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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성윤 Jul 07. 2020

4차 산업혁명, 100년 만에 찾아오다

 4차 산업혁명이란 말은 2016년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린 세계경제포럼에서 처음 나왔습니다. 세계경제포럼은 4차 산업혁명을 ‘디지털 혁명에 기반하여 물리적 공간, 디지털적 공간 및 생물학적 공간의 경계가 희석되는 기술융합의 시대’라고 정의했습니다. 거창한 정의 같아 보이지만 쉽게 말하면 ‘컴퓨터와 인터넷이 우리 일상생활에 아주 밀접하게 들어와 현실과 디지털 공간의 경계를 허문 시대’를 말하는 겁니다. 스마트폰 앱에 깔린 페이스북이 현실과 디지털 세상의 경계를 어떻게 연결시켰는지 혹은 VR 기술을 떠올리면 좀 더 쉽게 이해하실 수 있을 겁니다. 4차 산업혁명을 이끌어 가고 있는 기술들로는 공유경제, 빅데이터, 3D 프린터, VR, 사물인터넷, 인공지능 로봇이 대표적입니다. 이 기술들에 대한 자세한 설명은 잠시 미루고 도대체 어떤 영향을 미쳤길래 산업혁명이라 불리는지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우린 앞선 세 차례의 산업혁명 전개과정을 보면서 산업혁명이 되기 위해선 몇 가지 조건들이 있다는 것을 확인했습니다. ‘생산성을 향상했는가?’, ‘신기술이 기존 일자리를 대거 위협했는가?’, ‘공장 혁명이 일어났는가?’하는 조건들이었죠.


 4차 산업혁명은 공장혁명을 성공적으로 일으켜 냈습니다. 3차 산업혁명이 밀어내지 못했던 컨베이어 벨트를 로봇들이 밀어내기 시작했거든요. 과거 자동차 산업을 포드가 이끌었다면 지금 자동차 업계의 선두주자는 테슬라라고 할 수 있습니다. 테슬라 자동차 제조공장을 보면 컨베이어 벨트가 모습을 감춘 걸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대신 그 자리를 첨단 로봇팔들이 대체했습니다. 4차 산업시대 공장은 스마트 팩토리라고 불리기도 합니다. 스마트 팩토리의 선두주자라고 할 수 있는 독일 지멘스 공장은 빅데이터, 로봇, 인공지능 등 다양한 기술을 제조업에 결합하여 새로운 제조 시스템을 구축해 나가고 있습니다. 지멘스는 이런 기술들을 바탕으로 최근 자동화 수준을 75%로 끌어올렸고 1,000여 개 종류의 제품을 연간 1,200만 개씩 생산하고 있습니다. 스마트 팩토리의 가장 큰 장점은 한 생산라인에서 하나의 제품만을 만들 수 있던 과거와 달리 여러 제품을 생산한다는 것입니다. 이것이 기존 자동화 공장에서는 볼 수 없는 스마트 공장에서만 찾아볼 수 있는 핵심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스마트 공장은 자동화를 토대로 하고 있지만 굉장히 유연한 자동화입니다. 대량생산·대량소비였던 지난 산업혁명에서 벗어나 4차 산업혁명은 맞춤 생산·맞춤 소비를 지향합니다. 맞춤 생산·맞춤 소비를 지향하는 시대에선 예전처럼 공장에서 똑같은 제품만 찍어내선 살아남지 못하겠죠. 과거엔 맞춤 생산이 불가능했습니다. 대량생산이 시대적 요구이기도 했지만 맞춤 생산을 할 경우 여러 생산라인을 도입해야 하는 점, 불량품 비율이 높은 점 때문이었습니다. 기술의 발달로 지멘스 스마트공장의 불량품 생산율은 거의 0%에 가깝습니다.(지멘스 불량품 생산율은 100만 개당 10개에 불과하다고 합니다.) 생산라인이 자동화되면서 직원의 역할도 바뀌었습니다. 생산라인에 투입됐던 과거와 달리 지금은 중요한 의사결정을 한다거나 불량품이 나온 원인들을 주로 조사하죠. 유명 신발 브랜드 아디다스 스마트 공장도 로봇과 자동화 기술을 도입한 덕에 연간 50만 켤레의 신발을 10명의 직원만으로 생산하고 있습니다. 본래라면 600명의 노동자들이 해야 할 일을 10명에서 하고 있는 겁니다. 그동안 선진 제조업체들은 공장을 해외에 두곤 했습니다. 국내에 둘 때보다 인건비를 비롯한 원가가 저렴하여 비용을 줄일 수 있었기 때문이었습니다. 하지만 스마트 공장이 설립된 후엔 해외에 진출했던 공장들이 다시 자국으로 옮겨가고 있는 추세입니다. 개발도상국의 임금이 예전보다 제법 오른 것도 이유지만 자동화 시스템 덕분에 자국으로 옮겨도 예전만큼 비용이 많이 들지 않기 때문이지요. 직원 10명만 있으면 매년 신발 50만 켤레를 만들 수 있다니까요!

 4차 산업시대 공장엔 2차 산업시대의 산물인 컨베이어 벨트가 사라졌습니다. 대신 그 자리를 로봇, 인공지능, 빅데이터, 사물인터넷 기술들이 대체했습니다. 공장 혁명이 일어난 겁니다. 게다가 이 기술들은 대량 실업을 예고하고 있습니다. 뒤에서 자세하게 다루겠지만 공유 자동차 시스템은 택시업계를 위협하고 있습니다. 국내 모빌리티 플랫폼 ‘타다’ 서비스 시행을 앞두고 일어난 택시 파업은 공유 자동차 서비스가 택시업계를 얼마나 위협하고 있는지 잘 알려주는 지표였습니다. 앞으로 보편화될 전기차와 자율주행 시스템은 택시는 물론이거니와 운송업에 종사하는 모든 운전자의 일자리를 위협할 것입니다. 뿐만 아니라 자동차 제조 산업까지 뒤흔들 엄청난 파괴력을 지니고 있죠. 4차 산업혁명의 일자리 빼앗기는 이미 시작되었습니다. 카카오뱅크와 같은 인터넷 은행은 은행원을, 키오스크는 종업원의 일자리를 앗아가고 있습니다. 또 의사, 약사, 변호사, 판매사, 군인, 텔레마케터, 바리스타, 회사원, 통역사, 등 다양한 일자리가 4차 산업시대에 사라질 위기에 놓여 있습니다. 세계경제포럼(다보스포럼)에 따르면 4차 산업시대에 사라질 일자리 수는 700만 개라고 합니다. 반면 새로 생겨날 일자리를 200만 개에 불과해 세계적으로 일자리 대혼란이 올 것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미국에선 기존 일자리 47%가 사라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어 대책 마련이 불가피한 상황이라고 합니다. 4차 산업혁명은 거대한 블랙홀과 같습니다. 전문직·비전문직, 정규직·비정규직 가리지 않고 웬만한 직업을 다 빨아드리는 무차별적인 존재죠. 

 4차 산업혁명은 이제 시작임에도 불구하고 산업혁명의 조건을 어느 정도 이미 갖춘 듯합니다. 산업혁명의 조짐이 시작 초부터 보이기 시작했는데도 우린 어떤 조치를 취해야 할지 몰라 우왕좌왕하고 있죠. 어쩔 줄 몰라하는 건 그나마 다행일지도 모릅니다. 4차 산업혁명에 대응하지는 못할망정 퇴행하는 모습마저 보이기도 하거든요. 모빌리티 플랫폼 ‘타다’의 운행을 법적으로 제제한 건 마치 자동차 운행을 막기 위해 마부들의 편에 서 ‘붉은 깃발법’을 만든 영국의 상황을 보고 있는 것 같습니다. 또 4차 산업 기술을 가로막고 있는 각종 규제들 이를테면 과도하게 개인정보 수집을 못하게 한다든지, 법이 마련되지 않은 신기술들에 대해선 시행을 막는 규제들은 4차 산업의 정착을 오히려 방해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는 새 기술에 대해서 기본적으로 포지티브 규제 체계로 대응하고 있습니다. 포지티브 규제 체계란 ‘원칙적으론 금지하되 예외적으로 허용하는 것’을 말합니다. 반면 4차 산업혁명 선두주자인 국가들은 네거티브 규제 체계를 채택하고 있습니다. 네거티브 규제는 반대로 원칙적으로 허용하되 예외적인 부분만 금지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나라에서 금지되고 있는 신기술들이 외국에선 날개를 달고 산업을 키우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국내 모빌리티 플랫폼 ‘타다’는 법적 제재로 인해 문을 닫을 기로에 서 있지만 미국의 ‘우버’는 전 세계 41개국 150개 도시에서 달리고 있습니다. 때문에 우리도 네거티브 규제로 바꿔 신산업들을 키워야 한다는 얘기들이 꾸준히 나오고 있습니다. 

 부실했던 3차 산업혁명 때문에 우린 산업혁명이 일어나면 어떤 일들이 일어나는지 100년 간 모른 채 살고 있습니다. 산업혁명은 그 시대의 경제, 사회, 문화 모습을 모두 바꿉니다. 1차 산업혁명은 부르주아라는 새로운 계급을 만들어내면서 봉건사회와의 결별을 선언했습니다. 러다이트 운동은 참정권 운동으로 이어져 노동자들에게도 투표권이 생겼죠. 2차 산업혁명은 사회 보험 제도를 마련하게 했고 여성을 가사노동에서 일정 부분 해방시켜 노동시장에 뛰어들게 했습니다. 4차 산업혁명 역시 지난 산업혁명 못지않게 지금의 사회 모습 대부분을 바꿔 놓게 될 것입니다. 4차 산업혁명을 대응하기 위해 어떤 사회 시스템을 만들어야 하는지에 대해선 맨 마지막 장에서 다뤄보는 걸로 하고 다음 장에선 4차 산업이 빼앗아갈 일자리들에 대해 알아보기로 하겠습니다. 분명 학교 다닐 땐 공부만 열심히 하면 좋은 일자리를 가질 수 있다고 했습니다. 하지만 엉덩이 붙여가며 열심히 공부만 했던 우린 눈 뜬 채 코 베이게 생겼습니다.


산업혁명의 정리를 모두 마칩니다. 다음 글부턴 4차 산업으로 인해 사라질 일자리에 대해 작성해보록 하겠습니다. 본 매거진은 출판을 기획하면서 쓰고 있습니다. 혹 관심이 있으시면 이메일 부탁드립니다 ^.^

출처. 구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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