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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수빈 youxarthur Mar 14. 2022

도전, 테니스!

새로운 나의 취미


완벽한 아침형 인간이 되지는 못했지만 새벽녘 일찍 눈을 떠서 블라인드를 열고 환기를 시키며 잠을 깨던 날들의 기억은 또렷하다. 훅 끼치는 차가운 공기도, 창 너머 뜨는 해를 바라보며 마시던 커피 향까지. 이상하게 눈은 피곤한데 기분은 상쾌했다. 이래서 사람들이 아침에 일어나나. 그 뒤로 새벽에 눈이 떠질 때면 다시 잠을 청하는 걸 포기하고 그냥 마음껏 그 시간을 즐겼다. 그러다 보면 자연스럽게 하루가 길어졌고, 그 시간에 여유를 가질 수 있었다. 회사에 출근하는 날에는 그런 것조차 사치였지만 요즈음처럼 재택근무가 잦은 날에는 오히려 좋은 기회였다. 그래서 가슴 한 켠에 막연하게 '나는 아침에 일어날 수 있어' 같은 자신감이 생겼는지도 모른다. 


단연코 그 시간을 더 건강하게 채우는 것은 운동이다. 주변에 한강 공원이 있어 종종 사람들이 그곳을 러닝하는 모습을 목격하기도 하는데, 아침에 뛰면서 하루를 시작하는 사람도 많을 것이다. (보지는 못했지만) 요즈음은 애플워치도 잘되어 있고, 러닝 메이트를 구해서 같이 뛸 수도 있는 애플리케이션도 있어 심심하지는 않겠지만 나에게는 여전히 그 운동은 혼자만의 고군분투다. 운동화를 갖추고 한강까지 걸어가 또 뛰고, 또 집까지 다시 오고. 누군가와 함께해도 억지로 할 것 같은. 그리고 자고로 운동 장소는 집 바로 주변에 있어야 하는 거거든. 폐활량이 현저히 떨어져 뛰는 순간보다 걷는 순간이 더 많은 나에게는 적합하지 않은 운동이었다. 그럼에도 작년 여름이 오기 전 두 달 정도 잠깐 하다가 관둔 요가를 다시 하기는 싫었다. 그 운동은 재미있고, 또 때로는 힘들기도 했지만 다시 하지 않았던 건 아마 나랑 맞지 않아서가 아닐까. 고요한 분위기, 몇 가지 차분한 동작을 하면서 머리를 식히고 방방 뛰는 습성을 가라앉히고 싶었는데, 그 와중에도 머릿속은 빠르게 돌아갔고, 그 분위기를 오래 견디지 못했다. 그렇다고 사람들이 많이 하는 필라테스를 하자니 그것도 나랑은 영 맞지 않았다.


그러던 중 주변 동료의 말에 휩쓸려 갑자기 테니스를 등록했다. 사실 충동적으로 한 것이었지만 그래도 나름 나한테는 테니스에 대한 좋은 기억이 있다. 중학교 때 학교 옆 체육고등학교 코트를 누비던 어린 나. 그때 왜 테니스를 선택했는지 모르겠지만, 뜬금없이 테니스부에 들어갔다. 배드민턴이 조금 자신 있는 운동이어서 라켓을 들고 공을 치는 것이 비슷할 거라 생각했을 수도 있다. (단순하게는) 종종 공원에서, 아파트 단지 뒤에서 아빠랑 배드민턴을 쳤었는데, 그때 서브도 잘하고, 나름 릴레이도 오래 이어졌다. 어차피 코트에서 라켓을 들고 뛰어다니며 공을 치는 건 똑같잖아, 하고 자만했던 걸까. 내 기억에 그 테니스는 배드민턴과는 완전히 달랐다. 기본 자세부터 공의 무게, 라켓이 공을 칠 때의 그 느낌, 몸이 스트레칭되는 느낌까지도. 그리고 무엇보다 코트장 넓게 퍼진 공을 주우면서 하루 활동이 끝났는데, 땡볕에 여간 힘든 게 아니었다. 테니스 하면 떠오르는 기억이 공을 줍는 것이니 정말 각인될 정도로 힘들었나 보다. 이번에는 실내라 조금 괜찮겠지, 공이 나가는 것도 한계가 있으니까, 아직 여름도 아니잖아. 이런 생각들로 첫 테니스 강습만 기다렸다. 그래도 여전히 나에게 친숙한 운동은 맞거든.


처음 코트에 들어섰을 때 왠지 이상하고, 어색한 기분이 들었다. 나는 테니스를 해 보기는 했는데, 이게 정말 한 건가, 했다고 말하는 게 맞나 싶은. 중학교 때 테니스부였어요, 하자마자 그러면 잘 아시겠네요, 라는 답변이 이어졌지만 꺼내기도 민망할 정도로 예전 기억이었다. 어정쩡한 자세로 처음부터 기본기 자세를 배우고, 그러다 코트에서 강사님이 던져 주는 공을 직접 쳐 보기도 하면서 몸이 점점 풀렸다. 공이 라켓에 닿을 때의 탄성, 멀리 나아갈 때의 쾌감. 이 맛에 운동을 하나 싶었다. 강사님의 '나이스' 소리가 몇 번 이어졌을 때 괜히 뿌듯해져 다시 자세를 잃고, 또 그것의 반복. 머리로 인지를 하고 행동을 해야 하는데, 내가 늘 그렇듯 아무 생각도 없이 몸을 움직였다. 그래도 강사님은 옆에서 나를 북돋았다. 예전에 하셨다고 해서 그런지 잘하시네요, 진도가 잘 나가요. 30분이라는 시간이 진짜 훌쩍 지나갔다. 처음 강습 날을 기다리기까지 그렇게 마음먹던 시간이 길었는데. 아침에 안 쓰던 근육을 썼는데 전혀 힘들지도 않았다. 월요일만 기다릴 것 같은 기분 좋은 두근거림. 월요병이 이걸로 극복이 되는 걸까. 


이 기분을 언제까지 유지할지, 몇 달이나 이어질지 아직 장담은 못 하겠지만 그래도 지금 너무 하고 싶고 재미있는 운동은 맞다. 테니스가 이렇게 재미있는 줄 알았으면 진작에 할걸. 시작도 전에 테니스 신발부터 사 버렸고, 지금은 괜히 라켓을 구비하고 싶어진다. 집에 돌아와 고양이가 보는 앞에서 동작 연습도 하는 내 모습이 약간 웃겼다. 잔뜩 들떴거든. 몸을 쓰는 게 이렇게 기분 좋은 건가. 그것도 아침에. 아무래도 나랑은 유산소운동이 잘 맞나 보다. 


테린이 탈출해 보자, 앞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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