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란 무엇인가

이성윤의 정치접근

by 이성윤

오늘 아침 어르신 한 분이 화가 머리 끝까지 나서 터미널 버스 안내원에게 화를 내고 있었다.
이야기를 들어보니 아침 일찍부터 왔는데 티켓이 없다고 버스를 두 대나 보냈다고 한다.
할아버지가 버스를 탈 수 없었던 이유는 모바일 예약 서비스 때문이었다.
어젯밤에 이미 온라인으로 매진이 됐는데 아침 일찍 터미널 와서 표를 구해봤자 무슨 소용이 있겠나.
이래서 시대에 뒤떨어진다는 것은 참으로 안타까운 것 같다. 그런 어르신을 보니 이게 남 일 같지가 않다.
내가 할아버지가 되면 그때 사회는 지금보다 엄청 많이 변해있을 텐데... 나는 맞춰갈 수 있을지...

그래서 나는 복지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지금의 복지는 단순히 약자/빈곤층에게 물질적 도움을 주는 걸로 맞춰져 있는 것 같은데 그렇게만 보지 않았으면 한다. 노인에게 지하철 무료 이용권을 주는 게 복지의 전부가 아니다. 선별적 복지, 보편적 복지는 한정된 자원을 누구에게 나눠 줄 것이냐는 '분배'와 '돈'에 초점을 맞춘 복지제도에 불과하다.

나는 복지란 급변하는 사회에 뒤쳐지는 사람이 시대에 맞춰 살아갈 수 있게끔 꾸준히 업데이트해주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과학과 기술의 발전으로 우리는 인류 역사상 가장 높은 문명을 이룬 사회에 살고 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인간의 목숨은 한정되어있고, 이에 비해 기술은 해가 거듭날수록 발전할 것이다. 시대에 뒤떨어지는 인간은 그 사회에서 낙오되기 마련이다. AI가 인간과 바둑을 둬서 이기는 사회에 노인들은 아직도 2G 폰을 사용한다. 핸드폰 회사는 2G 폰 생산을 줄였고, 2G 폰은 단종이 되고 있으며, 고장 날 경우 수리받기도 쉽지 않다. 2G 폰은 이미 핸드폰 시장에서 그 가치를 잃었다. '시장'에서 경제적 가치를 잃었다는 건, 더욱이 공급이 많아 가치를 잃은 것이 아니라 수요가 없어져서 잃었다는 건, 혹은 새로운 제품이 나와 공급이 줄어든다는 건 그 사회에 유용하지 않다는 얘기다. 유용하지 않은 물건을 계속 사용하는 사람은 그 사회에 도태될 수밖에 없다


우리는 정보화 시대에 살고 있다. '지식'과 '정보'를 많이 가지고 있는 사람이 살아남는다.

스마트폰 하나에 엄청난 자료와 정보가 담겨있는 반면 2G 폰은 그렇지 않다.

스마트폰을 가진 청년과 2G 폰을 사용하는 노인이 접하는 정보는 질적으로나 양적으로나 차이가 엄청날 수밖에 없다. 2G 폰을 쓰는 게 나쁘다는 것이 아니다. 다만 도태될 뿐이다. 그래서 복지가 필요하다.

재정적 뒷받침을 해주거나, 실업자에게 직업을 찾아준다거나, 기본소득을 지급하는 것만이 복지가 아니다.

빠르게 발전하고 있는 사회에 인간이 조금이나마 따라갈 수 있게 업데이트하는 것. 이게 복지다.


AI와 공존할 미래사회에 어르신이 오늘과 같은 일을 겪지 않도록 하는 것, 이것이 복지라 생각한다.

미래사회의 복지는 사람 업데이트에 초점이 맞춰질 것이다.
복지를 비용, 투자와 같이 '돈'에 초점을 맞추는 것보다 '삶'에 맞춰졌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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