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스보이스 프렌토, 김희선
인터뷰어 : 유스보이스 프렌토, 사전제작지원, 김희선
인터뷰이 : 유스보이스 프로젝트 매니저, 윤성민.
프레토 14기와 16기로 활동했다. 2014년에는 사전제작지원 캠페인 부문에 참여했고, 당시 기획한 캠페인을 유스보이스 컨퍼런스에서 전시했다. 내 꿈을 담은 명함을 만들고, 전시하는 <민들레 캠페인>이었다. 이후 꿈딱지 프로젝트를 통해 소소하게 자신의 작품과 이야기를 전시하는 프로젝트도 했다. 고등학교 3년 내내 광고기획자를 꿈꾸며 막연하게 하고 싶던 캠페인을 사전제작지원을 통해 진행했고, 졸업 후 광고회사에 취업해 일하다 현재는 대학교에 진학해 일과 공부를 병행하고 있다. 청소년 시절에 만난 유스보이스에서의 경험이 당시와 지금의 희선님에게 어떤 영향을 주고 있을까. 그 이야기를 들어본다.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25살 김희선이라고 합니다. 유스보이스에서 프렌토 14,16기로 활동하고 사전제작지원으로 민들레 캠페인을 진행했습니다. 현재 광고회사에 재직중인 6 년차 AE(광고기획자)이자, 대학교에서 문화관광산업학과를 전공하고 있는 2 학년입니다. 직대딩이라고 할 수 있죠.(웃음)
유스보이스와 어떻게 처음 만나게 되셨나요?
고등학생 시절 대외활동을 즐겨했어요. 고1 겨울방학 즈음에 청소년 미디어 관련 대외활동을 찾고 있었는데, 인터넷에 '청소년 미디어'라는 키워드로 검색하니까 유스보이스 프렌토 14기 모집글이 있더라고요. 그때 처음 유스보이스를 알게 되었고, 마침 모집이 막바지여서 바로 지원을 했어요. 프렌토 활동이 지금도 소중한 추억으로 남아있어서 그 당시 내가 인터넷에 검색하지 않았다면 좋은 사람들을 만나지 못했겠지? 라는 생각을 종종하곤 해요.(웃음)
프렌토로 활동하면서 기억 남는 활동이 있나요?
프렌토 활동을 하면서 재밌있던 순간들이 참 많았는데요. 그래도 한 가지를 굳이 꼽자면 첫 번째 프로젝트였던 2013년 사전제작지원 상영회를 준비했던 게 가장 기억에 남아요! 14기를 하면서 규모가 가장 큰 행사였고, 상영회 홍보 영상에도 출연하며 촬영했었거든요. 14기 했을 때가 봄-여름 시즌이었는데 초록초록한 계절감 덕분에 풋풋한 청춘의 한 장면으로 제 머리 속에 남아있어요. (웃음)
사전제작지원으로 영화나 영상을 만든 또래 친구들의 상영회를 홍보해주는 게 프렌토의 역할이었는데, 고등학생이다 보니 행사 자체가 정말 크게 다가왔었어요. ‘인디스페이스’라는 독립영화관에서 진행했었는데요, 옷도 맞춰입으며 부스 운영도 하고, 팝콘도 튀겨 먹고. 당시 고등학생, 대학생이던 저희에게 "너희 마음대로 컨텐츠를 만들어봐."라고 기회를 주셔서 기획부터 제작물까지 매주 토요일 정기회의를 하며 만들어 나갔던 기억이 나요.
'서툴지만, 내 이야기 좀 들어줄래?'라는 카피가 홍보 컨텐츠의 메인이었는데요. 프렌토에서 다같이 고민하며 카피를 뽑고 투표했었어서 아직도 애정하는 카피예요. 그때 제가 팜플렛 디자인을 맡았는데, 같이 작업하던 친구랑 팜플렛에 넣을 숲 사진을 찍으러 서울숲에 가기도 했어요. 디자인을 배우던 학생이어서, 행사 리플릿이나 포스터를 만들어 보는 경험이 참 소중했었어요. 그때는 처음으로 내 디자인이 몇 백부씩 인쇄되던 순간이었기 때문에 오탈자는 없는지 계속 뚫어져라 쳐다봤던 기억이 나요. 엉성했지만 정말 열심히 만든 거였거든요.(웃음)
어떤 게 가장 좋았어요, 프렌토에서는?
간식을 되게 많이 주셨었어요. (함박웃음) 집에 갈 때 챙겨가고. 그런 유쾌함이 좋았고, 회의였지만 다 같이 둘러앉아 얘기하는 것도 좋았어요. 6개월의 프렌토 활동이 끝나면 워크샵처럼 여행 가는 것도 좋았어요! 그리고 지원금이 많았어서 이것저것 하고 싶었던 것들을 시도 해볼 수 있었던 것 같아요. 그렇게 좋았던 경험을 혼자만 알기는 아쉬워서 학교 친구,후배들한테 다음 기수 모집을 홍보하기도 했었답니다. 15기로 활동한 친구들도 있고 제가 다시 16기를 지원하면서 학교 친구,후배랑 같이 프렌토 활동을 하기도 했었어요.
사전제작지원도 하셨어요. 캠페인에 지원했는데, 어떻게 하게 되셨나요?
프렌토를 하다 보니, 유스보이스에서 진행하셨던 다른 프로그램에도 눈길이 갔었어요. 그 중 사전제작지원에 언젠가 꼭 도전해봐야지!라는 생각이 있었는데요. 나만의 작품을 만들어보고 싶었고, 당시 자기 이야기로 영화나 영상을 만드는 친구들을 보면서 "와, 멋있다." 하는 생각도 들었어요.
저는 당시 영화보다는 캠페인에 관심이 있었거든요. 학교에서 광고회사 대표님 강연을 들었는데, 그 강연에서 접한 광고를 본 이후로 캠페인에 관심을 갖게 됐어요. 사람들에게 선한 영향력을 줄 수 있는 캠페인을 사전제작지원으로 해봐야겠다 다짐하며 지원했습니다!
그때 한창 꿈이나 진로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었는데, 마침 '명함'이라는 메타포가 떠올랐어요. 사회생활을 시작해서 받게 되는 명함은 이름과 회사, 직책 정도가 쓰여 있는데 ‘그게 우리의 꿈 종착지일까?’ 하는 막연한 생각이 들었습니다. 딱딱한 명함이 아니라, 우리의 미래 모습과 꿈이 펼쳐진 꿈 명함을 만들 수 있는 경험을 친구들에게 주고 싶었어요.
구체적으로 어떻게 실행하셨나요?
제가 다니던 학교에 미리 허락을 구해서 학생들이 다니는 1층에 팝업 공간을 만들 수 있었어요. 자작나무를 구입해서 소원나무를 설치하고, 하얀 명함 종이와 마끈, 꾸밀 재료, 캠페인 설명 포스터를 배치해서 친구들이 직접 그리고 소원나무에 걸어둘 수 있도록 했어요. 지금 생각해보니 꽤나 계획적이었네요.(웃음)
친구들이 쉬는 시간이나 점심 먹고 남는 시간에 방문하여 꿈명함을 만들길 바랬어요. 그때 한창 실험카메라가 유행하던 때라, 팝업 공간에 고프로를 설치해놓고 녹화를 하기도 했었는데요. 친한 친구들 뿐만 아니라 모르는 친구들도 와서 꿈명함을 만들고 가는 모습이 카메라에 담겨져 감동이 있었어요. 카메라 앞으로 친구들이 쓱 와서 인사 하고 가는 게 찍히기도 했는데, 그걸 나중에 다시 보니 흐뭇하더라고요.
학교에 설치한 팝업공간 외에도 중학교 때 친구들한테는 미션 봉투처럼 꿈명함 안내 및 재료를 나눠주면서, 캠페인의 취지를 알리기도 했었고요. 또 당시 페이스북이 유행이어서 페북그룹을 만들어 서로의 꿈명함을 공유할 수 있도록 하는 소소한 장치들도 마련했었답니다. (웃음)
그렇게 작지만 민들레 씨처럼 내 꿈과 친구들의 꿈이 퍼지고, 친구의 친구가 꿈명함 캠페인을 알게 되면서 한번 그려볼까? 하며 각양각색의 꿈명함이 만들어졌었어요. 이벤트성으로 몇몇 친구들에게는 약간의 디자인 작업을 더해 실제 꿈명함을 100장씩 인쇄해주기도 했어요. 김다슬이라는 다른 반 친구가 있었는데, 실제 명함을 선물하였더니 저희 반까지 찾아와서 정말 고맙다고 취업 면접 볼 때 꼭 쓰겠다고 했던 기억이 아직도 선명해요.
캠페인을 기획하고 실행하면서 힘든 점도 재밌는 점도 많았을 것 같아요.
멘토님이 재순님이셨는데, 그때 해주셨던 말이 기억에 남아요. 정말 민들레씨처럼, 전국에 퍼트려서 전국 친구들이 다 꿈명함을 갖고 있는 상상도 해보자고 하셨죠. (웃음). 물론 전국 청소년들에게 다 퍼트리지는 못했지만, 학교에서 오프라인 캠페인을 해봤던 게 정말 재밌었어요! 물론 저보다 훨씬 큰 자작나무를 낑낑대며 설치하던 게 어려웠지만요. (웃음).
그리고 제가 민들레 캠페인 했던 걸 서울역 284 에서 전시도 했었는데요. 컨퍼런스 때 꿈명함을 만들 수 있는 참여 부스와 지금껏 모은 친구들의 꿈명함을 전시하는 판넬 같은 게 필요했어요. 근데 몇일 간만 전시하고 철수 할 거라 아깝더라고요. 그래서 아예 판넬을 리사이클 재료로 만들고 싶다는 생각이 막연하게 있었어요. 지금 생각해보면 저렇게 큰 책을 어떻게 박스와 재활용 천으로 만들었지? 싶은데. (웃음)
큰 책처럼 보이는 판넬을 만들기 위해 재활용 박스를 모으고 동대문에 가서 버려지는 자투리 천을 모아오기도 했습니다. 아빠가 서울역284까지 폐박스 재료 한가득을 차로 실어다주기도 했었네요. 그 당시 친구가 도와줬는데 전시 전날에 아침부터 밤까지 하루종일 박스 이어 붙이고, 천 감싸고, 명함 걸고 했던 기억이 나요. 약간 무모한 도전 같았지만 설치미술 같은 재미를 느꼈죠. 언제 또 거기서 그런 전시를 해보겠어요. (웃음).
다른 사람들의 생각이 담긴 다양한 전시를 구경하는 재미도 있었고. 전시장 자체가 프렌토 친구들이랑 노는 놀이판 같았어요. 아직도 그때의 장면이 스쳐지나갈 정도로 재밌었고, 좋은 추억이었답니다. 같이 도와줬던 민주야 고마워.(웃음)
유스보이스 이전에도 이렇게 직접 기획하고 실행하는 캠페인 경험이 있었나요?
이전에도 있기는 했지만, 보통 이미 정해진 사회적 주제 내에서 아이디어를 펼쳐보라고 하거나, 친구들끼리 팀으로 멘토링을 받는 프로젝트였어요. 유스보이스처럼 지원금만 주고 '네가 하고 싶은 거 다해봐.'라고 해서 하는 건 완전 처음이었어요.
A 부터 Z 까지 다 해야 되는 과정이 다른 대외 활동들과 차이가 있었어요. 내가 어떤 주제로 할지, 어떻게 실행할지, 홍보는 어떻게 할지. 이 모든 걸 직접 기획하고 실행하는 거였으니까요. 작업의 모든 과정을 직접 총괄해보는 좋은 경험이 됐고, 저의 진로에도 영향을 끼쳤다고 생각해요.
청소년 시절에 당사자가 직접 기획하고, 진행하고, 자신이 하고 싶은 걸 하는 경험이 왜 필요할까요?
학교 수업도 유익하지만, 학교 수업에서 낼 수 없는 진짜 이야기가 많잖아요? 유스보이스에서 10 대 시절에만 할 수 있는 이야기와 목소리를 미디어로 표현한 경험이 저에게 큰 거름으로 다져진 것 같아요. 청소년 시기에 이렇게까지 직접 기획하고, 진행해봤으니 20 대에는 더 다양하고 새로운 걸 시도해 볼 수 있는 느낌이랄까? 앞서 말했듯 선한 영향력을 전달하고 싶은 그 당시 저의 메시지를 민들레 캠페인을 통해서 풀었고, 그 캠페인을 기획하고 운영하면서 그 당시 제가 하고 싶은 일에 대해 확신을 가진 것 같아요.
대부분의 대한민국 학생들은 공부를 하다가 대학교에 가서 과를 정하고, 그 뒤에 직업을 고민해요. 하지만 중, 고등학생 때 이런 고민이나 경험에 많이 노출되면 내가 뭘 하고 싶은지 더 깊이 고민할 수 있는 것 같아요. 고등학교 때부터 진로에 맞는 학과가 있는 학교를 선택할 수도 있고요. 공식 루트처럼 바로 대학에 가지 않을 수도 있죠. 그런 점에서 다양한 경험으로 쌓고 내가 진짜 하고 싶은 게 무엇일까 고민하는 시간들이 청소년 시절에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현재는 어떤 삶을 살고 있나요?
낮에는 광고 기획자, 콘텐츠 크리에이터로서 캠페인 기획이나 소셜 콘텐츠 연출을 하고, 평일 저녁과 토요일에는 학교 수업을 듣고 있어요. 고등학교 시절 대외활동을 즐겨했던 병이 다시 생겨서 종종 대학교 친구들과 공모전에 나가 상을 타기도 하고요.
아직 비대면이지만 학생회나 사진 동아리 등도 적극 참여하고 있답니다. 그 외에도 회사 생활을 오래하다 보니 너무 회사 일에만 집중하고 있고 내 것이 없다는 생각이 들었었어요. 그래서 사이드 프로젝트로 나만의 디자인 굿즈를 상품화하기도 하고 리사이클 제품을 와디즈에 펀딩하는 팀 프로젝트도 마케팅 파트를 맡아 진행하였어요. 그냥 이것저것 많은 경험을 꾸준히 도전하고 있습니다.(웃음)
사이드 프로젝트는 어떤 게 있나요?
저희 회사가 광고회사다보니 재능부자, 열정부자이신 분들이 참 많아요. 이미 독립출판 책을 내신 작가 분들도 계시고 일러스트 작가나 유튜버도 계시고요. 주변 환경이 저한테도 좋은 자극으로 다가와서 '나도 한번 만들어 볼까?' 하는 마음으로 사이드 프로젝트를 시작했어요.
그래서 뭘 만들어볼까 생각하다가 또래 친구들에게 인기있는 아이패드 파우치를 만들어보고 싶어서 도전해봤습니다. 쉽지만은 않았어요. 디자인 컨셉을 잡아 도안을 만들고, 공장과 여러번 미팅하며 제품을 만들고, 텀블벅 펀딩 상세 페이지를 기획하거나 네이버 스토어나 텐바이텐에 입점하며 판매의 과정을 몸소 느낀 좋은 경험이었어요. 지금은 10%정도 제품이 남아있어서 천천히 재고처리중입니다! (웃음)
회사 업무에서 하셨던 대표적인 콘텐츠는 무엇인가요?
지금이 연말 시즌이라 그런지 작년 겨울에 했던 바나나맛우유 ‘요술단지’ 캠페인이 기억에 남아요. 2020년 코로나 시기에 브랜드가 어떻게 하면 사람들을 위로해줄 수 있을까? 하는 질문에서 시작되었던 캠페인이었는데, 제품에 상표를 지우고 1670-2182 라는 번호를 인쇄해서 사람들이 소원 전화를 남길 수 있도록 하였어요.
코로나가 끝나길 바라며 '2021년 82와.'라는 의미로 뒷번호를 넣었는데, 아직 코로나가 끝나지 않았네요.(슬픔). 전국 편의점에 요술단지가 깔리면서 어린 아이부터 할아버지, 할머니까지 약 10만명에게 전화가 쏟아졌었어요. 보통은 소비자 반응을 댓글로 접하게 되는데, 이번에는 다양한 감정이 묻어난 사람들의 사연, 소원을 실제 목소리로 들으니 기획자 입장에서 감동이 배로 느껴졌던 것 같습니다.
사람들의 소원을 바탕으로 MZ세대에게 인기있는 아티스트가 노래를 만들어주었고 유명 애니메이터가 뮤직비디오를 그려주어서 더 많은 사람들이 볼 수 있게 되었어요. 500만회가 넘는 조회수를 기록하며 사람들의 마음을 울린 노래로 평가되었지요. 민들레 캠페인처럼 선한 영향력이 퍼져나간 것 같아서 개인적으로도 참 뿌듯했던 캠페인이었습니다.
앞으로의 유스보이스는?
고등학교 때의 유스보이스 활동을 합치면 1 년 정도예요. 사전제작지원까지 포함하면 한 학년을 넘게 다닌 거나 다름 없죠.(웃음) 청소년 시기에 유스보이스를 만나서 같이 기획하고 만들어나가는 프로젝트를 해서 너무 좋았어요. 앞으로도 제가 경험한 것처럼 청소년들과 만나서 무언가를 도전해보는 프로젝트를 해주셨으면 좋겠어요.
유스보이스를 사람으로 표현한다면? 저는 ‘좋은 어른’이라는 말이 제일 먼저 떠올라요. 청소년의 이야기를 잘 들어주고, 한번 너희가 해봐라고 말해주는 좋은 어른이요. 저의 청소년 시절 좋은 어른으로 와주셨듯이 지금처럼 한결같은 모습으로 청소년을 만나주고, 그들의 이야기에 귀 기울여주셨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