대화할 수 있는 존재였다. 그리고 그는 누구보다도 내 고민에 공감하고 조언을 아끼지 않았었다. 그런 그에게 오늘 다시금 진지하게 고민들을 하소연하고 싶었다.


“자, 다들 나가자. 이 밤을 그냥 보내기엔 너무 아쉽잖아.”


그의 목소리와 함께 하나의 무리가 나타났다. 요아와 건호, 희권이 그리고 지성이도 어느덧 함께 할 준비를 끝마쳤다. 그는 내 의중을 알아차리지 못한 것 같았다. 요아와 건호, 희권이 그리고 지성이는 사하라로 여행을 왔다가 프로젝트에 합류해 준 이들이었는데, 이렇게 된다면 그에게 건네려던 말들은 모두 금기가 된 것과 다름없었다.

우리가 발끝으로 모래들을 밀어가며 힘겹게 언덕을 향하고 있을 때, 그에게 조용히 말했다.


“내가 맥주를 마시자고 한 건 너였잖아?”

“그게 무슨 말이지? … 아, 내가 뭐 잘못한 건가? 사람이 많을수록 즐거울 것 같아서.”

“…”



CE02C0AB-983A-494F-91F1-064A00098E30.JPG



“솔직하게 말하는 편이 낫겠지?”

“그래, 솔직하라고 벌써 몇 번이나 말했잖아.”

“그게 상처가 되는 말이어도?”

“… 상관없어.”


그는 잠시 머뭇거리더니 앞에 있는 물을 비워냈다. 그리고 조금 상기된 어조로 나에게 말했다. 아니, 분명히 화난 사람처럼 말했다.


“난 네가 하는 것들이 단 하나도 이해가 되질 않아. 어려운 사람들을 돕겠다고? 그래, 그 취지는 좋았어. 그런데 실은 너도 마찬가지로 도움이 필요한 일이잖아? 네 계획에는 다른 사람들의 힘도 필요하잖아? 혼자서 해낼 수 있는 건 거의 없고.”

“…”

“그러면 같이 하는 게 맞잖아. 넌 운이 좋았던 거야. 네가 혼자서 다 짊어지고 갔으면 이미 제풀에 쓰러지고도 남았어. 그런데 여기서 정말 좋은 사람들을 만난 거야. 요아, 건호, 희권이, 지성이 모두 나서서 너를 도와주고 있잖아. 그러면 그들에게 감사해하고 그걸 표현하면 되는데, 너는 계속해서 그들에게 미안해하고 있잖아. 그래서 웬만한 것들은 그들이 아니라 나에게 부탁하려는 거 아냐?”


그의 말이 맞았다. 쉽게 말하면 그는 내가 이런저런 부탁을 하기에 큰 어려움이 없는 사람이었다. 이곳으로 돌아와서 나를 도와준다고 약속했던 사람이니까. 하지만 요아와 건호, 희권이 그리고 지성이는 달랐다. 그들은 어쩌다가 나를 만났고, 나의 취지에 공감하고 잠시 도와준다며 나선 이들이었다. 그러다가 조금씩 내가 할 일을 본인들의 일처럼 여겨주었으니 내게도 감사할 일이었다. 그러나 언제부터인가 나로 인해서 그들이 곤란할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나도 모르게 내 안에는 그들의 여행을 방해하는 죄인의 심정이 생겨났던 것이다.


“내가 너의 부탁을 어려워하거나, 네가 나한테만 이것저것 시키는 것에 불만이 있어서 이러는 건 아니야. 다만 나는 너의 사고가 잘못됐다고 생각해. 아침에 메르주가에서 한바탕 땀을 흘리고 온 그들의 잠을 깨우는 것도 미안하고, 그런 그들에게 이 근처에 있는 학교에 가서 새로운 프로젝트를 진행해 보자고 말하는 것도 무리일 테지. 그런데 내가 그들과 잠시만 지내봐도 알겠더라. 그들은 기꺼이 너를 도와줄 거야.”


IMG_3912 2.jpg



순간, 요아와 건호, 희권이 그리고 지성이의 얼굴이 떠올랐다. 아니 요아가 해맑게 웃으며 아이들을 안아주는 모습, 건호가 무거운 상자를 나르는 모습, 더위에 지쳐 잠들었다가도 부르면 벌떡 일어나 활동을 준비하는 희권이의 모습, 뙤약볕 따위 아랑곳 않고 아이들과 뛰어노는 지성이의 모습이 떠올랐다.


일주일만 더 있어 달라는 말을 하면, 그들 중 누가 거절할까? 갑작스레 눈물이 났다.


LRG_DSC02595.JPG
LRG_DSC02365.JPG
LRG_DSC02355.JPG
LRG_DSC02354.JP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