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의 이야기.
안녕, 나야. 지금 막 몽롱한 채로 비행기에서 내렸어. 여기는 캄란 공항, 지금은 새벽 2시에 가까운 시간이야. 서울과는 두시간 정도 틈이 벌어져 있으니까 거긴 새벽 4시가 가까워졌겠다. 시내에 있는 호텔까지 움직여야 해서 급하게 택시를 탔어. 왠지 말이 통하지 않는 낯선 곳에서의 택시는 좀 무서워. 하긴 한국에서도 택시는 무섭다고 잘 안타는 편이니까 여기라고 특히 더 그런 건 아닐 테지만. 그래도 이번 여행엔 동승할 친구가 있어서 다행이지 뭐야. 옆에서 배가 아프다고 골골하고 있지만 왠지 존재만으로도 든든한 느낌 있잖아. 이번 여행은 이 친구와 좋은 것을 함께 나눌 거야.
저렴한 비즈니스 호텔에서 쪽잠을 자고 일어나 아침을 먹으러 내려갔는데 향이 진하고 느끼한 음식이 있어. 아 여기 한국이 아니지, 우린 동남아에 왔지. 하는데 그렇다고 하기엔 주위에 온통 중국인뿐이야. 이렇게나 이질적인 느낌 오래간만이야. 하지만 이게 바로 여행의 맛이지. 아침을 대신해서 이질감을 코로 귀로 잔뜩 들이마셨어. 잠이 확 깨는 것 같아.
캐리어를 뒤져 차통을 꺼냈어. 금방 다시 짐을 싸야 하지만 그래도 티타임을 포기할 수는 없잖아. 물을 끓여 가볍게 차를 한잔하면서 책을 좀 읽다가 괜히 옥상에 있는 프라이빗 풀에도 가 봤어. 아침부터 물에 몸을 담그는 부지런한 사람들이 많더라. 내일쯤 몸이 풀리면 나도 아침부터 부지런하게 따뜻한 물에 몸을 담글 수 있을까. 하지만 오늘은 아무래도 찌뿌둥하네 하면서 친구랑 진한 비타민을 하나씩 나눠 먹었어.
움직임에 슬슬 시동을 걸어볼까 하면서 밖으로 나왔어. 나오자마자 뭔가 들어가지 않으면 안 될 것 같은 카페가 보여서 바로 입장했는데 겉보다 속이 훨씬 더 멋진 곳이야. 온통 식물이 가득한 공간이었는데 푸르름에 둘러 쌓여 베트남 커피와 아이스크림을 사이좋게 나눠 먹었어. 온종일 있어도 좋을 것 같았지만 우리에게 시내에서의 시간은 딱 반나절밖에 주어지지 않아서 마음이 좀 급했어. 생각보다 습하네, 하지만 공기가 무겁지는 않다, 하는 말을 나누면서 산책하는 기분으로 바로 이 도시의 커다란 시장으로 향했어. 나는 마치 시골의 오일장처럼 야외에 펼쳐질 시장을 상상했는데, 그건 아니고 아파트 같은 건물 아래 빼곡히 들어찬 닭장 같은 공간이더라. 애초엔 어떤 모습이었을까, 이곳은 시장이 어떻게 변하고 있는 걸까 생각해 보고 싶었는데, 구경도 생각도 하지 못하게 정신없는 번잡함이 치고 들어왔어. 길 찾기엔 일가견이 있다고 장담하던 나였지만 자꾸 방향을 잃고 본 것 같은 가게들을 몇 번이나 지나치고야 말았어. 상인들이 자꾸 붙잡고 여기가 제일 싸다고, 뭘 원하냐고 물으며 소매자락을 쥘 듯이 다가와서 찬찬히 둘러보고 싶다가도 슬금슬금 뒷걸음질을 치게 돼. 그러느라 더 길을 잃어버렸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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