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의 이야기.
“너 마실 물 안 샀어. 따로 챙겼어야 하는데… 물 사러 가자.”
친구들이랑 여행을 가면 꼭 듣게 되는 말이다. 이렇게 말하는 친구의 손엔 생수병이 있는데도 말이다.
어린 시절 내내 보리나 결명자, 옥수수 같은 것들로 물을 끓여서 먹이던 엄마의 습관이 그대로 옮아서 나는 생수를 마시지 않는다. 생수를 마시려고 하면 비릿한 맛이 도는 것 같고 목에서 잘 넘어가지 않는다. 그리고 일단 맛이 없다. 왜 물에서 맛을 찾으려고 하냐고 물으면 할 말이 없지만, 나에게 물은 구수하고 달달한 찻물 같은 느낌이 돌아야 한다. 어렸을 때부터 쭉 그랬다. 이건 꼭 엄마를 닮았다. 엄마만 닮았다고 생각했는데 엄마의 엄마도 이런저런 것들을 넣어 차를 끓여 물로 마시는 것을 보았다. 대를 이어 천천히 전달되는 우리의 취향인가 보다.
갈증도 잘 느끼지 않는다. 온종일 거의 물을 잘 마시지 않는 날들도 있다. 건강을 위해서는 하루 2리터의 물을 마셔야 한다고 하는데 일단 생수나 정수된 물을 한 모금도 마시지 않기 때문에 나의 건강 신호는 늘 빨간불이다. 하지만 아직은 별다른 문제가 생기지 않은 채 어찌어찌 잘 버티고 있다.
그래도 요즘엔 억지로라도 물을 마셔보려고 노력하면서 식당에서 내놓는 생수를 거절하거나 다른 차를 꺼내 들거나 하는 것을 줄이고 있다. 갑자기 많은 양의 물을 술술 마실 수는 없지만, 아무것도 넣지 않는 생수의 맛을 느껴보려고 애쓰고 있다. 하지만 아무래도 구수한 향이, 고소한 맛이 나는 물이 좋다. 유별나지만 마시는 물에 대한 자세가 그렇다. 그래서 늘 차를 한가득 끓여 냉장고에 준비하는 귀찮음을 감수한다.
“고객님 따뜻한 아메리카노? 맞나요? 아이스 아니고 뜨거운 것으로 주문하시는 거죠?” 한여름에 카페에서는 주문을 재확인 받는 경우가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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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의 컨셉은,
'여름휴가를 함께'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