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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성윤 Nov 26. 2018

청년에게 기회를 주세요(마지막화)

내가 해도 이것보단 잘하겠다

2018년 여름은 그야말로 올드보이들의 귀환입니다. 각 당의 대표들이 새로 뽑혔는데, 더불어민주당엔 이해찬(66세) 의원, 민주평화당엔 정동영 의원(65세), 바른미래당엔 손학규(70세) 전 의원이 대표가 되었죠. 2018년 10월 현재 대표가 없는 자유한국당을 이끌고 있는 김병준 비상대책위원장도 64세로, 이들의 평균 연령은 55.5세인 현재의 국회의원들보다 훨씬 더 많습니다. 지금처럼 각 정당이 말로만 청년을 찾고 기득권을 지키려 한다면 다음 선거에서도 젊은 정치인은 나타나기 어려울 것입니다. 지금보다 더 늙은 정치인들이 정치하는 시대가 오겠죠.

 분명 세대교체가 필요한 시점은 맞습니다. 그러나 단순히 연령을 기준으로 인위적으로 바꾸자는 게 아닙니다. ‘나이가 많으니까 물러나라’고 말할 수는 없겠죠. 나이가 많더라도 정치 철학이나 시대를 바라보는 안목이 있다면 당연히 정치를 이어가야 합니다. 선배 정치인들이 가진 값진 경험을 당연히 우리도 물려받아야겠죠. 하지만 문제는 이들의 정치 철학이 다음 사회를 이끌어갈 수 있느냐는 것입니다.     


 앞으로의 10년은 지금 정치인들이 살아온 60년의 인생보다 더 많은 것들이 변화하고 바뀌는 시기가 될 것입니다. 기술은 물론 가치관도 많이 바뀌는 시기가 되겠죠. 오늘 우리 사회만 봐도 그렇지 않습니까. 여성이나 동성애를 바라보는 청년세대와 기성세대의 시선은 극과 극입니다. 여성을 한낱 출산의 대상이자 집안일이나 하는 존재로 보는 기성 정치인과 달리 제 친구들과 동생들은 “여자도 뭐든 할 수 있다(Girls can do anything)”고 하죠. 동성애를 대하는 관점도 젊은 세대들은 확연히 다릅니다. 기성 정치인들에겐 동성애에 대한 생각이 청문회에서 자질을 판단하는 요소 거리에 불과하지만 청소년들 중엔 동성애자도 우리 사회를 같이 살아갈 친구라고 여깁니다. 청년들의 사고는 이렇게 변하고 있는데 올드보이들이 과연 다음 사회를 감당해낼 수 있을까요? 못합니다.     


 미래사회엔 그동안 우리가 규정했던 정책 패러다임도 변할 것입니다. 지금 복지에 대한 관점은 인간이 좋은 건강 상태를 유지하며 윤택한 생활을 할 수 있도록 하는 데 맞춰져 있습니다. 그래서 아픈 사람이 있으면 진료를 받을 수 있도록 도와주고, 소득이 적은 사람에겐 기초생활수급을 주어 최소한의 생활은 할 수 있도록 하고 있죠. 그래서 복지의 대상은 주로 삶이 어려운 사람이나 저소득층입니다. 하지만 가까운 미래에 복지의 대상은 가난한 사람들이 아닌 시민 모두가 될 것입니다. 기술은 하루가 다르게 발전하고 있는데 인간인 우리는 그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죠.     

 하루는 제가 고속터미널에서 버스를 타려는데 한 어르신께서 터미널 안내원에게 화를 내고 있었습니다. 이야기를 들어보니 버스를 타려고 아침 일찍부터 왔는데 티켓이 없어 버스를 두 대나 보냈다며 화를 내시는 것이었죠. 어떻게 보면 그냥 떼쓰는 것 아닌가 싶겠지만 이런 상황이 꼭 미리 예약하지 않은 어르신만의 잘못은 아닙니다. 버스회사에선 쉽고 빠르게 예약할 수 있도록 스마트폰 앱을 만들어 제공했지만, 스마트폰에 익숙지 않은 어르신 입장에선 오히려 독이 된 것이죠. 이처럼 앞으론 누구든 빠르게 발전하는 기술에 발맞춰 따라가지 못한다면 이 어르신과 같은 상황에 놓일 것입니다. 

 다음 사회는 그저 돈이 많다고 해서, 건강하다고 해서 윤택하게 살 수 있는 시대가 아닌 것이죠. 스웨덴은 최근 현금 없는 사회가 되어가고 있습니다. 교회나 노점상은 물론 노숙자들까지도 핸드폰으로 돈을 주고받죠. 우리도 곧 그런 사회가 될 것입니다. 핸드폰만 있으면 어디서든 계산이 되니까요. 그러나 핸드폰을 사용할 줄 모르는 사람들에겐 현금 없는 사회가 굉장히 불편한 시대가 되겠죠. 돈이 있어도 쓰질 못하겠죠. 이런 사회에서 복지의 대상은 기술에 뒤처진 사람이 됩니다. 즉 앞으로의 복지는 급변하는 사회에 뒤처진 사람이 시대 변화에 맞춰 살아갈 수 있도록 꾸준히 업데이트하는 것에 초점이 맞춰질 것입니다. 발전하는 기술을 따라가지 못한다면 사람은 계속해서 도태될 테니까요.     


 저는 이런 사회를 기성 정치인들이 감히 감당해낼 수 있을지 의문입니다. 이들 중엔 본인 페이스북 계정 하나도 스스로 사용할 줄 몰라 보좌관들이 대신 써주는 사람들도 있으니까요. 아직도 복지를 선별적 복지와 보편적 복지라는 이분법적인 사고에서 접근하는 정치인들이 과연 다음 사회의 복지를 이끌어갈 수 있을까요? 그동안 우리가 좋은 직업이라고 여겼던 직업들이 없어지고 듣도 보도 못한 직업들이 생겨나고 있고, 자고 일어나면 신기술들이 등장하고 있습니다. 세상의 변화가 제 눈에도 뚜렷이 보이는데 정치만은 아직도 과거에 머물러 있습니다. 오늘날에 필요한 건 80년대 정치가 아니라 오늘날의 정치입니다. 그러기 위해선 청년들에게도 정치를 할 기회가 필요합니다.


 외국에서 젊은 지도자가 나타났다는 소식을 접할 때면 많은 분들이 ‘우린 언제쯤 젊고 능력 있는 정치인이 나타나나?’하고 기대하곤 합니다. 이 기대를 현실로 만들려면 청년들에게 기회를 주셔야 합니다. ‘경험이 부족해서’, ‘나이가 어려서’라는 이유로 청년들을 뽑지 않으신다면 청년들은 영영 경험할 기회를 갖지 못하겠죠. 젊고 능력 있는 정치인은 어느 날 하늘에서 갑자기 뚝하고 떨어지지 않습니다. 그들을 알아보고 발굴해내는 건 유권자인 우리의 몫이죠. 정치권에서 청년이 살아남는 게 힘들다는 걸 알면서도 도전하는 청년들이 있습니다. 선거가 끝나면 수 천만 원의 빚더미를 떠안아야 한다는 것을 알고도 출마하는 청년들이 있죠.     


이들에게도 새로운 시대를 열어볼 기회를 한 번 주시는 건 어떨까요? 

맨날 똑같은 사람들이 하는 정치는 그동안의 30년이면 충분하지 않았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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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화. 내가 해도 이것보단 잘하겠다(프롤로그) https://brunch.co.kr/@youthpolitica/143
2화. 우리가 하루 15시간씩 공부해야 했던 진짜 이유 https://brunch.co.kr/@youthpolitica/144
3화. 사랑하고 정치하라 https://brunch.co.kr/@youthpolitica/145
4화. 애들이 학교에 일찍가면, 애도 일찍 나을거라고? https://brunch.co.kr/@youthpolitica/1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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