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유스보이스 Feb 15. 2022

우물 안 개구리의
세상을 넓혀주었어요

유스보이스 프렌토, 사전제작지원. 윤재원 


우물 안 개구리의

세상을 넓혀주었어요.


인터뷰어 : 유스보이스 프렌토, 사전제작지원. 윤재원

인터뷰이 : 유스보이스 프로젝트 매니저, 윤성민.


#. 우물 밖 세상을 보게 되다

시니어 프렌토로 처음 유스보이스와 만났다. 다양한 활동으로 청소년과 교류했다. 전주국제영화제 홍보영상을 함께 만들고, 상영회를 진행했다. 준비하는 과정에서 청소년들의 참신한 생각과 자유로운 의견교환을 보았고, 청소년 감독들의 솔직한 자기표현을 경험했다. 그 모습에 자극을 받아 사전제작지원으로 ‘할머니를 부탁해'를 제작했다. 어릴 때부터 궁금했던 할머니의 이야기를 담으며, 스스로 무엇을 좋아하고, 잘하는지를 알게 됐다. PD가 된 현재, 그때 느낀 부분들을 일하는 마음가짐으로 삼고 있다. 유스보이스는 청소년이 나다움을 알고, 솔직하게 자기 이야기를 표현하길 원한다. 윤재원 PD에게 유스보이스의 경험이 현재의 자신에게 어떤 영향을 주었고, 주고 있는지 그 이야기를 들어본다.



안녕하세요,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윤재원입니다. 유스보이스에서 프렌토와 사전제작지원으로 활동했고, 현재는 tvN에서 5년 차 PD로 일하고 있습니다. 



유스보이스에 어떻게 처음 함께 하게 되셨나요?

8년 전, 대학생 때 막연하게 PD를 꿈꾸고 있었어요. 한창 미디어 관련 대외활동을 찾고 있었는데, 유스보이스 프렌토에서 제가 원하는 활동을 할 수 있다고 해서 지원하게 되었습니다.


당시 프렌토는 청소년 주니어와 대학생 시니어로 나누어져 있었어요. 청소년들과 함께 활동하며 기억나는 건 무엇인가요?

전주국제영화제 청소년 특별전에서 유스보이스 홍보영상을 상영했었어요. 당시 중고등학생이었던 주니어와 대학생이었던 시니어가 팀을 이뤄서 짧은 홍보영상을 만든 게 기억나요. ‘10대가 목소리를 낼 수 있도록 해주겠다.’는 의미를 담은 영상이었어요. 마이크도 소품으로 활용하고, 청계천에서 기타 치는 씬도 찍고.


대학생 때 교복 입은 친구들이랑 무언가를 같이하고, 노는 경험이 쉽지 않잖아요 (웃음). 그래도 영상 만들며 회의를 하고, 영상을 찍고, 같이 밥도 먹고. 재밌었어요. 그때 10대 청소년들이 자유롭게 의견을 내고, 솔직하게 말하는 모습이 인상 깊었어요. 10대만이 줄 수 있는 에너지랑 반짝임이 있는 것 같아요. 친구들이 연기도 잘해주고, 정말 열심히 해줘서 결과물도 만족스러웠어요.


전주국제영화제 홍보영상 촬영 중


전주국제영화제 청소년 특별전에서 사회도 하셨어요. 그때 상영되었던 청소년 감독들의 작품과 대화는 재원님에게 어떻게 남아 있나요.

콘텐츠 업에서 일하다 보니까, 굉장히 많은 인력과 돈이 들어간 팔릴법한 이야기를 자주 봐요. 그런데, 그때 청소년 감독들이 만든 작품을 떠올려보면 투박하지만, 진정성 있는 자기 이야기여서, 다시 봐도 눈길이 거어라고요.


모두 자기 이야기로 만든 거잖아요? 누군가는 담배 피우며 방황하다가 상담 선생님이랑 친해져서 담배를 끊는 이야기를 만들고, 누군가는 그냥 스트레스 풀고 싶어서 야자 째는 이야기를 만들고. 모두 그 나이에만 할 수 있는, 평범하고 사소한 이야긴데. 그래서 더욱 좋아요. 


영상이라는 미디어 매체를 통해 10대 만의 고민과 10대만이 할 수 있는 이야기를 풀어낸 모습이 그때도 좋았지만, 지금 보니 더욱 좋아 보여요. 그때만 가지고 있고, 할 수 있는 이야기와 고민으로 작품을 만들었다는 게 굉장히 의의가 있는 것 같아요.


전주국제영화제 청소년특별전에서 사회를 보고 있는 재원님


재원님도 사전제작지원으로 작품을 제작했어요. 어떻게 만들게 되었나요?

전주국제영화제에서 청소년 감독들이 만든 작품을 보면서 저도 한번 만들어 보고 싶었어요. 원래도 다큐멘터리 PD가 되고 싶다는 생각이 계속 있었고, 사람들 이야기 담는 게 좋았어요. 그래서 '할머니를 부탁해'라는 작품을 만들었습니다.


할머니라는 소재를 선택한 이유는, 제가 어릴 때부터 가까운 사람 중 가장 미스터리 하고, 알고 싶은 분이 외할머니였어요. 당시만 해도 손자를 손녀보다 예뻐하는 풍토가 남아있었는데, 저희 외할머니는 그런 게 하나도 없이 너무 예뻐하시며 길러 주셨거든요.


그게 놀라웠던 이유는 한 가지 비밀이 때문인데요. 사실 저희 외할머니가 제 친 외할머니가 아니세요. 그걸 초등학교 6학년 때 처음 알았는데, 너무 충격적이었어요. 한 번도 피가 섞이지 않았을 거란 생각을 안 해봤거든요. 그만큼 저를 사랑해주시고, 아껴주셨어요. 


어떻게 피 한 방울 섞이지 않은 우리 엄마랑 손자, 손녀에게 그런 정성과 애정을 쏟을 수 있었을까. 그게 궁금해서, 할머니 다큐멘터리인 ‘할머니를 부탁해' 작품을 만들게 됐습니다.


할머니를 부탁해'를 만들며 다양한 이야기들이 오고 갔을 것 같아요.

아무래도 외할머니 이야기니까 저희 가족과 친지들 인터뷰할 기회가 많았어요. 엄마, 이모를 인터뷰하며 다양한 이야기를 했어요.


사실 제일 가까운 사람들이지만 인터뷰할 경험은 없잖아요? 그런데 인터뷰를 하면서 처음으로 속 깊은 이야기도 듣고, 돌아가신 외할머니 이야기를 하시면서 엄마랑 이모가 많이 우신 게 기억에 많이 남아요. 저도 같이 울고. 


또 평소에 저만 알고 있었던 외할머니, 외할아버지의 매력을 담으려고 했어요. 외할아버지가 술을 좋아하시는데, 손녀 왔다고 와인을 잔에 꽉 채워서 따라주시고 (웃음), 외할머니는 레슬링을 즐겨 보세요. 그런 게 되게 신기하고 귀엽잖아요? 그 매력을 보여주고 싶어서 영상에 담았는데, 전주국제영화제에 상영됐을 때, 보시는 분들이 재미있어해 주시더라고요. '내가 발견한 매력을 사람들도 좋아해 주시는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할머니를 부탁해'를 직접 만드시면서, 재원님에 대해 더 알게 되었나요?

다큐멘터리를 제작하면서 알게 된 점인데, 저희 가족이나 외할머니처럼 평범한 사람들도 다 자기만의 이야기가 있더라고요. 그런 세계를 인터뷰하면서 간접적으로 경험하고, 그걸 통해 제 세계가 넓어졌어요. 덕분에  ‘아 사람들 인터뷰하는 게 재밌구나. 사람마다 이야기가 있고, 그걸 담는 걸 좋아하는구나'를 알게 됐어요. 내가 아는 세계가 조금 더 넓어지고, 덩달아 나에 대해 더 알게 된 계기였어요. 내가 무엇을 좋아하는지, 원하는지, 또 무엇을 하고 싶은지 알게 되니까, 우물 안 개구리였던 내가 아는 세계가 조금씩 넓어지는 것 같았어요.


할머니를 부탁해 중


진짜 원하던 PD가 되셨어요. 유스보이스의 경험이 어떻게 영향을 주고 있을까요. 

‘할머니를 부탁해'를 만들고, PD 시험을 보러 다닐 즈음 ‘꽃보다 할배'가 엄청 유행했어요. 그 작품들이 할아버지들의 귀여운 매력을 잘 뽑아낸 프로그램이잖아요? 저도 면접 때 그 부분을 많이 어필했어요. "저도 외할머니, 외할아버지의 매력을 뽑아낸 영상을 만득적이 있다."면서 (웃음).


또 다른 점은 일 할 때의 태도예요. 프렌토 활동을 하며 주니어 친구들과 자주 일했어요. 10대 친구들의 아이디어가 대단하지 않다고 생각할 수 있는데, 그 친구들의 아이디어가 더 참신하고 통통 튀는 경우를 많이 접했거든요. 청소년들의 솔직하고 자유로운 모습도 인상이 깊었고요.


그런 자유로움과 솔직한 모습에서 나오는 아이디어가 더 참신하고, 업무 해결 능력을 보인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저보다 연차가 적은 분들과 일을 할 때도 프렌토 때처럼 굉장히 참신한 아이디어와 해결책이 나올 수 있다는 생각으로 일을 하려고 노력합니다.



청소년 시기에 나에 대해 알고, 표현하는 경험이 왜 필요할까요?

제가 대학교 다닐 때, 정치외교학 전공이었어요. 어느 날 과외 공고를 봤는데, 어떤 어머니께서 초등학생인 딸한테 서양 철학사를 가르치고 싶다고 하셨어요. 철학 토론 대회, 논술 대회에 도움이 된다고. 아마 입시 때문에 그러셨던 것 같아요. 하지만, 초등학생이 그런 고급 지식을 배운다고 해서 그 아이의 인생이나 정서발달에 큰 도움이 될까?라는 의문이 들더라고요.


저는 각자의 나이에 맞는 이야기가 있다고 생각해요. 그 나이 때 읽는 이야기와 그 나이 때만 가질 수 있고, 할 수 있는 이야기가 있어요. 그때의 관심사, 그때의 감정, 그때의 이야기를 꾸준히 하고, 그 경험이 겹겹이 쌓이다 보면 본인이 어떤 걸 하고 싶은지, 해야 하는지, 원하는지 명확해진다고 생각해요. 그렇게 자기가 뭘 원하는지, 나이에 맞게 알아가면서 성장해야 자기 자신을 놓치지 않고 자기 이야기를 할 수 있는 사람으로 성장한다고 믿어요. 그게 청소년 시절에 경험할 수 있는 가장 큰 깨달음 아닐까요? 내가 정말 하고 싶은 게 뭔지 알고, 나 자신을 아는 게? 그런 뒤에야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할 수 있으니까.


그렇지 않고, 대학을 가기 위한 무엇, 상장을 받기 위한 무엇을 위해 공부하면 정작 자기 자신에 대해서는 전혀 모르면서, 상장과 대학만을 위한 기계처럼 살고, 가장 중요한 자기 자신은 놓치면서 사는 것 같아요.




유스보이스가 사단법인으로 새롭게 출발해요. 새 출발 하는 유스보이스가 놓치지 말아야 할 것과 새롭게 가져가야 할 건 무엇일까요? 

유스보이스의 좋은 점이 지원할 때 크게 대단한 걸 하지 않아도 된다는 점이에요. '이게 될까?' 싶은 것도 시나리오를 가져가면 이야기를 들어보고 '그 사람만의 이야기다. 진정성 있다.' 하면 지원해 주세요. 그런 점이 청소년분들이 자기만의 영상을 제작하고 싶을 때, 두드려볼 수 있는 활짝 열린 문이라고 생각해요.


제가 외할머니 관련 시나리오를 들고 았을 때도 그랬어요. 굉장히 평범하고 사소한 이야기잖아요? 내가 내 할머니 이야기하겠다는데 누가 '그래 만들어 봐' 하고 지원해주겠어요. 근데 유스보이스는 그걸 해줬고, 그렇게 사소한 이야기에 귀 기울여주는 게 유스보이스만이 할 수 있고 잘하는 일이라고 생각해요.


늘 해오던 대로 청소년이 이게 될까? 싶은 걸 가지고 왔을 때. “네 이야기니까, 괜찮아. 해봐. 해보자.”라고 해주셨으면 좋겠어요. 그런 이야기에 귀 기울여주고, 청소년 자신의 이야기라면 시작할 수 있도록 지원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이전 04화 유스보이스를 통해 진짜 나를 말했어요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