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에 걸렸다, 나는 무엇을 할 것인가?

상상도 해본 적 없던 선택지를 마주했다

by 윤 yo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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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 차 직장인에게 생긴 일>과 이어집니다






내 몸에 암세포가 존재한다는 사실을 알았지만, 막상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없었다. 있다면, 오늘 저녁 예약한 요가 수업에 출석하는 일 정도.


나의 '암'은 엄마를 통해 저녁 식사 자리에서 들었다. 회사에서 일한다고, 병원 연락 하나 제때 받지 못한 탓에 결국 엄마가 먼저 내 소식을 전달받은 것이다.


이런 불효가 또 없다.


병원으로부터 온 연락을 받고, 엄마는 얼마나 아프고 속상했을까, 또 얼마나 무너졌을까.


자식을 위해 필사적으로 울음을 참는 엄마 앞에서 나는 눈물 하나 못 참고, 결국 삐질삐질 울었다. 분명 입으로 들어가는 밥이, 코로 들어가는지 내 가슴에 얹히는지 도무지 알 수가 없었다.


한 그릇을 다 비우고, 운동복으로 갈아입었다. 몸이 기억하는 대로 집을 나와, 익숙한 길을 걸어가며 요가원으로 향했다.


그리고 두 번쯤 길가에 주저앉아 정신 없이 울기도 했다.





"이게... 흔한 일은 아니야."


'다카야수 동맥염'이라고 부르는 희귀 난치 질환을 나는, 어느덧 21년째 앓고 있는 중이었다. 주치의에 암 소식을 전하고, 빠르게 잡힌 진료일. 주치의 화면엔 온갖 자료들이 떠있는데, 나는 아무것도 해석이 되지 않았다.


내가 가진 지병과 혹, 어떤 관계가 있진 않을까?

그게 아니라면, 이 두 질환이 서로 악영향으로 작용할 가능성은? 확률은?


"이런 경우가 없어서, 아무래도 지켜보는 수밖에는 없을 거 같네. 이게 질환끼리 서로 관계가 있진 않아, 그런 결과나 케이스도 없고..."


무슨 말이 위로가 될 수 있을지, 나는 어떻게 해야 제정신을 차릴 수 있는 건지 하나도 모르겠다. 그저 이 상황을 납득할 수 있는 일말의 무언가가 필요했다. 정답도, 나는 원하지 않았다.


"얘기 듣고, 정말 나도 있는 자료는 다 찾아봤는데..."


지금 이 모든 말들이 결정적인 신호탄이 된 것은 아니다. 그런데 한 번 터진 눈물샘은 도무지 봉합이 안 된다. 눈이 빠질 거 같아, 이제 그만 울고 싶다고 생각하면서도 눈물은 멈출 생각이 없었다.


더 이상 아무 말 없는 의사, 함께 우는 간호사.

나는 내가 서러워서 우는지, 악에 받쳐 울고 싶었던 건지 더 분간이 되지 않았다.





견고하게 쌓은 줄 알았던 나의 모래성은 작은 물길 한 번에 와르르 스러졌다.


하지만 나는 무너진 모래성을 다시 쌓아올려야만 한다. 또 다시 무너질 수 있음을 알면서도, 유일하게 할 수 있는 내가 할 수 있는 일이기에 해야 했다.


나는 '살아남는 것'을 목표로 삼겠다.


이미 이렇게 태어나버린 것, 내가 살고 싶은 만큼은 살아보겠다. 무너져도 일어나, 살아있다면 살아가는 것이다.


"전이 위험도가 높아서 최대한 빨리 제거해야 해."


젊으니 걱정 말라던 그 말이 아득히 떠올랐다. 하지만 독버섯 같던 덩어리가 진짜 '암'이 된 순간, 나는 한 시가 시급한 환자가 됐다. 젊으면 젊을수록 전이가 빠른 것이 그 이유였다.


여름의 직전, 어느 봄날의 끄트머리. 차근차근 일상을 정리한다. 나의 회복과 생존을 간절히 바라는 첫 번째 단계였다.


"저, 암이래요."


회사에 퇴사를 이야기했다. 그럴싸한 퇴사 사유를 생각할 겨를도 없이, 있는 그대로 솔직한 상황을 토로했다.


퇴사하는 상상은 수도 없이 했지만, 무수한 상상 속에 이런 일은 없었다. 이는 나조차도 차마 예상치 못한 엔딩이었다.






암이 찾아오면서 모든 면역이 모조리 무너졌다. 태어나서 크게 건강해본 적은 없는데, 이렇게 동시다발적으로 상태가 성치 않은 것도 어떻게 보면 진귀한 경험일까 싶다.


사춘기 때도 한 번 난 적 없는 여드름이 온 얼굴을 장악하고, 두 달째 낫지 않는 감기, 시도 때도 없는 코피, 안부 인사를 전하듯 찾아오는 구역질.


하지만 병원에서는, 암으로부터의 신호는 '없다'고 말한다.


소리 소문 없이 고요하게 찾아와, 갉아먹는 것이 '암'이라고. 하지만 나는 이 일련의 변화들이 꼭 전조증상처럼 느껴진다. 네 몸이 정말 죽어가니 눈치 채고 살려는 애를 쓰라고 아우성이었던 거라, 나는 해석한다.


스스로 잘 버틸 수 있기를, 간절히 바라며

풍파가 지나는 지금 이 순간도 언젠가는 추억으로 남는 날이 온다면 더할 나위 없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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