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스보이스 프렌토, 임창준
인터뷰어 : 유스보이스 프렌토, 임창준
인터뷰이 : 유스보이스 프로젝트 매니저, 윤성민.
청소년 시절 인간관계에 관심이 많았다. 다양한 사람 만나는 걸 좋아했고, 즐겼다. 다양한 대외활동을 했고, 유스보이스도 그중 하나였다. 프렌토 활동을 하며 모든 활동을 직접 기획하고, 참여하고, 활동했다. 나의 이야기에 집중하고, 경청하고, 수용해주는 경험이었다. 그전까진 스스로가 가진 능력에 근거가 없다고 생각했다. 남들 이야기 잘 들어주고, 아이디어를 내는 건 객관화할 수 없으니까. 하지만 유스보이스는 그런 나의 근거 없는 자신감을 믿어주었다. 그래서 유스보이스는 내게 특별하다. 전 프렌토 10기, 현 이천제일고등학교 상담교사 임창준님의 이야기다.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임창준입니다. 현재 이천제일고등학교에서 2년 차 상담교사로 근무하며, 교내 학생들의 정신건강과 정서적 안정을 지원하고 있습니다. 유스보이스 프렌토 10기로 활동했습니다.
유스보이스는 어떻게 만나게 됐나요?
학창 시절부터 새로운 사람 만나는 것에 흥미가 있었어요. 대외활동을 찾아보다가, 당시 청소년의 목소리를 응원한다는 유스보이스의 방향이 되게 매력적이었어요. 그래서 10기에 지원했고, 활동하게 됐습니다.
유스보이스 첫인상은 어땠나요?
우선 첫 인상은 돈이 많다? (웃음) 첫 면접 때 인상이 아직도 크게 남아요. 재단 공간에 갔는데, 주니어 면접장입니다,라고 준비되어 있었어요. 면접관이 총세분이셨는데, 뭔가 다 준비된 모습이었어요. 그간의 대외활동 면접과는 조금 다른 것 같달까. 두 번째로 기억 남는 건 유스보이스 랩(lab)에 갔을 때예요. 이태원에 있었는데, 공간 자체가 청소년이 무엇이든 할 수 있게 탁 트이게 만들어 놓았었어요. 그래서 '여기선 무엇을 하게 될까' 하면서, 호기심이 생기는 순간이었어요.
기억나는 질문은 무엇이었나요?
가장 당황스러웠던 질문이 '유스보이스와 어떤 프로그램을 함께 하고 싶은가요?'였어요. 당시 좀 창의적으로 보여야겠다 생각해서, 유스보이스 앱을 만들고 싶다고 했어요. 그걸 보고 제 가능성을 봐주신 것 같아요. 어떤 식으로 어플을 만들고 싶냐 물으셔서, 유스보이스가 홍보가 잘 안되고 있는 것 같다고 말씀드리면서 지금의 유스보이스를 더 잘 알릴 수 있는 방향성으로 하고 싶다고 말씀드렸어요. 프렌토를 하기 전까진, 저도 유스보이스를 모르고 처음 알았던 거니까. (웃음) 그게 아직도 기억에 남아요.
다른 대외활동도 하셨는데, 그 활동들과 어떤 점이 달랐나요?
생각해보면 대부분의 활동에서는 청소년들이 무언가 결과물을 창출하기 위한 가이드라인이 있었던 것 같아요. '우리의 연간 계획이 이러니까, 앞으로는 ~한 활동을 하게 될 거야.'라고. 청소년들은 그 짜인 것에 참여만 하는 거였어요. 플래시몹을 할 거야 라고 하면, 그 안에 내용을 짠다던지. 홍보영상을 만들 거야라고 하면, 그 영상만 만든다던지.
반면, 유스보이스는 연간계획이 크게 있긴 하지만, 큰 타이틀만 있고 구체적인 활동과 내용은 전부 프렌토가 알아서 짜는 거였어요. 활동 중에 미디어 컨퍼런스에 참여했는데, 구체적인 기획부터 홍보영상 촬영까지 전부 프렌토가 주축이 돼서 했었어요.
그런 차이점이 참여자 입장에선 어떻게 다르게 다가올까요?
청소년이다 보니, 기획부터 실행까지 직접 해본 건 유스보이스가 처음이었어요. 내가 행사에 영향력을 끼칠 수 있는 사람이구나와 소속감을 동시에 느끼는 경험이었어요. 제 삶에 유스보이스가 큰 부분인데, 그렇게 된 이유는 프렌토 활동을 하면서 유스보이스가 저한테 맡기는 부분과 기대하는 부분, 끌어내고 싶은 부분이 많았기 때문이에요. 또, 그런 부분을 실행할 수 있도록 해줬고.
가장 기억에 남는 건? 그 이유는?
프렌토 활동을 한지 벌써 9년이 됐는데도 기억 남는 게 많아요. 그중에도 가장 큰 행사였던 미디어컨퍼런스가 가장 기억에 남아요. 프렌토 주니어가 주체가 되어서 진행도 돕고, 기획도 돕는 게 많았어요. 특히 홍보영상의 경우는 프렌토 10기가 만들었어요. 블록이 떨이 지는 방식이었는데, 이 아이디어도 주니어에서 나온 거였어요.
처음에는 레고로 해보자 해서, 10기가 뿔뿔이 자기 지역으로 흩어져서 레고를 대여해보려고 했는데, 실패했어요. (웃음) 그래서 아이소핑크라고 플라스틱을 잘라서 스톤모션으로 촬영했던 게 기억나요. 홍보영상 하나 만드는데도 이렇게 힘이 드는구나 느꼈었고, 홍보영상뿐만 아니라 포스터도 만들고, 미디어 컨퍼런스 당일에 쇼 진행과 연극까지 전부 관여했었어요. 프렌토의 뜻이 프렌드 + 멘토라는 건데, 정말 청소년과 유스보이스를 연결한다는 의미에 맞게 활동했던 것 같아요.
~걸 할 거야 라고 했을 때 유스보이스는 어떻게 받아줬나요?
프렌토 안에서도 시니어와 주니어가 나뉘어 있지만, 전혀 차이 없이 주니어의 의견을 듣고, 오히려 더 들어줬던 것 같아요. 주니어는 청소년 당사자니까, 청소년의 마음을 더 이해할 수 있지 않을까? 해서 주니어의 의견을 더 경청하고, 수용하고. 항상 수용받는 기분이었어요. 이걸 꼭 말씀드리고 싶었어요. (웃음)
수용의 경험은 어떻게 남아 있을까요?
아까 잠깐 말씀드렸는데, 면접에서 유스보이스 앱을 만들고 싶다고 했었어요. 저는 무산된 줄 알았는데, 하루는 "너 저번에 앱 만들고 싶다고 하지 않았어?"라면서 한번 기획해서 만들어 보라고 하셨어요. 진짜 6명이 모여서 유스보이스 앱을 만들기 위해 고생했던 게 기억나요.
진짜 청소년의 말이나 생각을 허투루 듣거나 판단하지 않는 것 같았어요. 내가 지나가듯 한 면접의 답변도 기억하고, 수용하는구나 느꼈어요. 그런 점이 유스보이스의 강점 같아요. 청소년이 어떤 프로그램이든 참여할 수 있도록 열려 있으면서도, 청소년의 의견도 항상 수용하는 곳. 그게 유스보이스에 대한 저의 인상이에요.
유스보이스가 근거 없는 가능성을 인정하고 실현해줬다고. 근거 없다는 표현은 어떤 걸 말씀하시는 건가요?
제 청소년기를 다시 돌아보면, 이것저것 다양한 것에 관심이 많았어요. 그런데 제 그런 부분을 수치화해서 보여줄 수 없는 거죠. 뭐 자격증이 있다거나, 어학능력이 있다거나 그런 게 아니라, 이야기를 듣고, 아이디어를 내는 능력이 있는데 그걸 증명할 근거가 없는 거죠. 눈에 보여줄 수 있는 사실 이런 건 객관화할 수 없잖아요? 그래서 근거 없는 가능성이라고 했었어요.
그걸 증명할 수 없기 때문에 대외활동이나 면접에서 "어? 너는 그럼 어떤 걸 잘해?"라고 했을 때, "나는 착해(웃음).", "이야기를 잘 들어줘."라고 할 수 없으니 그런 부분이 열등감과 부족한 점이라고 생각했었어요. 저랑 같이 프렌토로 활동했던 친구들은 영상 편집을 잘하거나, 영어를 잘하거나, 진로가 확정된 친구들이 많았어요. 저만 어중이떠중이 같았거든요. 그런 게 부족하다고 생각했는데, 그럼에도 유스보이스는 저를 하나의 구성원으로 인정해주고, 제 의견에 항상 귀 기울여주고 수용해주고, 존중해주고. 동등한 선에서 봐줬던 것 같아요. 그렇게 인정받는 경험과 소속감을 느끼게 해 준 게 아닐까 싶어요.
내 가능성을 누군가가 믿어준다는 게 청소년 시기에 왜 중요할까요?
자기가 어떤 분야에서 효과적으로 일을 수행할 수 있다고 믿는 기대나 신념을 자기 효능감이라고 해요. 정체성을 확립하는 청소년기에 자기효능감을 느끼는 게 중요한데, 내 근거 없는 자신감이나 강점을 인정하고 수용해주는 경험이 쌓이면 '어? 그럼 나는 이런 분야에서 이런 역량을 펼칠 수 있겠다!'를 알 수 있다고 생각해요. 저역시도 프렌토 활동을 하며 '내가 만약에 앞으로 일을 한다면, 나 역시도 청소년들의 근거 없는 능력들을 먼저 알아차려주고 지원해 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었어요. 그런 점이 지금의 제 진로를 정하는데 큰 영향을 줬어요. 청소년기엔 특히나 이런 경험이 너무나도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청소년 시기에 진로 정하는 게 중요한데, 어떤 게 가장 중요할까요?
1년 6개월 동안 학교에서 일하면서 정말 많이 느낀 부분인데, 청소년기에 자기 시간을 돌아보는 게 부족해요. 다양한 체험이나 멘토링이 도움이 될 순 있지만, 가장 중요한 건 자기를 돌아보는 시간 같아요. 상담현장에서 이유 없고 터무니없이 자존감이 낮거나, 트라우마로 힘들어하는 학생들을 보면서 '왜 이렇게까지 힘들어할까' 고민을 하는데, 청소년들이 너무 자기를 돌아볼 시간 없이 재촉만 하며 살아와서 아닐까 싶어요.
공부를 계속해야 하고, 분위기 자체가 청소년에게 요구하는 역량이 많고, 공부도 잘해야 되고, 리더십도 있어야 되고. 미디어 콘텐츠가 발전하면서 스스로를 아는 시간이 부족하지 않나 생각 들어요. 정신건강 측면만이 아니라, 진로 측면에서도 자기를 돌아보고 돌보는 시간이 있었다면 그 안에서 '내가 언제 행복했지? 무엇을 할 때 내가 잘할 수 있을까?'를 고민하고 정할 수 있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그런 시간이 너무 중요하다는 걸 말해주는 누군가 있으면 좋지 않을까 하며 상담현장에서 청소년을 만나고 있어요. 그런 이야기를 가장 많이 하는 것 같아요. "00아 너는 행복할 때가 언제야?" 이런 이야기를 많이 하면서, 청소년이 '아 이런 걸 생각하는 게 중요하구나' 스스로 생각하고 깨닫게 해주고 싶어요.
학교 내에서 활동도 다양하게 하신 걸로 알아요.
올초 교내 행사로 진행한 것 중에, 유스보이스에서 했던 걸 활용해서한 게 있어요. 당시 '미디어 나이트'라고 청소년들이 랩실에서 밤을 새우면서 영화 보고, 노래 듣고, 미디어로 소통하는 게 있었어요. 당시 인디밴드 노래를 공유하면서, "나는 ~기분 일 때 이 노래를 들어, 이 노래에서 어떤 것을 받아."라면서 텐트에서 이야기 나눴어요. 그게 저한테는 정말 인상 깊게 남아 있거든요.
이걸 우리 학교 학생들에게도 적용하면 어떨까 싶었어요. 플레이리스트라는 이름으로 기획을 해서, 청소년들에게 음악과 사연을 받고, 틀어주는 거였어요. 나도 청소년 때 이걸 좋아했으니까, 다른 애들도 좋아하지 않을까 하고. (웃음). 1,100명 중 600명 정도 참여했는데, 단순하게 참여한 학생이 있는가 하면, 정말 깊은 사연을 적어서 보내준 학생 들고 있었어요.
"저는 우울하고, 자해하고 싶을 때 이 노래를 들어요. 왜냐하면 그럴 때 이 노래를 들으면, 위로가 되고 의미를 주기 때문이에요." 라면서.
그때 받았던 포스트잇을 아직도 보관하고 있는데, 그걸 한 장 한 장 보면서 스크리닝이 되기도 하고, 사연을 읽어주면서도 학생들에게 나 말고도 이런 생각을 하는 친구들이 있구나, 라면서 위로를 줬던 것 같아요. 이렇게 유스보이스에서 했던 것들이 영향을 많이 주고 있어요.
학생들의 반응은 어땠나요?
위클래스에 방문하는 단골 친구들이 있어요. "이번에 플레이리스트 행사 어땠어?"라고 물어보면 평을 남겨주는데, 한 번도 나빴던 게 없었어요. '학교에서 이런 거 경험하기 힘든데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이런 것도 있고요. 플레이리스트 말고 다른 프로그램을 했을 때 종이에 직접 후기를 남기게 했었는데, 나에 대해서 즐겁게 알아가서 좋았다는 친구도 있고, 새로운 이벤트에 참여해서 좋았습니다,라고 하는 친구도 있었어요. 또 여기에 참여해서 다른 친구들도 마음치유받아갔으면 좋겠습니다, 라는 것도 있었고. 이걸 보면 참 보람찬 직업이란 걸 느껴요.
유스보이스 활동을 통한 영향이 많으신 것 같아요.
청소년과 함께 생활하다 보니까, 이 자리까지 오기까지 유스보이스가 매 순간 영향을 줬어요. 대학교 입학 당시 면접 때도 유스보이스에서 했던 활동을 토대로 답변하기도 했고, 교사가 되어 교직관을 세울 때도, 유스보이스에서 느꼈던 경험들이 도움이 많이 됐어요. 물론 학교 내에서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실행하는 것까지도요. 청소년들에게 무언가 시켰을 때 눈이 반짝거리고, 성인들이 생각할 수 없는 창의적인 생각을 할 때 가장 즐거워요. 그런 청소년의 가능성과 근거 없는 자신감을 알아보는 교사가 되고 싶어요.
새롭게 나아가는 유스보이스는 어떤 걸 집중해야 할까요?
우선 유스보이스가 청소년의 목소리를 키워주겠다는 모토를 잊지 않고 10년을 유지했다는 게 대단하다고 생각해요. 학교 현장에 있다 보니까 나라는 정체성을 확립하는 게 중요하다는 걸 알고 있어요. 다만, 학교에서 학생 개개인의 욕구를 해소하고, 이끌어주기에는 한계가 있어요. 그럴 때 유스보이스 같은 단체들의 도움이 필요한 것 같아요. 교외 활동만이 줄 수 있는 경험과 영감, 소속감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청소년일 때도 그랬고, 지금도 그렇고 청소년이 가장 빛을 발하는 순간은 적절한 수준의 조력이 있었을 때 같아요. 앞으로 유스보이스가 이런 역할을 해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