좁디좁은 내가 사는 집은 낡았다. 작은 화장실엔 세면대도 없다. 그래서 신발을 벗고 들어오면 제일 먼저 만나는 싱크대가 손 씻는 장소다.
그가 우리 집에 왔을 때도 예외는 아니었다. 신발을 벗고 들어오는 그에게 우리 집은 여기서 손을 씻어요 하고 일러주었다.
오- 그렇구나. 하고 금세 시키는 대로 적응하는 것이 그의 장점이다. 왜 그런지 딱히 이유를 캐묻지도 않고 짐작해준다. 알려준 그다음부턴 으레 그랬던 것처럼 나처럼 신발을 벗고 들어와 싱크대에서 손을 먼저 씻었다.
꼼꼼한 성격인 그 사람은 손도 진지한 얼굴로 꼼꼼하게 닦곤 한다. 손가락 손톱 손바닥 틈을 문지르면서 긴 시간 손을 씻는 모습을 옆에서 가만히 쳐다보곤 했다.
함께 우리 집으로 귀가를 하게 된 날이다.
집으로 들어와 코트를 벗으면서 그를 위해 싱크대 손 씻기를 양보하고 나는 화장실 문 손잡이를 잡는데,
“애기 이리 와, 손!” 하고 그가 나를 잡아끌었다.
“응? 거기 좁으니까 나는 화장실에서 씻으면 돼요. “
“아니 여기서 같이 씻자, 손 씻겨줄게 이리 와.”
몇 차례 힘겨루기를 하다가 결국 지고 만 내가 손을 내밀자 물을 묻히고 핸드워시로 손가락 끝까지 꼼꼼하게 손을 씻겨주었다. 그 진지한 얼굴을 빤히 보다가 내가 말했다.
“이거 버릇돼서 내가 맨날 해달라고 하면 어떡할 거예요?”
“맨날 해줄 건데, 내 사람이니까.”
“해준다고 했다가 안 해주면 안 돼. 하다 못할 것 같으면 시작하지 않는 거예요.”
“계속해주면 되지. 그게 어렵나.”
“으응….?”
실제로 그 뒤로 그는 함께 외출하고 돌아오는 날엔 늘 내 손을 다정하게 닦아준다. 그게 우리 집 싱크대이든 그의 집 세면대이든.
늘 뒷걸음질 치고 괜찮다고 내가 알아서 하겠다고 손사래 치는 나도 변하지 않았다. 이런 친절은 왠지 익숙해지지 않는다.
그래서 언제까지 계속할 건데? 하고 가만히 지켜보는 마음도 변하지 않았다. 정말로 하다가 말면 왠지 속상해지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