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다움을 담는유스피드그두 번째이야기, 청소년주거권네트워크 목화
청소년 주거권 네트워크, 목화 인터뷰.
10대 시절에 어떤 경험을 하느냐는 한 사람의 인생을 좌우한다. 당시의 경험이 인생관이 되기도 하고, 현재 하는 일이 되기도 하며, 내 이야기가 되거나, 앞으로 나아가는 원동력이 되기도 한다. 사람은 저마다 다르다. 겪는 경험도 다르다. 남들과는 조금 다른 경험으로 10대를 보내고 있는 청소년을 만났다. 그는 어떤 삶을 살았고, 어떤 목소리를 왜 내고 있을까. 청소년주거권네트워크의 목화를 만났다.
q.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청소년주거권네트워크에서 활동하고 있는 목화입니다. 청소년의 시선에서 주거권에 대해 말하고 있습니다.
q. 목화님이 생각하는 주거권이란 어떤 거예요?
내가 선택할 수 있는 공간이요. 집이든, 사람이든, 규칙이든. 내 집 안에서 내가 선택할 수 있고, 누구한테 간섭받지 않고, 내가 원하는 대로 할 수 있는 공간이요.
q. 목화님에게 집이라는 건 어떤 곳인가요?
저는 집이란 게 놀이터 같은 편안한 공간이라고 많이 생각해요. 쉼터는 불편하잖아요? 규칙도 많고, 내가 자유로울 수도 없고. 낡든, 새집이든 상관없이 ‘아 이 집은 내 집이지’ 할 수 있는 곳이 집이라고 생각해요. 내가 자유로울 수 있고, 편안한 곳이요.
q. 청소년 주거권을 말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과거 그룹홈에서 살 때 주민등록이 말소될 뻔한 적이 있어요. 원래 주소가 그룹홈이었는데, 퇴소를 하면 주민등록상 주소지가 상실돼요. 보통 그렇게 되면 다른 곳으로 전입해야 되는데, 당시 시설에서 저를 안 받고, 저도 시설에 가기 싫어서 잠시 공백기가 있었어요. 그때 주민등록이 말소될 뻔했어요.
q. 쉼터에서 퇴소하는 건 어떤 경우인가요?
강제 퇴소를 하거나, 자발적으로 나가거나, 기간이 만료되거나 하는 경우예요. 제 경우는 벌점이 쌓여서, 강제퇴소하는 경우였어요.
q. 벌점은 어떤 경우에 쌓이나요?
쉼터마다 규칙이 있어요. 여유로운 곳도 있고, 타이트한 곳도 있어요. 진짜 힘든 곳은 이불을 제대로 개지 않아서 벌점인 경우도 있고, 조금 심한 경우인데 청소년과 쉼터 선생님이 문제가 생겨서 싸우는 경우에도 벌점이 쌓여요. 이건 쉼터마다 제각각이에요.
q. 목화님 개인적으로 불편하다고 느낀 규칙이 있나요?
아침에 몇 시에 일어나야 한다, 밥은 꼭 몇 시에 먹어야 한다. 그런데 냉장고를 건드릴 수는 없다. 제가 생각했을 때 불합리하다고 생각해서 말하면 잘 들어주시지 않으셨어요.
q. 선생님들이 그런 모습이 되는 이유가 뭐라고 생각해요?
청소년이 많고, 선생님은 너무 적어요. 그리고 청소년마다 특색이 달라요. 어느 한 청소년만 예뻐하면, 다른 청소년들이 반발하고. 안 되는 건 안 되는 거야,라고 어쩔 수 없이 말하게 되는 것 같아요. 왜냐하면, 한 학급을 거의 인솔하는 거니까. 짧은 시간도 아니고, 오래 함께 있으니까 힘든 것 같아요.
q. 목화님의 특색은 뭐였어요?
저는 단체생활을 안 좋아하는 사람이었어요. 본가에 있을 때도 내 방이 있고, 혼자 있는 시간이 있어야 했어요. 반면, 쉼터는 단체 생활이고, 내 방이 없다고 하니까 정말 날이 서더라고요. 또 처음 보는 애들이랑 살아야 하니까. 다들 날이 서 있었어요. 그러다 보니 쉼터 선생님들도 더 무섭게 대했던 것 같아요.
q. 쉼터에서의 경험이 주거권을 말하게 된 계기일까요?
맞아요. 탈가정을 한 이후, 쉼터 생활을 하면서 불합리하다고 느끼는 걸 많이 경험했어요. 그런 점들이 쌓이다 보니, 온전한 나만의 공간을 생각하고, 주거권을 생각하게 된 것 같아요.
q. 지금까지 주거권을 위해 어떤 목소리를 내셨나요?
처음에는 ‘청소년이 무슨 집이 필요해? 무슨 집을 가져?’ 이런 생각들을 반박하는 내용을 정리했어요. 이후에는 그걸 어떻게 효과적으로 전달할 수 있을지를 고민하고, 실제 그런 내용으로 기자회견도 하고, 언론매체에서 청소년 주거권의 중요성에 대한 인터뷰도 했어요.
q. 주거권을 통해서 무엇을 말씀하고 싶은 거예요?
쉼터는 집이 될 수 없다고 말하고 싶어요. 쉼터는 말 그대로 잠깐 있는 공간이에요. 집이 되기엔 너무 짧은 공간이고, 내가 원하는 만큼 살 수도, 꾸밀 수도, 내가 좋아하는 걸 할 수도 없어요. 규칙이 많고, 보는 눈이 많고. 내가 정말 할 수 있는 공간이 아닌데, 내 집은 그게 가능하니까. 그래서 꾸준히 청소년에게 합당한 주거를 달라고 요구하고 있어요.
q. 그런 활동을 하시면서, 이 부분은 꼭 들어줬으면 좋겠다는 부분이 있나요?
‘나이가 어린데 어떻게 집을 사?’ 이럴 수 있잖아요? 충분히. 솔직히 15살이 ‘내 집 달라’ 이렇게 들릴 수도 있으니까. 탈가정을 해서 갑자기 주거가 필요한 청소년들이 잠시 머무는 공간이 필요할 수도 있겠죠. 그러면 최소한 청소년의 숫자가 적은 공간을 만들고, 선생님(실무자)들이 같이 살지 않는 공간을 만들고, 저 같은 상황에 놓인 청소년들을 받아들이면 된다고 생각해요. 나이가 어려도, 성인의 감시 없이 충분히 자립된 공간에서 살 수 있다고 생각해요. 그러면서 규칙도 청소년들이 스스로 만들고.
q. 청소년이 사회에 목소리를 낸다는 건 어떤 의미일까요?
새로운 길을 만드는 것이요. 청소년도 집이 필요하다는 걸 사회적으로 알아야 한다고 생각해서, 꾸준히 그런 활동을 하고 있고, 기존에 없던 새로운 이야기를 던지는 것 같아요. 그런 점에서 새로운 길을 만드는 것 같아요.
q. 말씀해주신 것처럼 개척자라는 이미지는 남들이 보기엔 유별나 보일 수도 있고, 눈에 띄는 성과가 없을 수도 있는데 그런 점에서 어려운 점은 없었나요?
개인적으로 시설 같은 곳에 활동하시는 선생님들은 오래도록 일하시는 것 같아요. 그런 분들이 보기에 유별나게 볼 것 같아요. 또, 20~30대 분들은 청소년이 무슨 집이야, 그럴 바에야 나 줘 라고 생각할 것 같아요.
q. 그런 시선과 어려움에도 꾸준히 주거권을 말하는 원동력은 무엇일까요?
탈가정하는 청소년이 앞으로도 많을 거라 생각해요. 나중에 가서야 그런 친구들을 수용해 줄 수 있는 공간이 없다고 하면 그땐 너무 늦었다고 생각해요. 제가 겪은 어려움을 똑같이 겪을 것 같고. 그런 힘듦을 뒤따라오지 않게 하고 싶어요. 내가 겪은 어려움을 다른 청소년이 겪게 하면 안 되겠다는 의지가 있어요. 재밌기도 해요.
q. 어떤 점이 재밌어요?
같이 활동하는 청소년들을 보며 ‘아 저렇게도 생각할 수 있구나!’ 하면서 배우는 게 많아요. 저는 일반적인 쉼터 생활을 했는데, 다른 청소년분들은 고시원 같은 곳에서 생활한 분도 있으니까. 그렇게 경험이 다름에서 오는 색다름과 재미가 있어요. 공유하는 부분도 많고. 활동 준비하면서 ‘우리나라가 이런 부분이 부족하네?’라고 배우는 부분도 있고.
q. 서로의 의견을 공유하고, 받아들이는 부분이 주거권을 말하는 원동력이라고 느껴지는데요?
쉼터나 그룹홈을 많이 갔는데, 제가 갔던 곳들은 학생과 선생이 수직적인 관계였어요. 그런데 주거권 활동을 하면서 모두가 평등하고 같은 것을 원하면서, 함께 간다는 느낌을 많이 받아요. 그래서 더 발디딤 한 것 같아요. 제가 “~걸 해보고 싶어”라고 하면 “오 그것도 고려해보자” 라면서 받아주고, 실제 실행도 많이 됐어요.
q. 또 다른 동기부여가 있을까요?
예전에 같이 생활한 친구랑 연락해요. 그 친구한테 제가 하는 활동을 소개하면, 호응을 많이 해줘요. 그런 호응을 받으면 기분이 되게 좋아요. 나를 응원해주는 응원자가 있다는 게 든든하게 느껴졌어요. 이런 부분이 동기부여가 돼요.
q. 대학교 강의도 하셨는데, 어떤 내용이었어요?
사회복지학과 학생들한테 제 쉼터 경험을 이야기했어요. 놀라는 눈치였어요. 마치 ‘내가 가려는 곳이 이랬구나’, 나는 가서 애들한테 잘해줘야지 생각하셨는데, 막상 제가 겪은 현장을 말하니까 되게 놀라신 것 같았어요. 새로운 느낌표를 준 것 같아요.
q. 캠페인이나 기자회견, 강의 등을 이후로 변한 게 있나요?
사회적으로 조금씩 청소년 주거권에 대해서 꼬물꼬물 움직이는 것 같아요. 좋아요. 인터뷰 요청이 들어올 때도 ‘내가 잘하고 있구나’ 생각도 들고.
q. 앞으로 어떤 이야기를 하고 싶으세요?
사회적으로 계속해서 메시지를 던지고, 이야기하면 언젠가는 “쟤네 왜 이렇게 시끄러워, 들어나 보자.” 하면서 라도 들어볼 것 같아요. 그러기만 해도 성공이라고 생각해요. 그럴 때까지 계속 말하고, 이야기하고 싶어요.
q. 또래 청소년들이 이 인터뷰를 본다면?
네가 틀리지 않았다면, 너를 응원해줄 사람이 반드시 있을 테니까 지금의 생각을 밀고 가라고 말하고 싶어요. 저도 처음에 주거권을 말할 때, 제가 틀린 줄 알았어요. 차가운 맨 벽이랑 이야기하는 느낌을 받았으니까. 그런데 함께 생각을 공유하고 활동하는 사람들을 만나게 됐고, 활동하면서 ‘아, 내가 틀리지 않았구나’라고 생각하고 있어요. 그렇게 곁에 믿어주는 사람들이 생기니까, 계속해서 활동을 이어갈 수 있는 것 같아요. 저도 듣는 사람이 얼마나 있던 상관없이 꾸준히 저의 이야기를 하려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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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다운 삶을 살지 못하는 아동, 청소년에게 차별 없이 자신의 목소리를 발견하고 표현하며 상호 공감할 수 있는 미디어 교육 프로그램과 환경을 제공함으로써 다양한 삶이 존중받는 건강한 사회를 만드는 것을 미션으로 운영되는 비영리단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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