핸드폰 없이 여행한다는 것

::여행을 떠난다는 것은 당신에게 어떤 의미인가::

by 유라

혼행에서 핸드폰은 유일한 친구이자 나침반이자 백과사전이자 거의 모든 것이 된다. 나도 혼행시에 와이파이에 목숨 걸거나, 배터리 잔량 1퍼센트에도 기분이 오락가락한다.


한번은 이미 가본 가장 좋은 장소를 네 번째 찾아가는 여행길이었다. 그 날따라 유심칩은 먹통이었고 난 와이파이를 찾아 헤매기 시작했다. 너무나도 다시 와보고 싶었던 그것도 혼자 와서 오롯이 즐기고 싶었던 여행지에 도착하자마자 나는 카페를 찾아 들어갔다. 충전도 하고 인터넷도 하며 시간을 보내려고 말이다. 마침 배터리는 30%이하로 내려가 있었다.

카페에 도착해 음료를 주문하고, 컵을 채 받기도 전부터 나는 충전기가 있는 자리를 찾기 시작했다. 하지만 카페는 관광객들로 모두 만석이었고 나는 배터리가 있는 자리는커녕 앉을 자리가 나기부터 기다려야 했다. 하릴없이 기다리기를 20분, 겨우 자리에 앉게 된 후 이번에는 충전기가 있는 자리를 난 유심히 지켜보며 그 자리가 나기를 또다시 기다렸다. 십 분쯤 지났을까 내가 원하던 자리의 사람들이 정리를 하고 자리를 옮겼고 나는 잽싸게 그 자리를 차지했다. 하지만 충전기용 어댑터를 가져오지 않아 내가 가지고온 충전기로는 충전을 할 수 없음을 이내 알게 되었다.

다시 충전기 어댑터를 찾는 과정부터 시작할 생각을 하니 돈도 아깝고, 시간도 아깝고 카페 음료값도 너무 아까워져 짜증이 솟구쳤다. 신경질적으로 카페를 나와 그토록 그리던 강변을 바라보았지만 내 눈에는 아무것도 들어오지 않았다. 채 25%도 남지않은 배터리 생각에 갖은 걱정만 들 뿐이었다.


있는 양것 짜증을 내고 벤치에 앉아 가만히 생각을 해보았다.

나는 대체 여길 왜 온걸까. 여행이란 사진과 음악과 지도가 없다면 즐길 수 없는 건가? 내가 이곳에 왔다는 그럴싸한 인증사진을 남겨 친구들에게 보여주고 싶고, 심심한 나에게 친구가 되어줄 음악이 필요하고, 내가 어디에 있는지 어디에 가야하는지 정확히 알려줄 수 있는 지도가 필요하고...

따지고 보면 이런 것들이 확실히 여행을 풍부하게, 혼행을 외롭지 않게 해주는 것은 맞다. 하지만 불과 몇 년 전에도 gps없이 지도로 물어물어 여행을 했고, 개수가 차면 찍을 수도 없고 잘나왔는지 확인할 수도 없는 카메라로도 그렇지만 풍부한 여행을 다닐 수 있었다.


여행을 망치고 있는 것은 눈치 없이 닳아버린 휴대전화 배터리가 아니라, 기계없는 외로움과 두려움을 이기지 못한 나 자신이었다.

나는 되돌아 숙소로 돌아가려던 발걸음을 멈추고 다시 그 긴 강변을 걸었다.

바람이 살랑 불어왔고, 익숙한 풍경내음이 쏟아졌다.


그렇지, 나는 이 광경을 바라고 이 곳을 다시 찾았던 거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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