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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스보이스 Feb 15. 2022

직접 찾아와,
마이크를 쥐어 줬어요.

유스보이스 사전제작지원, 김수미



직접 찾아와

마이크를 쥐어 줬어요


인터뷰어 : 유스보이스 사전제작지원, 김수미

인터뷰이 : 유스보이스 프로젝트 매니저, 윤성민.


#. 마이크를 주다

창원에서 고등학교를 다녔다. 지방에선 내가 하고 싶은 분야에 자문받을 곳이 없었다. 그래서 찾아간 ‘창원 영상 학교'에서 유스보이스를 소개받았다. 사전제작지원에 지원했고, 처음으로 서울을 경험했다. 면접에서 청소년이 아닌, 한 명의 지원자로서 하고 싶은 이야기가 무엇인지 궁금해하고, 멘토링에서 하고 싶은 이야기를 마음껏 하라는 태도가 인상 깊었다. 내 이야기를 하려면 마이크를 쟁취해야 하는 현실에서, 유스보이스는 마음껏 네 이야기를 하라며 마이크를 쥐어줬다. 그 후 꾸준히 글을 쓰고 있다. 얼마 전엔 ‘애매한 재능'을 출간했다. 애매한 재능을 가진 사람이 꿈을 이루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웃픈 에세이다. 글쓰기는 자신의 생각을 전달하는 쉽고도 정확한 방법이지만, 꾸준히 해보지 않으면 장벽이 큰 영역이기도 하다. 시간이 흘렀지만 여전히 지역의 청소년들이 자신의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창구는 드물다. 청소년 시기, 유스보이스를 통해 지역에서 자신의 이야기를 했던 김수미 작가에게 그때의 이야기와 앞으로의 유스보이스가 해야 할 이야기를 들어본다.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김수미입니다. 유스보이스를 통해 ‘생리해 주세요'라는 페이크 다큐멘터리를 만들었고, 현재는 글을 쓰고 있습니다. 얼마 전 ‘애매한 재능'이라는 에세이를 출간했습니다.


애매한 재능은 어떤 책인가요?

애매한 재능은 '서울에 산다면 과연 꿈을 이루기 쉬웠을까?', '재능이 애매한 사람이 계속 하고 싶은 일을 해도 될까?', '기혼 유자녀 여성이 계속 꿈을 꿀 수 있을까' 라는 질문을 던지는 책이에요. 한마디로 '~하다'라는 동사에 소중함을 부여하는 에세이라고 생각해요. 우리 사회는 ‘~되다'에 의미를 두는 사회라고 생각해요. 그런 사회에서 ~되다보다 ~하다에 가치를 두고 사는 사람의 이야기입니다. 글을 쓰고 싶었던 어렸을 때부터, 글을 쓰고 있는 현재까지 어떤 시간을 보냈었고, 어떤 생각을 했었는지 담았습니다.


청소년기부터 창원에서 창작활동을 하신 걸로 알아요. 서울에 있던 유스보이스와 어떻게 함께하게 되셨나요?

창원에서 인문계 고등학교를 다녔어요. 지금도 그렇지만, 당시 지방에선 제가 배우고, 하고 싶은 것에 조언받을 인프라가 없었어요. 아직도 기억나는 게 학교 선생님께 글을 쓰고 싶다고 하니 “수미야, 너의 진로에 대해서 내가 해줄 말이 없다.”라고 하셨어요.


그때 마침 ‘창원 청소년 영상학교'에 갔었는데, 그곳 선생님이 유스보이스를 소개해주셨어요. “사전제작지원이라는 게 있다, 한번 지원해봐라.”라고 하셔서, 함께 활동하던 친구와 ‘생리해주세요.’로 지원하게 됐어요. 그때가 처음 시작이네요.



당시 서울의 경험이 남달랐을 것 같아요. 어떤 점이 새로웠나요? 

그때가 첫 서울이었어요. 지방에 사는 두 청소년이 처음으로 서울 여행을 간 거였어요. 엄청 떨렸고, 신기했어요. 압도적이었고. 나이키 매장이 2층인 게 너무 충격이었어요 (웃음). 지역에 사는 사람일수록, 어릴 때부터 서울을 경험해야 하는 것 같아요. 빨리 경험할수록 시야가 넓어지는 일이라고 생각해요. 압도되기도 하고, 기대되기도 하고. 여러모로 좋은 충격이었습니다.


사전제작지원 면접 당시 유스보이스의 인상은 어땠나요? 

인상 깊었던 건 끊임없이 할 얘기가 있느냐는 질문이었어요.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는지 물어보고, 어떤 이야기인지, 왜 하고 싶은지를 물었어요. 또 저의 답변을 잘 들어줬어요. 한 명의 어린 청소년으로 보는 게 아니라, 내 이야기를 할 준비된 사람으로 봐줬어요. 그렇게 내가 하고 싶은 게 무엇인지 면접관이 물어주니, 저도 제 이야기를 성심성의껏 말하게 됐고. 그 경험 자체가 너무 좋았어요. 


사전제작지원으로 ‘생리해 주세요'를 만들었어요. 어떤 취지와 계기로 만들게 되셨는지 알려주세요.

창원 청소년 영화 학교에서 생리에 대해서 공부하고 있었어요. 하루는 영상 학교 선생님이 “너희 이거 영상으로 만들어봐.”라고 제안을 주셨어요. 그 제안을 받고 만들게 된 거예요. 사람들이 생리라고 하면, 의례 부끄러워하고, 말하기 꺼려하는데 그래야 하는 건가?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이걸 재밌게 만들어보자, 고 해서 만들게 됐어요.


거리에 나가서 사람들에게 생리에 대해서 물으며 인터뷰도 하고, 학교 남학생 친구들이나 선후배들한테 직접 생리대를 체험해 보게 하고. 생리송도 만들어서 부르고. 그렇게 생리를 재밌게 풀어보자고 생각하고 만들었어요. 실제로도 재밌었어요. 그리고 추후 들은 이야기지만 학교 선생님이 유스보이스에 문의하여 성교육 시간에 이 영상을 보여주었다고 하더라고요. 


생리해 주세요 중
생리해 주세요 중


사전제작지원을 하면서 멘토링이 함께 진행된 것으로 알아요. 주로 어떤 내용의 멘토링이 이루어졌나요?

당시 멘토 선생님이 창원까지 내려오셨는데, 그때마다 저희가 하는 이야기를 잘 들어주셨어요. 그리고 하신 말씀이 “너희들이 하고 싶은 이야기를 마음껏 해라.” 였어요. 대개 이런 말을 안 해요. 어른들이 틀을 만들어 놓고, 그 안에 청소년들의 이야기를 끼워 넣으려고 하지. 


유스보이스는 그렇지 않았어요. 청소년이 하고 싶은 이야기라면, 온전히 그걸 잘 풀어낼 수 있도록 해줬어요. 그 덕분에 당시 하고자 했던 이야기를 더 잘해야겠다 생각을 했고, 자신감이 생겼어요. 멘토링을 할 때마다 멘토님께 결과물 진행 과정을 알려드렸는데, 그게 일종의 사회적 약속이었다고 생각해요. 내 이야기를 기대하고 기다리는 사람이 있다는 생각에 그 약속을 깨면 안 되겠다 생각했던 것 같아요.


사전제작지원을 하시면서 미디어캠프도 경험한 것으로 알아요. 미디어캠프의 경험이 어떤 영향을 미쳤나요? 혹은 어떤 전환점이 됐나요?

당시 미디어 캠프를 통해서 저처럼 사전제작지원을 하는 청소년들을 만났어요. 내가 살던 지역이 아닌, 다른 지역의 청소년들을 만나고 그들이 하는 이야기를 듣는 것 자체도 굉장히 좋았어요.


더 인상 깊었던 건, 미디어캠프에서 진행된 태도였어요. 당시 캠프 선생님과 저 같은 청소년들이 모여서 이야기를 나누는데, 이런 규칙을 말씀하셨어요. “어느 지역에서 왔는지, 여자 친구 혹은 남자 친구가 있는지를 묻지 않는다.” 지금은 이런 게 당연한 시대지만, 당시만 해도 낯설고 충격적이었어요. 이런 게 있구나, 라면서. 이런 작지만 소중한 태도가 다양한 사람을 존중하게 했고, 지금까지 이어져오고 있습니다.


창작자로서 기본 태도를 배운 것 같아요. 이런 태도와 가치가 엄청 중요한데, 청소년기에 경험하지 않았다면 아마 오랜 시간이 걸려서야 배울 수 있었을 거라고 생각해요. 



청소년기부터 현재까지 자신의 목소리를 미디어로 표현하고 있는데, 청소년기에 자신의 목소리를 미디어 표현하는 것은 왜 중요할까요?

해보지 않으면 모르는 영역이 있어요. 창작이 그렇다고 생각해요. 과거에 ‘창작은 특별한 사람이 하는 거다’라는 인식이 있었어요. 미대 가는 애들이 그림 그리는 거고, 영화하려는 애들이 영상 찍는 거라고. 물론 요즘은 유튜브로 다양한 사람이 영상을 할 수 있다고 하지만, 사실 해보지 않으면 모르는 거잖아요? 그런 시도는 빠를수록 좋다고 생각해요.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나만의 방법대로 하게 되면, 그 문이 더 빨리 열린다고 생각합니다. 청소년 시기에 그런 경험을 하지 않으면, 정말 시간이 오래 걸려서야 그런 표현을 하게 되는 것 같아요. 


앞으로의 유스보이스는 어떤 모습이 되어야 할까요?

과거의 저의 경험을 토대로 이야기해보면 그 당시에는 내가 무언가를 말하고 싶으면, 어떻게든 경쟁을 뚫고 마이크를 쟁취해야 했던 것 같아요. 말하고 싶은 게 있다고 해도 기회가 적었고, 어떻게 말해야 하는지 도움받을 곳이 적었어요. 


그런 과정에서 유스보이스를 만난 것이고, 저에게 ‘너 해도 된다. 네가 할 수 있도록 우리가 지원해준다. 그러니 네가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면 꼭 해라.’라고 말해주고 확신을 줬어요. 그런 든든함 덕분에 더 말할 수 있었어요. 특히나 지방에 있던 제게는 그런 기회 자체가 너무 귀하고 값진 경험이었어요.


그때 제가 느꼈던 지역의 격차가 지금도 이루어진다고 봐요. 앞으로의 유스보이스는 그때의 저에게 그랬던 것처럼 지역에 있는 청소년들도 그들이 하고 싶은 말과 이야기가 있다면, 경쟁을 통해 쟁취하는 게 아니라, 직접 찾아와서 마이크를 쥐어줬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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