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원의 낭만

by 이유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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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원에서 요가할래?

공원에 가서 그림 그릴래?

공원에 가서 아이스크림 먹을래?

광장에 마떼 마시러 갈 건데 너도 와.

국제영화제 작품을 공원에서 상영한다는데 갈래?

국제 재즈 페스티벌을 공원에서 하는데 같이 가자.




이제껏 나는 맛집 멋집 찾아다니는 데 급급했고, 사실 아직도 그렇다. 친구들과 식당에서 약속을 잡고 카페나 술집으로 자리를 옮긴다.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는 친구들이 공원에서 보자는 말을 많이 했다. 그러고 보니 식당에 간 것보다 공원에 간 적이 더 많고, 자꾸 가다 보니 나도 점점 더 공원이 좋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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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에노스아이레스의 공원은 압도적인 규모를 자랑하지는 않지만, 사람의 온정을 느끼기에 최고의 장소였다. 작은 공원이나 광장이 동네 곳곳에 있고, 부에노스아이레스 시민들은 동네 공원을 최대한 만끽하는 것으로 보였다. 돗자리를 깔고 눕거나, 아니면 맨 땅이라도 풀썩 앉거나, 접이식 의자를 들고 와 앉거나. 각자 원하는 대로 공원을 누리는 모습을 보는 것이 좋았다. 하늘을 보고 신선한 바람을 느끼고, 공원에 가져갈 간식과 음료를 준비하는 동안 들뜨는 마음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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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 남자친구와 천문대가 있는 공원에 가기로 한 날, 장을 보고 음식과 칵테일을 실컷 준비해서 공원에 도착하니 이미 해가 지고 난 뒤였다. 온종일 공원 갈 생각에 신이 났는데, 준비하느라 하루가 다 지나가 버렸다니 허탈했다. 그렇다고 이대로 집에 돌아갈 순 없었다. 담요를 깔고 그 위에 엎드려서 가져간 음식과 칵테일을 마시며 넷플릭스를 시청했다. 천문대에서 조명이 빛을 비추었고, 하늘에는 별이 가득했다. 기분 좋은 여름 바람이 부는 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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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여름 철새의 삶을 꿈꾼다. 여름옷의 색깔과 자유로움, 여름의 활기가 좋다. 해가 빨리 뜨고 늦게 지는 것도 좋고, 수영장이나 바다는 가도 가도 또 가고 싶다. 햇빛 아래에 누워있을 때 몸이 따뜻하게 데워지는 느낌, 책만 읽으며 뒹굴뒹굴하는 게으른 느낌을 너무나 사랑한다. 그래서 엄마는 내게 항상 햇빛을 두려워하라고 한다. 아르헨티나에 가게 되었을 때도 엄마는 내가 햇빛을 더 방심하게 될 걸 제일 걱정했다. 엄마는 늘 옳다. 아르헨티나에서 예전에 뺐던 점이 그대로 다시 올라왔고, 기미와 주름이 생겼다. 알고 보면 햇빛 탓이 아니라 나이 탓일까?







햇빛을 두려워하는 아르헨티나인은 없었다. 공원에서 비키니를 입은 채 누워 선탠하는 사람들을 보고 아르헨티나인은 나보다 한 수 위인 걸 알았다. 앞으로 어디 가서 햇빛 좋아한다는 얘기도 꺼내지 말아야겠다 생각했다. 날씨가 좋은 날에는 나도 마떼를 돌려 마시고, 사랑을 속삭이고, 선탠하는 장면 속 한 명이 되고 싶어서 공원으로 다시 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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