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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무중력지대 성북 Feb 28. 2020

제로웨이스트_ 우리에게 마음의
자립이 필요한 이유

커뮤니티학교: 다양성04 스몰피스클럽 ‘이가은’

2019년 한 해 동안 무중력지대 성북(무중력지대 성북@아리랑고개, 이하 무지랑)은 사회의 중력에서 벗어나 삶의 궤적을 그리는 청년들을 만났습니다. 한해의 소중한 만남을 담아 이들 청년의 이야기가 모두의 경험이 되도록 공유합니다. 


이번에는 다양성에서 배울 거리를 만드는 느슨한 유대 커뮤니티 프로그램인 커뮤니티학교, 그중 제로웨이스트 모임인 스몰피스클럽을 진행한 이가은 님의 이야기를 전합니다.



인터뷰 참가자: 이가은

관심/주제: 일상에서의 다양한 제작활동, 생활에서 제로웨이스트 실천하기 

참여사업: 커뮤니티학교|다양성04 스몰피스클럽




왜 항상 내가 행동하려면 소비해야 할까. 이게 불편했어요.


Q. 스스로를 어떻게 소개하고 싶어요? 


좋아하는 많은 것을 취미로 보는 사람이라고 할 수 있어요. 호기심이 많아서 시작하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입니다.  프로젝트성으로 뭔가 하는 걸 좋아하고 흥미를 느끼는 주제를 바로 실행해야 만족해요. 옛날부터 취미가 많아 ‘취미지향’이라는 제목의 블로그도 운영했어요. 취미는 제 삶의 큰 기반이거든요. 


Q. 이번에 무지랑과 제로웨이스트를 다루는 ‘스몰피스클럽’을 함께 하셨죠. 언제부터 ‘덜 소비하는 삶’ 혹은 ‘손으로 뭔가를 만드는 일’에 관심을 갖게 됐나요?


어릴 때부터 손으로 만드는 걸 좋아했어요. 학교에서 체육대회를 하면 환경미화를 하거나 인형 옷, 파우치를 만들었죠. 어릴 때 DIY가 인기였거든요. 실제로 해보면 초기 비용이 더 많이 들어요. 비용이 절감된다기보다는 만드는 행위 자체가 즐거워서 하는 사람들이 많다고 생각해요. 무언가를 손으로 직접 만들어 쓴다는 게 특별한 일인 거 같고요. 


또 하나는, 언제부턴가 “왜 항상 내가 뭔가를 행동하려면 소비해야 하는가”하는 점이 불편했어요. 소비에 대해 생각하다 보니 소비를 부추기는 사회 분위기를 인식하게 됐고요. 결국은 소비가 사람 혹은 환경을 착취하는 일이라고 생각했어요. 


Q. 실제로 만들어온 것들을 꼽자면 어떤 것들이 있을까요?


디퓨저나 캔들, 인형 옷 같은 것들이요. 빈티지 옷을 좋아하는데 그 패턴이 너무 예뻐 그걸로 파우치를 만들어 팔러 나간 적도 있어요. 손뜨개를 좋아해서 제가 쓸 모자와 목도리를 만들기도 했어요. 실크스크린을 친구들과 함께 해보기도 했죠. 메이커 문화에도 관심이 많아 책을 꽤 사뒀고요.


Q. 만들기라는 삶의 방식을 선택하고 실행하는 게 가은님에게 중요해 보여요. 


이런 정체성을 갖고 있다는 게 기분 좋아요. 내 이미지에 이런 부분이 있으면 좋겠다는 부분도 있고요. 만드는 과정이 재미있고, 그 과정을 함께 하는 사람들이 있죠. 혼자 만들면 나태해지니까 카페에서 만들거나 저희 집에서 다 같이 하는 거예요. 결과물이 파는 물건처럼 멋지진 않죠. 하지만 만드는 과정 자체가 재미있고 성취감이 느껴지는 게 좋아요. “실패하면 왜 안 되지?” 이런 생각이 들죠.


Q. 스몰피스클럽 이전에도 무지랑과 함께 한 경험이 있다고 알고 있어요. 


작년에는 무지랑에서 *메이크썸띵이란 프로젝트를 준비하는 여름캠프를 했어요(*가은님이 소잉소잉이라는 이름의 동아리팀으로 2018년 청년시민발견에 참여했던 프로젝트). 무소비를 지향하며 덜 쓰고 다시 바꿔쓰는 아나바다 행사인데 브랜딩이 남다르고 너무 재미있는 거예요. 관심 있는 주제인 ‘환경’에 대해 세련된 방식으로 말할 수 있다는 사실이 흥미로웠고요. 



Q. 올해 진행한 스몰피스클럽에 대해 설명해주세요. 


스몰피스클럽은 성북구에서 제로웨이스트를 지향하는 사람들의 모임이에요. 스몰피스클럽의 중점 활동은 클러버(스몰피스클럽 참가자들을 가리키는 애칭)들이 모여 생활에 필요한 물품을 벌크로 많이 사거나 만들어서, 해당 물건을 서로 소분하고 포장을 줄이는 거였어요. 처음에는 서로 인사하며 왜 제로웨이스트를 하는지 정의나 목표를 공유했고요. 그다음에는 직접 물건을 만들어보고 실생활에 적용하는 걸 프로그램의 전체 맥락으로 삼았죠. 비즈왁스랩과 세제를 만들었고, 이를 실생활에서 써봤어요. 제로웨이스트 마켓인 채우장도 방문하고, 마지막 주차에는 요리를 해서 함께 나눠먹어 봤고요. 재료를 사서 직접 만들어보면서 이것들이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왜 써야 하는지를 살펴보고 마음의 자립을 느끼는 시간이 됐으면 했어요. 


Q. 스몰피스클럽을 진행하면서 특히 기억에 남는 순간은 뭐였어요?


제가 만든 간식을 사람들이 맛있게 먹어줄 때 즐거웠어요. 기질이긴 한데, 제가 모임을 만들고 초대하는 데에서 큰 재미를 느껴요. 스몰피스클럽을 사전 준비할 때도 어떤 간식을 준비할지 생각하는 게 제일 재밌었어요. 수박 소르베 같은 메뉴도 그렇고 차를 좋아해서 어떻게든 좋은 차들을 소개해주고 싶었죠. 



어려웠던 점은 대화를 이끌어 내는 것이었어요. 사람들이 필터 없이 하고 싶은 말을 하는 모습을 봤으면 했는데 아쉽더라고요. 모든 모임에서 구성원들의 3분의 2 정도가 유대감으로 이어져야 발현되는 관계의 포인트가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그러려면 대화가 자연스럽게 생기도록 해야 하는데 그게 어려웠어요. 그래도 끝 부분 회차에서는 사람들이 많이 풀어진 상태로 대화하더라고요. 그게 즐거움의 포인트였죠. 시간이 해결해준다는 말이 이 경우에는 좀 다르게 해석될 수 있겠지만, 시간이 필요한 거 같아요. 커뮤니티에서는요.


Q. 스몰피스클럽 이후 스스로 느낀 생각의 변화가 있을까요? 


스몰피스클럽을 시작하기 전에는 제로 웨이스트가 매우 대중적이며 누구나 아는 단어라고 생각했거든요. 막상 모임을 시작했을 때 그 단어를 처음 알고 오신 분들이 많아 놀랐고요. 이 클럽을 진행해도 되는지 스스로 자격성의 문제를 고민했는데, 자격보다 함께 알차게 공부하는 게 더 중요한 것 같아요.


클러버들에게서 실제로 제로웨이스트를 실천하지 않으면 나올 수 없는 세세한 팁을 듣는 것도 좋았어요. 프린트를 절약 모드로 바꾸면 된다거나, 그런 것들. 이건 앉아서 생각할 수 없는, 실천러들만이 알 수 있는 부분이죠. 그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내 생각이 틀리지 않았어, 라고 확인받는 느낌이었지요.



Q. 스몰피스클럽 이후, 앞으로의 계획이 궁금해요!


예산이 큰 일을 맡아 프로젝트를 해보고 싶어요. 브랜딩에 관심이 있어서 브랜드 론칭을 해보고도 싶고요. 관심사는 그때그때 변하는 거라 그 순간의 관심사를 갖고 살지 않을까요? 나아가 지원금이 없더라도 자생적인 모임을 꾸리고 싶은 마음이 있어요. 언제든 들어왔다가 나갈 수 있겠지만 자의적인 부분이 크게 작용하는 모임 말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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