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으로 대만살기_week 17
鼎泰豐(딘타이펑), 대만과일, Twin Brothers Coffee, 朱記(주기)
까르푸에서 파는 타이완 과일.
3개국어가 같이 쓰여있는데 왜인지 귀엽다.
코시국이라 마트는 내 참새방앗간이다.
산책 나가면 꼭 들리는 곳.
매일매일 다른 마트에 구경을 간다.
식단 관리 중이라 딱히 사는 음식은 없지만 그래도 지금 할 수 있는 가장 재미있는 일상.
어렸을 때, 유학 생활을 잠깐 했었는데 그때 가장 그리웠던 게 엄마랑 마트 가는 일이었다.
말하자면 상처고 힘든 기억이라 잘 끄집어 내지 않지만..
짧게 말하자면,
홈스테이 가정에서 지냈는데 좋지 않은 일들이 많이 있었다.
가끔 홈스테이마더가 마트에 데려가곤 했는데, 그때 내가 먹고 싶은 간식을 어찌나 카트에 담고 싶던지...
방학 때 한국에 잠깐 돌아왔을 때, 가장 먼저 한 일이 엄마랑 마트에 가서 엄마 눈앞에서 먹고 싶은 음식들을 카트에 마음껏 담는 것이었다.
방학이 끝나고 다시 외국으로 돌아가는 비행기가, 그때 그 순간이
아직까지도 내 인생에서 가장 힘들었던 날이었던 것 같다.
기내식도 안 먹고 몇 시간을 내내 울었었다.
지금 생각해 보면 참 어렸는데, 그때는 왜 스스로 다 컸다고 생각하면서 그렇게 버텼는지!
아직까지 내가 철이 없는걸 보면, 그때 못 부린 어리광을 지금에 와서야 부리고 있나 보다.
까르푸에서 타이완 과일을 보고 나니 갑자기 달달하고 시원한 수박이 먹고 싶어져서 집 근처 자주 가는 과일가게에 들렀다.
오늘 간식은 내가 좋아하는 우유랑 수박.
과일가게 점원은 일을 끝장나게 잘하는데,
오늘은 꼭 이것만 사리라 굳게 마음먹고 계산대에 가도 매번 나를 무장해제 시킨다.
나는 늘 그렇듯 비닐봉지 찢어질 듯 과일을 담게 되어 그 가게를 나온다.
오늘도 수박만 사러 갔는데, 점원의 현란한 말솜씨에 못 이기며 사과며 키위며 토마토를 집어오게 되었다.
그런데 또 살살 웃으며 사람을 기분 좋게 해주어서 과소비 당하러 과일가게 가는 기분이 퍽 나쁘지는 않다.
저녁은 단백질 셰이크
초록색이라 맛이 없을 것 같지만 보이는 것보다도 더 맛이 없다.
J언니네 집에 놀러 가기로 했다. 저번에는 언니가 놀러 왔으니 이번에는 내가 가기로!
언니는 타이베이 메인 역에 살고 있어서 메인 역 근처에서 커피랑 디저트를 집들이에 빈손으로 가기가 좀 뭐 하니 사들고 갔다.
Twin brothers coffee라는 카페였는데 시나몬롤이 유명하다고 한다.
언니네 집은 내가 가보았던 스튜디오 원룸 중에 가장 좋았다...
너무 마음에 들어서 얼마냐고 물으니 그 당시 환율로 한화 80만 원 정도였다. (지금은 환율이 올라서 훨씬 비쌀 듯..)
내가 딱 원하던 집.
이런 곳에서 살고 싶다.. ㅠ
내가 찍은 사진보다 훨씬 크고 훨씬 예쁘다.
거기다 위치도 메인역 바로 앞이라 뭐 하나 흠잡을 곳이 없다.
저녁은 메인역 백화점 지하에 있는 주기라는 곳에서 포장해왔다.
홍콩식 딤섬 집인 것 같은데 무난무난하게 맛이 있었다.
언니랑 또 긴긴 시간 긴 이야기를 나누었다.
나중에 한국에 돌아가게 되어도, J언니랑의 인연은 계속 되었으면 좋겠다.
대만에 와서 힘든 일도 적지 않게 있었지만, 내 생에 이렇게 운이 좋았던 적이 있나 싶을정도로 멋진 사람들도 많이 만나고 있다.
이런 매력적인 점들 때문에 내 역마살 낀 인생은 계속 되나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