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을 떠난다는 것은 당신에게 어떤 의미인가::
라탄으로 만든 슬리퍼를 하나 샀다. 라탄으로는 가방이나 가구만 만들거라고 생각해서, 라탄으로 만든 신발은 상상해 본 적도 없었다. 까슬까슬하고 별로이지 않을까? 생각했는데 이게 왜인걸? 너무 편했다.
너무너무너무 편했다. 야시장에서 만원도 안되게 구입한 신발이 십만원의 가치를 톡톡히 해주었다.
새 신을 신고 신이나서 이곳 저곳을 더 활기차게 누비기로 했다.
아침 일찍 일어나 향한 곳은 혼행의 가장 좋은 점이라 할 수 있는 ! 동네 잘나가는 도넛 가게였다.
왜 인기가 많은 음식점이 혼행족에게 가장 좋은지는 지금부터 설명해주도록 하겠다.
모든 곳이 그런 것은 아니지만 대게 이렇게 장사가 잘되고 바쁜 가게는 음식을 주문이 들어가야 만들기 시작하는 것이 아니라 계속계속 만들고 있으므로 자리 회전율을 높이는 데 집중한다.
그래서 그들은 하나 남은 자리라도 채우고자 하는 의지가 강하다. 우리나라는 혼밥문화가 아직 흔하지 않아 아닌 경우가 많지만, 외국의 경우에는 합석도 많고 여러모로 혼자 음식점에 갈 경우 "혼자 오신분!" 해서 꽤나 빠르게 먹을 수 있는 기회가 생긴다.
새 신발로 활기찬 하루를 꿈꿨기에 오늘은 여유로운, 사람들이 잘 찾지 않을 것 같은 그런 한산한 가게보다 아침부터 분주하게 나 거기 다녀왔다! 할만한 장소를 가보고 싶었다. 숙소에서 걸어서 20분거리에 위치한 이 인기많은 도넛가게는 아침 10시에 문을 열어 12시면 완판되어 하루장사를 마감한다고 한다.
나는 서둘러 채비를 마치고 도넛가게로 향했다.
가게는 매우 작았다. 숲속에 움푹 들어가 있는 오두막 같이 간판도 제대로 없는 작은 가게에 사람들이 옹기종기 모여있었다. 나도 이에 질세라 재빨리 걸음을 서둘러 줄의 맨 끝에 자리를 잡았다. 가게가 작다보니 대부분의 사람들은 테이크아웃을 하고 있었다. 한판 채로 포장해서 나가는 사람들을 보니 마음이 조급해졌다. 왠지 내 하나남은 도넛까지 저들이 가져가는 것 같은 그런 빼앗긴 기분이 들었다. 다 먹지도 못할거면서 못된 욕심이 스멀스멀 올라왔다.
도넛집이다 보니 대기줄은 빠르게 줄어들었고 내 차례가 되어 나는 오리지널 도넛과 커피를 주문했다. 가져갈지 먹고갈지 묻는 종업원에 말에 재빠르게 먹고갈 것이라 외쳤다. 종업원은 자리가 없으니 합석을 해야한다고 말했다.
예상한 일이기에 나는 알겠다고 답한 뒤, 비어있는 자리를 찾았다.
한국인으로 보인는 내 또래의 여행객이 외국인과 함께 앉아있었다. 나는 합석을 해도 되는지 물었고 그들은 흔쾌히 자리를 내어주었다. 알고보니 둘도 방금 만난 사이라고 했다.
한국인 여자아이는 플로리스트라고 자신을 소개했다. 그녀는 혼행이 처음이라 말했다. 인터넷에서 <여행지에서 한 달 살기> 글을 본 후 어떤 로망과 함께 머나먼 이곳으로 넘어왔다. 영어도 쉬이 통하지 않는 이런 외딴 도시에서 어렵사리 한 달 숙소를 구한 후 그는 일주일간 숙소 문밖을 나오지 못했다고 한다. 편의점만 오가며 메신저와 유튜브로 시간을 보낸 것이다.
짠한 사연이었다. 혼자여행을 많이 해본 사람이라면 아마 공감못할 이는 없을 만한.
혼행에는 어쩔 수 없는 '짠함'이 있나보다.
무언 갈 훌훌 털고 싶어서,
쉬고 싶어서,
혼자 있고 싶어서,
실연을 당해서,
각자 제각각의 이유로 혼행을 떠나오지만,
막상 외딴 나라에서 홀로 남겨지면 가장 먼저 앞서는 것은 두려움이다.
눈부신 푸른 빛 바다와 휘황찬란한 빌딩 숲. 그리고 그 곳에서 만날 수 있을 것 같은 친절한 사람들. 어쩌면 생길지도 모르는 로맨스 혹은 우연한 인연.
하지만 여행지는 그렇게 환상적인 동화 속 세상이 아니다.
그저 동시간대 다른 곳에서 펼쳐지는 다른이들의 또하나의 일상일 뿐이다.
나는 아주 잘 안다.
씩씩하게 홀로 떠나온 여행지에서 쓸쓸하게 홀로 남겨지는 그 기분을.
그렇지만! 호캉스란 말도 있지 않던가. 막상 두려워 호텔 밖을 나가기 싫다면, 그 또한 내가 원하는 여행일지도 모른다. 어찌되었든 혼행의 의미는 혼자 있는 것이기에.
호텔에서 충분한 시간을 보냈다면 한번 쯤은 용기내어 문 밖을 나가보라.
문 밖을 나가 자기들의 삶을 사는 이국 땅의 사람들을 바라보라.
삼삼오오 모여 또한 나처럼 여행을 온 그네들을 구경해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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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중 속에 우두커니 앉아 있어보자. 끝이 없는 외로움의 나락으로 떨어져보자.
인생은 어차피 혼자인 것을, 두려울 게 뭐가 있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