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보다 배꼽이 더 큰 소비일지라도
수영을 시작한 지는 이제 겨우 한 달쯤 지났다. 그리고 사실 수영을 시작하기에 앞서 철 없는 생각을 했다.'수영? 대박, 애플워치 사야지!'라고.
애플워치 구매에 대한 고민은 장장 몇 달에 걸쳤다. 가격이 분명 만만치 않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수영을 시작하고도 곧장 애플워치를 사진 못했다. 그래서 수영 한 달은 애플워치 없이 해봤다.
회사에서의 오랜 업무 활동으로 목이 굽고, 등허리가 굽고, 어깨가 쳐지면서 그렇지 않아도 딱히 좋은 구석 없던 자세에 빨간 불이 켜졌다. 먹는 것도 앉아서 먹는데, 회사 근처를 두르고 반 바퀴도 돌고 올 시간이 없었다. 운동 부족이 극심했다.
관리가 절실하다고 아우성인 몸의 현 상태 심각성을 인지하고서야 필라테스와 요가를 병행하기로 마음 먹었다. 그마저도 잦은 야근의 문제로 흐지부지 흐트러지면서 통 크게 기부한 사람이 되어버렸지만. 사실 예견된 실패이기도 했다.
다시 돌아와 백수가 된 현재, '수영'을 하기로 마음먹은 이유는 때문에 간단하다. 시간에 여유가 생겼고, 과도한 체력 소모를 필요로 하지 않게 된 일상으로 돌아왔으며, 여러모로 큰 부담이 없는 물 운동이라는 점이다. 결과적으로 아주 착실히 해 나아가는 중이다.
무엇보다 수영이 즐겁고, 재미있었다. 맞는 운동을 드디어 찾았구나, 유레카! 싶었다. 그런 나에게 필요한 것은 이제 '기록'이었다.
처음, 수영을 시작하기 전에 유의해야 할 사항이 하나 있다.
꼭 운동 앱에 들어가서 수영 시작 전, 설정을 해주고 [시작]을 눌러야 기록이 진행된다는 사실이다. 일전의 나는 기계의 발전만 믿고 하루의 기록을 모조리 날린 전적이 있다.
애플워치 잠금 화면에서 아래부터 위쪽으로 당겨 올리면 끌려오는 수많은 기능들이 있다. 수영을 하다 보면 그중에서 가장 많이 사용하게 되는 것이 사진 속의 물방울 모양, 터치 방지 기능이다.
이 물방울은 물길이나 화면에 튀는 물방울이 터치(접촉)로 인식되지 않도록 한다. 그리고 수영 종료 후, 기능 해제를 하면서 기계 안에 들어간 물기들을 빼내며 제거해 주기도 한다. 굉장히 유용한 역할을 하고 있다. 간혹 물방울 기능을 '방수 기능'으로 착각하기 쉬운데, 새삼스럽게도 방수는 애플워치 자체 기능이다.
수영이 끝났다면, 물방울 기능을 해제해야 한다. 애플워치 본체의 오른쪽에 동그랗게 툭 튀어나온 디지털 크라운을 돌리면 된다. 오른쪽 사진의 화면처럼 잠금 해제됨이 뜰 때까지.
동시에 애플워치는 진동과 함께 본체 안의 물을 빼낼 것이다.
0.06km의 수줍은 수영 기록은 이전 낭패의 전적이다. 이후엔 더욱 철저히 기록하고 있다.
‘운동’ 앱에서 세부 운동 종목을 정하고 자동 기록을 시작할 수 있다면, ‘피트니스’ 앱은 기록된 모든 움직임 활동에 대한 결과를 날짜별로 저장한다.
특히 ‘피트니스’ 앱은 활동 시간, 칼로리 소모, 걸음 수 등 종합적인 수치를 일자별로 낱낱이 저장하고, 확인할 수 있게 돕는 역할을 한다. 보통 나는 수영 기록의 비교를 위해 자주 확인하고 있다.
또한, ‘피트니스’ 앱은 애플워치를 쓰고 있는 친구들과 활동량 공유가 가능하다. 이것도 똑똑한 애플워치가 처음부터 다 알아서 동기화를 해주면 좋겠지만, 그렇진 않고 활동을 공유할 친구를 초대해야만 활용할 수 있다. 초대받은 친구가 수락을 하면 그때부터 바로 ‘피트니스’ 앱 - 공유하기에서 서로의 활동 내역을 확인할 수 있게 된다.
그리고, 여느 때처럼 아침 일찍 수영을 다녀온 어느 날.
친구로부터 메시지 한 통이 도착했다.
소소하게 재밌다.
애플워치로 큐알코드를 설정할 수도 있다.
어느 곳을 가든 큐알코드를 찍는 게 일상이 된 요즘, 일일이 핸드폰을 열어 켜는 것도 귀찮고 그마저도 종종 인증 단계부터 다시 거치는 일 또한 허다해서 번거로울 때가 많다.
귀찮은 과정을 단번에 생략할 수 있는 게 단축어 설정이다. 이에 앞서, 일단 아이폰이 있어야 한다. 아이폰에서 단축어 설정을 하면 애플워치에서 곧장 연동이 된다. 터치 한 번으로 큐알코드를 부르고, 간편하게 손목만 들어 찍을 수 있게 되는 것이다.
개인적으로 조금 아쉬운 게 있다면 큐알코드 모양이 너무 조그맣게 뜬다는 점인데, 애플워치 화면에 꽉 채워 띄울 수 있는 다른 방법이 있다면 활용하기 더 좋을 것 같다.
‘심박수’ 기능은 내게 부록과 같다. 격한 활동 때마다 심박수를 체크하고 바로 확인해볼 수 있다는 점이 좋다.
결과적으로 배보다 배꼽이 더 큰 소비는 탈탈 털린 잔고를 불러왔지만, 그걸 보고도 배가 부른 나는 그에 충분히 상응하는 만족도를 얻은 셈이다.
아직까진 킥판 없이 살 수 없는 초보 스위밍 인간이지만 어김없이 널뛰는 심장을 안고 오늘도 열심히 어푸어푸다! 마스터를 하는 그날까지 열심히 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