멀티 근육을 키우는 고강도 인터벌 트레이닝
아침 8시 40분
아이 손을 잡고 등교를 한다. 교문 앞에서 파이팅 한번 외쳐주고는 빠른 걸음으로 집으로 돌아온다.
집에 오면 9시
손 씻고 커피머신 전원을 켠다. 에스프레소, 우유 스팀을 내리는 데 동선이 중요하다. 정해진 동선대로 한 번에 쭉. 3분 안에 내가 좋아하는 따뜻한 라떼를 한 잔 탄다. 아몬드 한 줌을 움켜쥐고 라떼를 들고 컴퓨터 앞에 앉는다.
오전 9시 20분
커피 한 잔 마시며 숨 돌리고 이제 업무 시!작! 이면 좋으련만, 생각보다 업무를 본격적으로 시작하는 데 부팅 시간이 좀 걸리는 편이다; 둘러보고, 생각하고, 파일 정리를 하다 보면 9시 50분. 그제야 본격적으로 편집 업무를 시작한다. 지금부터 나에게 주어진 시간은 딱 2시간 20분이다.
재깍재깍
오전 10시 50분
벌써 1시간이 흘렀다. 와우. 시간은 왜 이렇게 빠른 것인가! 목이 탄다. 아직 1/4밖에 편집 못했네? 어우.. 일단 부리나케 물 한잔 떠오자. 우당당당... 몇 걸음이나 된다고, 정수기까지 뛰어간다;
재깍재깍
오전 11시 50분
으아... 벌써 12시가 다 됐구나. 뭔가 다음 편집 장면으로 넘어가기엔 중간에 흐름이 끊길 것 같아 망설여진다.(흐름 끊기는 게 제일 힘들다ㅠ) 그렇다고 여기서 멈추자니 자투리 시간이 아깝고. 일단 하는 데까지 가보자. 근데... 배가 슬슬 고프다... 하지만 시간이 없다. 다녀와서 먹자.
12시 10분
이제 하던 일 멈추고 STOP. command+s (저장하기) 버튼을 다급히 누르고 거울 없이 립밤 바르고 마스크를 쓰다가 아차! 싶어 갑자기 뛰어 들어가 선크림을 바른다. 오늘도 놀이터 스케줄이 있는 날이니... 소중한 내 피부를 지켜야지. 선크림 바르고 출발.
12시 20-40분
학교 앞에서 기다리는 엄마들이 점점 줄어드는 것 같다. 이제 아이들이 혼자 집에 가는 걸까? 아님 돌봄으로 빠졌나? 방과 후 수업을 하나? 이런저런 생각을 하다 보면 눈에 낯익은 엄마들이 하나둘씩 보이기 시작한다. "안녕하세요~ 햇빛이 장난 아니네요. 오늘 놀이터 들렀다 가시나요?"
12시 50분
아이는 나에게 가방을 맡기고 벌써 저만치 친구들과 앞장서서 놀이터를 향해 뛰어간다. 오늘은 저쪽 아파트 놀이터로 가기로 했다고 한다. 그래. 가자~ 오늘은 놀이터 멤버가 세 명이다. 세 명의 아이들이 먼저 놀이터로 들어갔고 엄마들은 안부를 주고받으며 아이들 뒤를 부지런히 따라간다.
1시 시소를 타는 아이들
1시 10분 술래잡기를 하는 아이들
1시 20분 정체불명의 놀이를 하는데 신이 나서 소리를 빽빽 지른다.
1시 30분 비비탄을 줍는다고 땅 파는 아이들. 오늘도 보석(?)을 많이 찾았다.
자! 이제 집에 가자~ 친구들도 다 집에 간데. 가자!
그렇게 인사하고 집에 돌아오는 길에 학교에서 별일 없었는지 물어본다. 그냥 물어보면 대답을 안 해주는 녀석. 오늘도 어김없이 탐정놀이를 시작한다.
"오늘, 1학년 0반에 무슨, 사건이 일어났나요? 흐음… 냄새가 나는군요."
어떤 친구가 자기를 밀어서 급식판을 엎었는데, 다른 친구가 도와줘서 같이 치웠다고 한다. 또 누구누구는 오늘도 선생님한테 지적을 받았고, 점심은 매운 반찬밖에 없어서 밥만 먹었는데 그래도 김치 한 조각은 먹었다고 말하는 탐정님. "오~ 오늘도 역시 사건이 빠지질 않는군요. 큰일이 아니어서 다행입니다." 이렇게 근황 파악을 마친다. 녀석. 별일 없었군..
1시 50분
손 씻고, 얼굴 씻고, 우유 반잔에 좋아하는 머핀 반개 데워서 먹인다. 혹시나 출출할까 중간중간 입에 넣어준다. 1학년이지만 여전히 아기새처럼 잘 받아먹는 아이.
2시 10분
자, 이제 영어학원 버스 타러 가자!
2시 20분
잘 다녀와~ 버스 뒷모습까지 보고 난 후, 다시 부리나케 빠른 걸음으로 집에 돌아온다. 지금부터 나에게 허락된 시간은 단, 2시간!
재깍재깍
3시 20분
하아.. 이제 1/2 끝냈네.. 오늘도 밤에 추가 작업을 해야겠군.
재깍재깍
4시
아, 이제 30분밖에 안 남았는데... 달리자 달려. (이때 울리는 전화) 미안합니다. 제가 좀 시간이 없어서요. 이따 전화할게요.(거절모드 ON) 휴우.. 이 정도면 이따 밤 작업 1-2시간만 해도 되겠다.
4시 25분
벌써 도착할 시간이 다 되었군. 가자.......
4시 35분
(아이가 버스에서 내리며) 엄마!!!! ㅁ;니아ㅓㄹ 마내아ㅓㄹ;ㅁ (알 수 없는 소리로 애교 부림)
5시-10시
지금부터 본격 '엄마'타임. 숙제-저녁밥-놀이-가방 챙기기-씻기-책 읽기-잠자리 토크
재깍재깍
밤 10시
드디어 육퇴 완료. 10시를 넘기지 않아서 다행이군. 자, 그럼 지금부터 제대로 일 좀 해볼까.
12시
조금만 더 하면 다 할 것 같은데...
12시 30분
(눈이 다 감김;;;) 안 되겠다. 오늘은 여기까지!
매일 하는 루틴인데도, 매일 숨이 차는 걸 보면
이것은 웬만한 고강도 인터벌 트레이닝 뺨치는 수준인 게 확실하다.
모든 부모님들 수고하셨습니다.
내일도 우리 파이팅해봅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