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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스보이스 Feb 15. 2022

유스보이스를 통해
진짜 나를 만났어요

유스보이스 사전제작지원, 교육자, 멘토 장혜영


유스보이스를 통해

진짜 나를 만나다


인터뷰어 : 유스보이스 사전제작지원, 교육자, 멘토 장혜영

인터뷰이 : 유스보이스 프로젝트 매니저, 윤성민


#. 나를 사려깊게 만나게 해주다.

애니메이션, 영상, 글, 음악 등 다양한 미디어를 다룬다. 해당 매체를 통해 크던, 작던 꾸준히 자신의 목소리를 냈다. 유스보이스 사전제작지원으로 두 편의 애니메이션과 한 편의 다큐멘터리를 만들어 전주국제영화제에서도 상영이 되었다. 이후 유스보이스 미디어 교육자로 활동했고, 사전제작지원의 멘토로 활동했다. 멘토 당시 만났던 멘티와 꾸준한 인연이 되어 ‘어른이 되면'에 참여하기도 했다. 어릴 때부터 꾸준히 자신의 이야기를 했던 장혜영은 현재는 국회의원이 되어 사회에 꼭 필요한 목소리를 직접 내고 있다. 어릴때부터 지금까지 꾸준히 목소리를 낸 장혜영에게 유스보이스는 어떤 의미, 역할, 영향을 줬는지, 청소년 시기에 내 이야기를 했던 경험이 지금 어떤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 청소년 시기부터 내 이야기를 하는 게 왜 중요한지, 특정한 매체로만 표현하지 않고, 글/영상/애니메이션/음악 등 다양한 미디어 매체를 활용하는 이유는 무엇인지 들어본다.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반갑습니다. 대한민국 21대 국회의원으로 활동하고 있는 유스보이스의 오랜 친구, 참가자, 멘토인 장혜영입니다.



처음 유스보이스와 어떻게 함께 하게 되셨나요?

그때 제가 고등학교 2학년이었어요. 애니메이션고등학교에 다니고 있어서 영상을 공부하고 있었어요. 인터넷 검색을 하다가 사전제작지원을 알게 됐어요. 창작 활동하는데 돈을 지원한다, 이런 프로그램이 있더라고요. 진짠가? 하고 찾아봤는데, 진짜였어요. 마침 만들어 보고 싶은 게 있었는데, 이걸 통해서 한번 해볼까? 했고, 그렇게 만난 게 유스보이스와 첫 인연이죠.


사전제작지원으로 만든 작품 소개 부탁드립니다.

총 세 개의 작품을 만들었는데요, <수선화>, <숨은 가면 찾기>, <다크 나이트를 지켜죠>였어요.


<수선화>는 제가 유스보이스에서 사전제작지원을 받아서 가장 먼저 만든 짧은 애니메이션이에요. 클레이 애니메이션과 스크래치 기법을 함께 적용해서 만들었어요. 어떤 소녀가 화분을 선물 받았는데, 거기서 꽃이 안 피는 거예요. 왜 안 피는지 온갖 사람을 만나러 다니는 이야기였어요.


<숨은 가면 찾기>는 그다음 해에 사전제작지원을 받은 건데, 또 소녀가 나와요. (웃음) 무언가 저를 이입하고 있었던 것 같아요. 어느 순간부터 이 소녀를 온갖 표정을 가진 가면들이 쫓아오는 느낌이 들고, 거기서 도망치는 이야기였어요.


수선화 중
숨은 가면 찾기 중


마지막 <다크나이트를 지켜죠>는 청소년기가 지나고, 스무 살이 넘었을 때 만든 다큐멘터리인데요. 인터넷에서 애니메이션을 다운받아 보던 시기였어요. 그게 너무 좋다는 이유만으로 한국에서 정식 개봉되거나 배급되지 않은 작품들의 자막을 만드는 사람이 과연 누구일까, 그걸 추적하는 작품이었어요.


<수선화>와 <숨은 가면 찾기>는 10대 때 만든 작품인데, 나를 대입해서 하고 싶었던 이유가 있었나요?

그때 저는 영상을 만들고, 내 이야기를 하는 게 조금 멋있다고 생각했어요. 내가 이걸 통해서 반드시 이 이야기를 세상에 던져야지 하는 간절함보다, 미디어를 통해 내 안에 있는 특별한 부분을 사람들에게 표현하고 인정받고 싶었던 마음이 있었어요.


10대 때부터 작품을 만들고, 보여주고, 공감받는게 왜 필요하다고 느끼셨을까요?

내가 생각하고, 이야기하고 싶은 걸 때로는 영화로, 때로는 애니메이션으로, 때로는 글로. 다양한 모양에 담아서 표현하고, 사람들 반응을 받고, 나도 반응을 하면서 내가 어떻게 살고 싶은지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할 수 있었다고 생각해요.


정말 멋진 작품을 만들기보다, 정말 내 안의 목소리를 찾고 표현하는 과정에서 '내가 이런 사람이라고 생각했는데, 하다 보니까 사실은 저런 사람인 것 같아.'라면서 조금 더 나답게 사는 방법을 찾을 수 있었어요. 그래서 내 안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는 연습이 많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10대 때부터 그런 연습을 하는 게, 행복하게 살아가는 데 있어서 정말 중요다고 생각해요.


전주국제영화제에서 <다크나이트를 지켜죠>가 상영됐어요. 영화제에 상영됐을 때는 어떤 기분이었나요?

처음 전주국제영화제에 상영된다는 말을 들었을 때, 너무 기쁜 동시에 무서웠어요. 유스보이스 안에서 매년 작품 발표회를 해서, 같은 기수 참여자들끼리 작품을 나누는 경우는 있었지만, 국제영화제는 정말 차원이 다른 이벤트였거든요. 긴장도 굉장히 많이 했고, 그만큼 더 진지해졌어요.


사람들 앞에 선다는 것에 있어서 '내가 준비가 되어 있나?'라는 생각도 들고, 실제로 상영관에 갔을 때 앉지도 못하고 뒤에서 서성거리면서 내가 웃으라고 만든 부분에서 웃는지, 내가 슬프라고 만든 부분에서 슬픈지, 그 모습을 하나하나 보면서 진짜 긴장 많이 하고, 감동도 많이 받았어요.


국제영화제 상영과 일반 상영회 상영에는 어떤 차이가 있었을까요?

엄청 존중받는 기분이었어요. 영화제를 하더라도 그냥 영화제가 있고, 청소년 영화제가 있잖아요? 청소년영화제는 아무리 잘해도 '너희는 청소년이지.' 딱 규정하는 관점이 있었는데, 국제영화제에서 내 작품이 상영된 건 청소년이라는 카테고리가 아니라, 내 이야기가 그 이야기 자체로 존중받는다는 감동이 있었어요.


사전제작지원을 세 번 지원받으면서 좋았던 점, 특별했던 점은 무엇이었나요?

처음 유스보이스를 만났을 때 사실 충격적이었어요. '이렇게 밑도 끝도 없이 나를 믿어준다고?' 그때도 다양한 청소년 제작지원이 있었지만, 돈을 쥐어주진 않았거든요. 불안했던 거죠. 청소년이 돈 관리를 할 수 있을까? 라면서.


그런데 유스보이스는 너희가 그 무엇이든 목소리를 가지고 있을 거라고 생각해, 우리는 그 목소리를 내는데 함께 할게, 우리는 너희를 믿어라는 명확한 신호가 있었어요. 지금껏 받아본 적 없는 신뢰에 부합해야 한다는 태도가 마음속에 생긴 것 같아요. 그전까진 가져본 적 없는 태도예요. 




그전에는 "나는 괜찮은 청소년이에요, 좋은 걸 아주 많이 가지고 있어요."라고 말해야 했다면, 유스보이스는 거꾸로 내가 설득하지 않아도 먼저 신뢰를 줬어요. 그 때문에 더 잘하고 싶다, 더 좋은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는 생각을 했어요. 그래서 사전제작지원도 한번이 아니라 세 번까지 하고, 더 나아가서는 유스보이스에 무언가를 주고 싶다, 내가 청소년기 때 받았던 것처럼 지금의 청소년에게 무언가를 주고 싶다는 마음까지 이어졌어요.


유스보이스 교육자로 활동하게 되셨을 때, 어떤 마음가짐이었나요?

유스보이스는 교육 자체도 청소년과 어떤 걸 함께 해보고 싶은지부터 생각할 수 있게 해주고, 열고 싶은 강좌를 기획할 수 있게 해줬어요. 애니메이션 교육을 했는데, 애니메이션을 만들 때의 재미가 있다고 생각해서 기획했습니다.


다들 그런 경험 있잖아요? 수업 시간이 지루할 때 교과서 귀퉁이에 낙서하고, 어떤 친구들은 낙서를 여러 개 해서 파라락 했을 때 애니메이션이 되는 걸 보며 즐거워하고. 다들 그런 기억은 있으니까, 딱 그 정도로도 즐겁게 나를 표현하는 경험을 해보고 싶어서, 종이로 만드는 애니메이션 클래스를 만들었죠. 


페이퍼 애니메이션 교육은 어떤 활동이었나요?

페이퍼 애니메이션 만들기는 나 자신, 내가 좋아하는 사람 혹은 캐릭터가 움직이는 걸 한 장 한 장 손으로 그려서 만드는 과정이었어요. 가장 중요하다 생각했던 부분은 무엇을 그릴지 생각하는 부분이었어요. 그걸 정하기 위해 많은 사람이나 캐릭터를 떠올려보고, 왜 내가 그 캐릭터를 그리고 싶은지 찾고, 그렇게 애정이 있을수록 작업을 더 열심히 하게 되고, 이야기가 쉽게 되니까.


2013 유스보이스 미디어 컨퍼런스 애니메이션 클래스 중


그런데 정말 쉽지 않거든요, 그 작업이 (웃음). 정말 한 장 한 장 그려야 되고, 라이트박스가 있어서 거기에 원본 그림을 넣고, 하얀 종이 위에 불을 켜면 따라 그리기 쉬웠어요. 그 도구를 가지고 열심히 한 장 한 장 그렸네요. 그래서 저희 클래스는 조용했어요. (웃음). 막 사사사삭 펜 소리만 나고. 


교육 중에 기억 남는 에피소드?

가장 기억에 남는 건 어떤 이야기를 만들고 싶은지 물어봤을 때 저도 생각지 못한 문제의식을 가진 청소년들이었어요. 그걸 들을 때마다 놀랐던 기억이 있어요. 그런데 안타까운 건, 정말 기획서를 엄청 열심히 방대하게 썼는데, 학원 가야 돼서 이걸 마음껏 원하는 수준으로 완성하지 못한 경우가 있었어요. 부모님과 시간을 두고 다투는 걸 볼 때마다 안타까워했던 기억이 있어요.



대표적인 혜영님의 작품으로 '어른이 되면'이 있어요. 어떤 계기로 제작이 됐을까요?

살면서 내가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걸 미디어로 말할 수 있다는 걸 깨닫고, 연습하면서 살다 보니까 제 인생에서 제일 중요하다고 생각했던 문제를 이야기하고 싶었어요. 그러던 중 장애가 있는 동생과 같이 사는 제 이야기를 세상 사람들과 나누고 싶었어요.


동생은 장애가 있어서 집 근처 장애인 거주 시설에 오래 살았는데, 그곳 생활을 끝내고 저와 살기로 마음먹고 첫 6개월 동안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를 사람들과 나눌 수 있는 영상으로 만들고 싶다는 생각을 했죠. 그런데 자금이 부족하니까 크라우드 펀딩으로 사람들과 만나야겠다 생각을 했어요.


어른이 되면 스틸컷


그래서 크라우드 펀딩 기획서를 쓰는데, 저로서는 너무 익숙한 거죠.(웃음). 유스보이스에서 했던 거랑 다르지 않잖아요? 기획 의도가 뭔지, 연출 의도가 뭔지, 왜 이걸 사람들이 굳이 돈을 주면서 만들어져야 한다고 생각하는지. 그걸 쓰는 훈련이 이미 되어 있었기 때문에 '어른이 되면' 프로젝트로 자연스럽게 만들 수 있었다고 생각해요.




어른이 되면을 유스보이스에서 만난 멘티와 함께 만드셨어요. 어떻게 함께 만들게 되셨나요? 

지금은 이은경 감독으로 알고 있는 분이 더 많을 수도 있겠네요. 유스보이스에서 처음 만날 당시 이은경 감독은 고등학생이었고, 저는 성인 멘토로 함께 했었어요. 이은경 감독이 다큐멘터리 프로젝트를 가지고 왔기 때문에 면접부터 제가 있었고, 통과가 돼서 저와 멘토 멘티 관계로 프로젝트를 시작했어요.


멘토 멘티라고 명명하긴 했지만, 그보다는 협업 관계가 더 가까웠어요. 이은경 감독이 워낙 작업하는 태도가 진지하고, 끝까지 책임지고, 정말 자기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또렷이 하고 싶어 해서 엄청 멋있는 감독이구나 생각을 했었어요. 그 때문에 제가 '어른이 되면'을 작업하게 됐을 때, 제가 쓴 이야기를 보여주면서 꼭 같이 해보고 싶다고 제안을 했고, 그걸 받아줘서 촬영 감독이자 등장인물로 도움을 줬어요. 이제는 추억처럼 이야기하고. 즐겁게 이야기 나눠요. 유스보이스를 통해서 만난 인연이에요.


10대부터 지금까지 영상, 글, 애니메이션, 음악으로 계속해서 혜영님의 목소리를 내고 있는데, 이렇게 미디어를 통해 꾸준히 목소리를 내는 원동력이 있나요?

그건 너무 명확한데요,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어서예요. 하고 싶은 이야기라는 건 내 마음속에는 있는데, 아직 다른 사람들은 내가 가지고 있는지 모르는 그런 이야기인 거죠. 어떻게 하면 다른 사람들한테 잘 전할 수 있을까? 고민을 하는데 저는 여러 미디어를 만나며 해볼 수 있는 행운이 있었기 때문에 여러 도구를 사용할 수 있는 거죠. 음악으로 이야기하는 게 제일 잘 들릴 것 같아, 그럴 때는 음악으로 해볼까? 영상으로 하는 게 좋을 것 같으면, 영상으로 해볼까? 이렇게 다양한 방식으로 하다 보니까 그때그때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해왔던 거구나 싶어요.


청소년 때부터 미디어로 나를 표현한 경험이 현재 혜영님께 어떤 영향을 주었을까요?

예나 지금이나 청소년기는 내면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기가 쉽지 않았던 것 같아요. 물론 내 생각, 느낌, 좋고 싫음이 있지만, 내 이야기가 존중받기보단 남의 이야기 듣기 바쁜 시기잖아요? 내 마음에 있는 여러 목소리 중에 내가 정말 하고 싶은 목소리를 찾는데 정말 많은 시간이 걸려요. 유스보이스 활동은 오랜 시간이 걸리는 그 작업을 할 수 있게 해 준 것 같아요.




청소년기 때부터 작업을 하면서 느낀 건, 내가 만들기 했지만 내 이야기가 아닌 것 같은 걸 만들었을 때와 다른 사람에겐 별 의미 없을지 몰라도 이 이야기를 하고 나니까 속이 시원해, 내 이야기 같아를 구분하는 경험을 했다고 생각해요. 내가 생각하기에도 정말 내 이야기인 것과 다른 사람이 들었을 때 좋아할 것 같은 이야기를 구분할 수 있는 감각이 조금씩 쌓인 게 아닌가 싶어요.


지금의 혜영님이 있기까지 유스보이스는 어떤 존재일까요? 영향을 줬을까요?

유스보이스는 저를 믿고 기다려주는 역할이었어요. 또 유스보이스를 통해 나를 만났다고 생각해요. 나라는 사람이 목소리를 가지고 있다는 걸, 나만의 목소리가 있다는 걸 인정해주고, 지지해주고, 믿어주고. 그걸 통해서 나라는 사람을 온전히 고민할 수 있도록 시간을 지원하고, 미디어로 표현할 수 있도록 응원하면서 굉장히 사려 깊게 나를 만나게 해 줬어요. 


누군가는 가족들한테, 누군가는 친구들을 통해서 인정받고 신뢰받을 수도 있겠지만, 저는 그렇지 못했었거든요. 내가 어떤 사람인지 잘 모르겠고, 어떻게 인생을 살아야 할지 충분히 여유를 가지고 고민하지 못했는데, 유스보이스가 저를 믿고, 기다려주면서, 진정한 나 자신을 만나도록 도와줬다고 생각합니다.


유스보이스가 사단법인으로 독립을 했어요. 앞으로 유스보이스는 어떤 모습으로 나아가야 할까요?

유스보이스가 오랜 시간 걸어오면서 천의 매력을 가졌다고 생각해요. 그럼에도 더 바라는 건 청소년에게 나 자신을 돌아보고,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을 주는 사려 깊은 친구의 모습을 계속 가져갔으면 좋겠어요. 그리고 그렇게 나를 발견하고 나면 다른 사람과 연결되고 싶어 져요. 그렇게 연결되는 공간으로 남아주었으면 좋겠고, 그 연결의 한 점으로 장혜영도 여기 있다는 말씀을 꼭 드리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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