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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성윤 Nov 01. 2020

재교육 장을 열어야 할 때

 4차 산업시대엔 단순한 물질적(돈) 지원 이상의 복지가 필요합니다. 앞서 살펴본 것과 같이 돈이 있어도 일상생활이 불가능해지는 사람들이 생겨나기 때문입니다. 저는 새로운 복지를 다시 교육에서 찾아볼까 합니다. 우리나라 교육은 대체로 대학교에서 끝납니다. 대학교를 졸업한 후에는 딱히 어디선가 새로운 지식을 배울만한 곳이 없습니다. 종종 시나 구에서 운영하는 센터에서 요리나 서예를 배울 순 있지만 여기서 배우는 것으로는 새로운 경제활동이 불가능합니다. 민간에서 운영하는 학원들도 있지만 이 학원들은 대부분 젊은 청년들을 대상으로 한 학원입니다. 영어학원, 코딩학원, 프로그램학원 등의 주요 타겟층은 취직을 준비하는 ‘학생’들입니다. 나이 때문에 은퇴했지만 아직 능력이 있다고 생각하는 부모 세대, 경제적 여유는 있지만 스마트 기기를 다룰 줄 몰라 일상생활이 불편해지는 노인세대들은 어디서 배워야 할까요?

 저는 크게 두 가지 방법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하나는 대학의 수강대상을 늘리는 방법, 다른 하나는 체계적인 평생교육처를 만드는 것입니다. 정년퇴직한 부모 세대 중 일을 더 하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다만 사회가 그들이 일정 나이가 됐기 때문에 ‘생산능력이 떨어질 것’이라고 판단하고 뽑아주지 않을 뿐입니다. 아무래도 이제 갓 입사한 청년들에 비하면 생산능력 자체는 떨어질 수밖에 없겠죠. 집중력도 떨어질 수도 있겠죠. 하지만 그렇다고 이들에게 능력이 아예 없다고는 말할 수 없습니다. 다년간 일한 노하우, 그들이 가진 지식이 필요한 곳이 분명 있습니다. 예를 들어 대기업에서 은퇴한 사람이 중소기업에 중간관리직으로 필요할 수 있겠죠. 또 신생기업 자문으로 필요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은퇴한 이들 중 다른 곳으로 이직하는 비율은 굉장히 낮습니다. 대신 치킨집을 차리거나 경비원처럼 기존에 하던 일과 전혀 다른 일을 합니다. 왜 그럴까요? 저는 이들이 가진 노하우가 요즘 방식과 다소 맞지 않거나, 조금 지난 지식을 갖고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이들이 새 지식을 배울 수 있는 체계적인 커리큘럼이 갖춰진 곳이 생긴다면 은퇴한 후에도 기존의 일을 이어갈 수 있는 비율이 높아지리라고 봅니다. 기업 입장에서도 처음부터 가르쳐야 하는 신입사원보다 경력직을 더 선호하니까요. 


 저는 대학이 직장인, 혹은 은퇴를 앞둔 시니어들을 대상으로 강좌를 여는 것을 고려해보면 어떨까 싶습니다. 지금도 대학 내에 평생교육관이 있고, 일반인을 대상으로 하는 강좌가 있긴 하지만 있으나 마나 합니다. 평생교육관에서 공부했다고 해서 어느 곳에서도 인정해주지 않으니까요. 더군다나 기업에서 인정해주는 곳은 더더욱 없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정부가 평생교육에 힘을 실어야 합니다. 과학의 발전으로 인간의 수명은 점점 늘어나는 가운데 4차 산업은 실업을 예고하고 있습니다. 일자리가 줄어들수록 일자리 쪼개기는 더 늘어날 것입니다. 일자리 쪼개기가 늘어나면 정년퇴직이든 희망퇴직이든 은퇴하는 사람들은 늘어나겠죠. 은퇴하는 사람들이 추가적으로 학습할 수 있는 곳을 늘려 재취직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야 합니다. 지금은 이 문제가 정년퇴직을 앞둔 부모 세대만의 문제처럼 보이지만 결코 그렇지만 않습니다. 지난 2015년 두산인프라코어는 신입사원에게도 ‘희망퇴직’을 권했습니다. 4차 산업시대엔 충분히 20대, 30대도 언제든 퇴직을 권고받을 수 있으리라 봅니다. 정년퇴직을 해도 갈 곳이 없지만 20~30대에 퇴직해도 애매해지긴 마찬가지입니다. 재취직을 위한 체계적인 시스템을 제공해주는 곳이라곤 하나도 없으니까요. 스웨덴의 경우 실업자가 되면 전담 고용 코치가 붙어 재취업 교육을 해준다고 합니다. 예를 들어 제약 회사에서 근무하다 실업자가 된 경우 제약 회사 경험과 지식을 살리면서 약사와 같은 관련 직종에 종사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고 합니다. 


 재취업자를 위한 교육의 장이 아닌 노인세대를 위한 교육의 장도 있어야 합니다. 지금도 노인정, 주민센터 같은 곳에서 스마트 폰 다루는 방법을 알려주곤 하지만 이보다 좀 더 체계적인 교육시스템이 필요합니다. 음식점 주문이 키오스크로 바뀌고, 은행 업무가 스마트 폰으로 대체되고, 앞으론 더 많은 IoT 기기들이 나타날 것입니다. 그렇다면 단순히 스마트 폰 사용방법만 배울 것이 아니라 디지털 시대의 전반적인 흐름을 이해해야 합니다. 또 배우려는 노인세대들의 적극적인 의지도 필요합니다. 대부분의 사람은 어느 정도 나이가 되면 보수적으로 변하게 됩니다. 나이가 들수록 신문물에 저항감이 높습니다. 하지만 4차 산업시대로 저물어갈수록 현금이 있어도 쓰지 못하는 시대가 됩니다. 식당에 가도 주문을 못하고, 마트에 가도 계산하지 못하는 사례들이 지금도 빈번하게 나타나고 있는데 앞으론 더 하겠죠. 노인분들 중엔 “지금 배워서 뭐하겠어.”라고 얘기하시는 분들이 많이 계시는데 안타깝게도 일상생활을 하기 위해서는 배우려는 자세가 필요합니다. 정부도 적극적인 자세로 노인세대가 디지털 시대에 잘 적응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 해야 합니다. 

 우리나라는 평생교육 시스템이 잘 구축된 나라가 아닙니다. 대학교를 졸업하는 순간 사회는 더 이상 가르쳐주지 않습니다. 그 뒤로부턴 알아서들 배우라고 합니다. 노인세대에게 4차 산업시대는 알아서 배우기엔 너무 어려운 시대입니다. 우리나라도 해외 선진국처럼 생애주기별로 구성된 평생교육 체계를 만들어야 합니다. 그러려면 먼저 담당 부처의 목표부터 바꿔야 합니다. 지금 교육부의 주된 관심층은 대학생 이하의 청년·청소년뿐입니다. 그렇다 보니 교육부의 가장 큰 관심사는 수능을 비롯한 대학입시입니다. 하지만 앞으론 교육부의 주된 관심층을 재취업 나이 때와 노인세대까지 확장해야 합니다. AI와 로봇의 등장으로 일자리를 잃고, 현금을 사용하지 않는 시대로 접어들면서 일상생활이 어려워지는 사람들이 생기고 있습니다. 3040세대들의 효과적인 재취업 교육은 어떻게 할 것이며, 6070세대에겐 어떻게 스마트 기기와 친숙하게 지낼 수 있는지 생애주기에 따른 교육이 필요합니다. 초등학교 땐 사칙연산을 배우고, 중학교 땐 방정식, 고등학생 땐 고차방정식을 배우는 것처럼 세대별 맞춤 교육 커리큘럼을 설계해야 합니다. 4차 산업시대 복지는 단순히 소득이 부족한 사람에게 물질적인 지원을 해주는 것 이상이어야 합니다. 진보한 기술에 뒤떨어지지 않도록 끊임없이 교육해주는 것 그것이 다음 산업시대의 복지 역할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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