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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영 Oct 08. 2022

나를 지치게 하는 5%의 선생님

교사는 학생을 가르치는 선생님이다. 그러니까 교수(敎授 )에 힘써야 한다. 더불어 그들은 공무원이다. 그러니까 공무(公務)에도 최선을 다해야 한다. 무엇이 먼저일까? 나는 무엇도 먼저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둘 다 무조건 잘해야 한다. 그건 그들이 프로이기 때문이다. 나라의 세금으로 월급을 받는 공무원이며, 교사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그들이 참으로 힘들겠다고 느낀다. 


그들은 점심시간까지 학생들을 보살펴야 하는 의무가 있다. 입으로 밥을 씹으면서, 눈으로 학생들을 행동을 보고, 귀로 학생들의 목소리를 살펴야 한다. 그래서 그들은 하루에 7시간을 근무한다. 그 짧은 근무시간 동안 학생을 가르치랴, 공적인 업무를 보랴, 그들은 정말 멀티플레어다. 


사교육 현장에서 일한다면, 가르치기만 해도 될 터이다. 행정실에서 일한다면, 서류와 씨름하기만 하면 될 터이다. 가르치기만 한다면 가르치는 데 대한 보수만 받으면 될 터이고, 업무만 한다면 업무에 대한 보수만 받으면 될 터이다. 그렇게 나도, 그들도, 우리 모두는 돈으로 엮여 있다고 하겠다. 


그래서일까? 가끔 그들이 부럽기도 하지만, 그 돈 안 받고 그냥 컴컴한 행정실에서 서류와 씨름하는 게 낫겠다 싶기도 한다. 그래도 그들이 부러울 때는 방학과 월급날이다. 


경력이 10년 훨씬 넘은 내가 초임 교사와 월급이 거의 같을 때, 솔직히 우울하다. 긴긴 겨울 방학, 단 하루도 출근하지 않는 어느 20대 여교사의 수당을 입력하고 있을 때 상대적 박탈감을 느낀다. 이런 우울감, 박탈감은 평소에 서로 인격적으로 대우하고, 잘 지내면 거의 느끼지 못한다. 모두가 행복한 교육현장에서 월급의 차이는 업무의 강도와 능력의 차이라고 이해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의 건강보험료, 공제금, 각종 수당을 입력하다가,  상대적 박탈감을 느낀다면, 교대, 사범대 나와서 교사를 하면 될 노릇이다. 


한편으로 그들도 나를 위로한다. 매일 서류 쪼가리 만지면서, 어두컴컴한 행정실에서 야근하는 나에게 힘내라고 간식을 챙겨주거나 메신저로 하트를 날려주는 선생님도 있다.  우리는 그저 학생들의 교육이라는 같은 목적으로 만났기에, 그리고 잠시 만났다가 또 헤어질 사이이기에, 서로 이해하고 격려한다. 그 잠깐의 1년, 2년 정도의 기간 동안 발맞춰, 으샤 으샤 하면서 아이들의 미래를 위해서 같이 노력한다. 95%의 사람이 이렇게 일을 한다


95% 선생님들은 훌륭한 선생님이란 수식어를 붙이지 않아도, 그냥 그 사람의 행동만으로 모범이 되는 사람들이다. 그들에겐 말이 필요 없다. 그렇구나, 저런 사람이 교사구나. 교사가 참 아무나 되는 게 아니구나. 사명감이 저런 거구나. 이런 감탄사가 터져 나온다. 그 95%의 선생님과 나는 서로 말하지 않아도 진심이 통한다.


그러나 인생에 이렇게 통하는 사람만 있다면 아마 감사한 마음이 사라지질 것이다. 그에 따라 글감도 없어진다. 살맛이란 건 95%가 아닌 5%의 이상한 사람들로 인해서 느낀다. 내 삶을 풍성하게 만들어주는 그 5%가 있어서 이렇게 글도 쓰게 되고, 다양한 감정도 느낄 수 있는 것이 아니겠는가...


그 5% 의 사람으로 말하자면, 자신이 얼마나 힘들게 공부했고, 얼마나 다양한 지식을 갖추었으며, 평범한 나 따위와는 질적으로 다르다는 것을 행동과 말로 표현하려 드는 사람이다. 그들은 그걸 꼭 말로 표현함으로써, 자신의 인정 욕구를 강하게 표출한다.


내 나이 또래 부장교사 BS

“아니, 힘들게 수학여행 계획 세우고, 그 먼 곳까지 답사를 가는데, 행정실에서 지원해주는 게 겨우 이 정도입니까?”


나는 그에게 그 먼 곳까지 답사를 가라고 한 적 없다. 답사는 수학여행의 필수사항이 아니다. 꼭 가야겠다고 하면 그것은 학생의 안전을 위한 사명감일 것이다. 그러나 당신이 사명감으로 답사를 가는 사람이라면 그렇게 흥분하지 않으리라. 답사를 핑계로 한 그 무언가가 당신을 흥분하게 만드는 것이다.


나보다 스무 살이나 어린 여교사 GN

“돈 관련된 것은 전부 행정실에서 알아서 다 해주셔야죠. 학생들 가르치기도 바쁜데, 그런 것까지 신경 써야 합니까?”


그런 것까지 신경 써야 한다. 그런 것까지 하라고 당신의 월급이 나랑 비슷한 거다. 교육활동을 위한 예산 사용 계획을 세워줘야 나도 돈 관련된 액션을 취할 수 있다. 내가 계획까지 세울 수는 없는 노릇이다. 아이들 교육에 대해서 내가 아는 게 별로 없기 때문이다.


나보다 열 살 위인 부장교사 AC

“무슨 시스템을 이렇게 복잡하게 만들어서 바쁜 사람을 오라 가라 하는 겁니까?”


힘들게 일하는 국민의 혈세가 포함된 돈이다. 그 사람들을 생각하면, 쉽게 막 쓸 수는 없다.  그래서 그렇게도 예산이 복잡한 거다. 우리는 많이 고민하고, 오차 없이 집행해야 할 의무가 있다. 



그 5%를 어디까지 이해해야 할까


그저 그들에게 한마디 못 하고, 그냥 갈기갈기 찢어질 수밖에 없는 노릇인가.

십 년 넘는 시간 동안 대부분, 95%의 사람들로 인해 즐겁게 일하고 있다. 가끔 지치는 건 그 5% 때문이다. 아마 그들을 이해하려고 했던 노력이 나를 지치게 만들었던 것 같다. 게다가 이제 나도 중년이 다 되었다. 이젠 좀 쉬고 싶다. 그래서 그들을 이해하지 않기로 했다.


그저, 그 5%로 인해 진심이 통하는 95%의 선생님들께 더 감사하게 된 것으로 만족하련다. 덤으로 다양한 감정을 느끼고, 그것을 통해서 글감이 또 하나 생겼다는 거… 그것으로 족하다. 그러고도 여유가 생긴다면, 95%의 선생님들도 5% 인해서 참 힘들 거란 위로를 담아 보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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