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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라 Dec 24. 2021

타이중 주말여행 1일차

직장인으로 대만살기_week 4

엉터리 사진사의 타이중 주말여행 기록_


집을 빌려준 나의 집주인 대만 친구가 다음 주에 대만을 떠난다. 그래서 그 친구의 친구들과 다 같이 주말에 타이중 여행을 가기로 했다. 숙소는 친구가 에어비앤비로 예약했고 여행 일정은 타이중에 있는 내 집주인 친구의 친구가 가이드를 해주기로 했다. 가이드를 해줄 친구는 긴 머리의 멋진 소년이라고 하는데 매우 기대가 됐다. 집주인 친구를 매번 부르기 번거로우니 그에게도 애칭을 붙여줄까 생각해보았는데, 사실 대만인이니까 한국어를 모르고, 이 글을 볼 일도 없으니 실명제로 영어 이름을 사용하겠다. 



토요일 점심! 집주인인 로니의 차를 타고 다 같이 타이중으로 출발했다. 가는 길에 휴게소에 들러 루로우판도 먹었다. 대만에서 고속도로를 처음 타본다. 그리고 휴게소도 처음 가봤다. 로니 덕분에 정말 소중한 경험들을 많이 한다. 

미니 언니는 이번 여행을 위해 다이소에서 5천 원짜리 여행가방도 샀다. 우리의 대만 첫 여행이기에 너무 들뜨고 기분이 좋았다. 타이중은 몇 년 전에 한국에서 여행으로 와보았다. 타이베이 만 너무 자주 와서 나와 똑같이 타이베이 여행을 여러 번 이미 다녀온 친구를 물색해, 이번에는 타이중으로 나름 특이하게 떠났었다. 7박 8일의 여행이었어서 사실 그때 타이중은 지겹도록 구경했었다. 그런 면에서는 타이중에 더 이상 궁금하거나 설렐 일이 없긴 했으나, 그래도 현지인들이 데리고 가주는 여행+ 특히 타이중 거주자가 가이드를 해주는 여행이기에 다른 의미에서 어떤 색다름이 있을까 기대가 되었다.

 


차가 너무 막혀 도착하니 벌써 저녁을 먹을 시간이었다. 타이중 가이드 친구가 우리를 위해 멋진 훠궈 집을 예약해놓았다. 양고기에 소고기에 돼지고기가 끝도 없이 테이블에 올라왔다. 우리가 육식 파란 것을 안 로니가 친구에게 미리 귀띔을 해주었다고 한다. 고기 파티를 열어야 한다고 말이다. 훠궈는 정말 맛있었고, 마라의 마麻 맛이 살아있었다. 얼얼한 맛. 

타이베이에서 마라 훠궈를 먹으면 마 맛을 제대로 내는 곳을 찾기 힘들다. 타이중의 훠궈가 진또배기구나! 하고 생각하게 됐다. 

혀가 얼얼한 마가 가득한 마라 훠궈를 오랜만에 먹으니 기분이 너무 좋아졌다. 타이중 가이드 친구는 이렇게 잘 먹는 여자들은 처음이라며 신기해했다. 대만 사람들은 정말 소식을 한다. 나도 한국에서 많이 먹는 편이 아닌데 항상 대만에서는 나를 많이 먹는다고 말하는 것을 보면 그들은 소식가임이 분명하다. 


분명 엄청 많이 먹은 것 같은데 돈이 얼마 나오지 않았다. 아니, 얼마 나오지 않았다고 가이드 친구가 말했다. 사실인지 아닌지는 모르겠으나 어찌 되었든 그 친구가 우리에게 훠궈를 대접하며 얼마 나오지 않았다고 했다. 모르는 외국인에게 훠궈도 사주고... 대만 사람들은 역시 정말 친절하다. 





#審計新村 #심계신촌 #타이중관광지 #타이중여행 



훠궈를 잔뜩 먹고, 부른 배를 잡고 뒤뚱거리며 심계신촌에 왔다. 전에 타이중 여행을 왔을 때는 낮에 방문했었다. 여자 친구랑 왔어서 예쁜 카페도 가고, 디저트도 사 먹고 사진도 잔뜩 찍으며 한 세네 시간가량을 머물렀었는데 이번에는 남자 둘에 여자 셋이라 그런지 대충 산책하듯 휙 보고 기념사진 찍고 이동을 했다. 나랑 미니 언니를 제외한 세명의 대만 친구들의 사진을 찍어주었다. 예쁜 척하지 않고 진짜로 행복한 미소를 짓는 친구들이 귀여워 보였다. 로니와의 작별여행에 외국인 두 명인 우리를 끼워준 것도 참 고맙고 말이다.





#타이중여행 #타이중미술관 #國立臺灣美術館 #국립대만미술관 

#이중지에야시장 #一中街夜市 #臺中夜市 #타이중야시장 




야시장 다음에는 미술관에 왔다. 안에는 들어가지 않고 밖에서 구경했다. 밖에만 구경해도 볼거리가 꽤 있었다. 졸라맨 같은 저 조명이 애니메이션처럼 움직였다. 신기해서 아예 바닥에 자리를 잡고 앉아 한참을 구경했다. 토요일 저녁이 끝나가고 있었다. 1박 2일 여행은 언제나 그렇듯 참 짧다. 


미술관까지 구경한 후에는 예약해둔 에어비앤비에 갔는데.....................

헉소리가 날정도로 더럽고 불쾌한 장소였다. 

허름한 건물의 2층에 雅芳처럼 불법 개조하여 복도가 있고 방이 여러 군데 만들어져 있었다. 아무래도 야팡으로 사람들에게 세를 주어 장사를 하다가 방이 너무 낡아 그것마저 안되니 에어비앤비로 내놓은 집 같았다. 우리는 이런 더러운 숙소를 단지 전날 급하게 예약하여 호텔방이 다 찼다는 이유로 엄청나게 비싼 가격에 묵어야 했다. 자세히 기억나지는 않지만 한 명당 10만 원씩을 냈던 것 같다. 


씻기도 싫을 정도로 불쾌하고 이불에 눕기도 싫었다...

미니 언니랑 이곳에서 자기 싫다고 밤새 불평을 했다.. 정말 너무 싫었다. 

겨우 얼굴이랑 발을 씻었다. 대만 친구들은 아무렇지도 않아 보였다...

너네 어떻게 이런 곳에서 아무렇지 않게 잘 수 있어.... 나는 이런 생각만 속으로 할 뿐이었다. 

1박 2일이기 망정이지, 이곳에서 이틀 밤을 묵으라고 했다면 나는 분명 돈을 버리더라도 다른 숙소를 찾았을 것이다. 마치 이곳은... 미국의 허름한 모텔방 같았다... 침대 시트에 무슨 사연이 있을까 생각하게 되는 그런 곳..





다음날 아침,

불편한 잠자리에 일찍 눈이 떠져서 미니 언니랑 동네 산책을 했다. 숙소로 돌아오는 길에 저 멀리 웅성웅성대는 인파가 있길래 자세히 보니 우리의 친구들이었다. 사연인즉, 이어폰을 하수구에 빠트린... 그런 슬픈....

실루엣만 봐도 슬퍼 보이는 우리의 타이중 가이드 친구...






하지만 이에 굴하지 않고 지나가던 행인까지 합세해서 하수구 망을 뜯어버리더니 몸을 내던져 에어팟 한 짝을 구해냈다. 




살아난 에어팟의 모습..

하수구의 더러움이 가득 묻어 있지만 친구가 행복해했으니 되었다....

이런 에어팟 영웅담을 인터넷에서만 보았지 실제로 내 눈앞에서 목격하게 될 줄이야..

정말 이 친구들과 있으면 시간 가는 줄 모를 정도로 재미있다. 





근데 친구야... 

저 하수구에어팟 진짜 계속 쓸거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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