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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유연 Aug 21. 2019

탱고의 밤




탱고의 본고장인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는 전문 탱고 공연뿐만 아니라 탱고를 추는 동네 할머니 할아버지, 탱고를 배우러 전 세계에서 유학 온 외국인을 자주 마주친다. 탱고 춤을 추는 바도 우아하고 전통적인 곳부터 폐공장 같은 히피스러운 바까지 분위기가 다 다르고, 박물관이나 미술관에서도 탱고의 밤이 열린다. 벨그라노 공원의 정자에선 사람들이 매일 밤 모여 탱고를 춘다. 밤하늘의 별과 정자의 조명 아래 남녀노소, 국적을 불문하고 탱고라는 즐거움을 나누고 있는 사람들을 보고만 있어도 기분이 좋았다. 




친구들이 아르헨티나에 가면 내 취미가 살사에서 탱고로 바뀌겠다고 했다. 몇 년을 함께한 살사를 배신할 일은 없을 거라고 말해 두었는데, 매일 밤 탱고를 출 수 있는 도시에 와있으니 또 배우고 싶었다. 탱고 바에 수업을 들으러 갔다. 탱고 선생님은 매번 엉덩이 좀 흔들지 말라고 했다. 살사도 근본 없이 추면서, 어깨며 엉덩이며 흔들며 추는 살사 습관이 나도 모르게 나왔다 보다. 아르헨티나에서도 결국 나는 살사만 실컷 추다 왔다. 







아르헨티나에 일하러 가기 한참 전, 한국 살사 바에서 아르헨티나 친구 나노를 만났다. 탱고를 가르치러 한국에 온 나노는 취미로는 살사를 춘다고 했다. 나노는 아르헨티나로 돌아가고 다시는 나노를 못 볼 줄 알았는데,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재회했다. 덕분에 나노의 탱고 공연도 보고 살사도 같이 추러 다녔다. 



나노가 토요일 밤 생일 파티에 날 초대했다. 새벽 1시쯤 자기 집에 오라고 했다. 밤형 인간의 도시 부에노스아이레스의 식당은 저녁 8시 이후에 연다. 딱 맞춰 가면 준비 중이라고 30분 뒤에 다시 오라고 해서 아예 9시쯤 간다. 9시도 이른 편이다. 10시, 11시에 주로 저녁을 먹고, 술 약속은 12시쯤 잡는다. 춤추는 곳은 새벽 2시 이후에나 가야 사람이 있다. 언제 어디서든 곯아떨어지는 나 같은 사람에겐 참 극한 생활 환경이었다.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새벽 1시에 고기 파티는 심했다. 고개가 절레절레 흔들어졌다. 밤 11시에 '낮잠'을 자고 나노 집에 갔다. 고기를 그릴에 굽는 동안 나노와 친구들은 탱고 음악을 악기로 연주했다. 외관부터 아름다운 반도네온도 빠지지 않았다. 아파트 옥상에서 새벽 2시에 연기를 내며 고기를 굽는 동안 탱고 음악을 라이브 연주하는 기묘한 풍경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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