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youyou Aug 04. 2023

여름방학엔 고전을 읽습니다._왕희지의 난정기

제가 언젠가는 배껴쓸 수 있을까요? 왕희지체를

왕희지(王羲之: 307~365)

중국 동진(東晉) 시대 서예가로, 자(字)는 일소(逸少)이다. 우군장군(右軍將軍)의 벼슬을 지냈으므로 세 상 사람들이 왕우군(王右軍)이라고도 불렀다.

중국 고금(古今)의 첫째가는 서성(書聖)으로 존경받는다. 해서 ·행서·초서의 각 서체를 완성함으로써 예술로서의 서예의 지위를 확립하였다. 예서(隸書)를 잘 썼고, 당시 아직 성숙하지 못하였던 해 ·행 ·초의 3체를 예술적인 서체로 완성한 공적이 있으며, 현재 그의 필적이라 전해지는 것도 모두 해 ·행 ·초의 3체에 한정되어 있다. 오늘날 전하여 오는 필적만 보아도 그의 서풍(書風) 은 전아(典雅)하고 힘차며, 귀족적인 기품이 높다.


서예공부를 하면서 엄청 엄청 듣게 되는 이름, 왕희지.

해서를 시작하면서 어떤 글씨를 쓸까 고민할 때, 언급되었던 이름이 안진경과 왕희지와 구양순이었다.

문장을 하나도 모르던 시절이라서 선생님의 조언대로 안진경을 골랐고 안진경의 안진례비와 마고산선단기를 썼는데, 아마도 이 문장을 먼저 만났다면 왕희지를 쓰겠다고 우겼을 것 같다.

그의 문장을 많은 사람들이 배껴썼는데 그 마음을 이제 알 것 같기도!



永和九年歲在癸丑暮春之初에 會于會稽山陰之蘭亭 하야 修禊事也일새 群賢畢至하고 少長咸集이라

영화(永和) 9년(353) 세(歲: 木星)가 계축(癸丑)에 있는 해 모춘(暮春: 음력 3월) 초에 회계산(會稽山) 북쪽 난정(蘭亭)에 모여 계사(禊事)를 치를 적에 많은 어진 이들이 모두 오고 젊은이와 어른이 다 모였다.


地에 有崇山峻嶺과 茂林脩竹하고 又有淸流激湍 이 映帶左右어늘 引以爲流觴曲水하고 列坐其次하니 雖無絲竹管絃之盛이나 一 觴一詠에 亦足以暢敍幽情 이라

이곳에는 높은 산과 험준한 고개, 무성한 숲과 키 큰 대나무가 있다. 또 맑게 흐르는 물과 세찬 여울이 좌우를 비추며 둘러있거늘 그물을 끌어와서 유상곡수(流觴曲水: 휘어져 흐르는 물에 술잔을 띄움)를 만들고 그 주변에 차례대로 줄지어 앉으니, 비록 관악과 현악의 성대함은 없으나 술 한잔 시 한수로 그윽한 정을 맘껏 풀어내기에 족하였다.


是日也 天朗氣淸하야 惠風和暢이라 仰觀宇宙之大 하고 俯察品類之盛하야 所以遊目騁懷에 足以極視聽之娛하니 信可樂也로다

이날 하늘은 밝고 기운은 맑아 은혜로운 바람이 기분 좋게 불었다. 고개 들어 저 큰 우주를 우러러보고 고개 숙여 이 많은 존재들을 살펴보면서, 눈이 가고 감정이 달리는 곳에 족히 시각과 청각의 즐거움을 지극히 하니, 참으로 즐겁도다.

 

夫人之相與俯仰一世에 或取諸懷抱하야 悟[晤]言一 室之內하고 或因寄所託하 야 放浪形骸之外하나니 雖趣舍萬殊하고 靜躁不同이 나 當其欣於所遇하야 暫得於己하야는 快然自得하야 曾不知老之將至라가

사람들이 서로 더불어 한 세상을 잠깐 살면서, 가슴속 생각을 취하여 방 안에서 함께 이야기하기도 하고, 몸을 맡긴 세상에 의지하여 몸뚱이 바깥에서 방랑하기도 한다. 이렇게 향해 가고 버려두는 것이 수없이 다르고, 고요하고 조급함이 같지 않지만, 만나게 된 것에 기뻐하며 잠시나마 행복감을 느낌에 당해서는 흔쾌히 행복해하면서 늙음이 장차 닥치는 것을 아랑곳하지 않는다.


及其所之旣倦하야 情隨事遷이면 感慨係之矣라 向之所欣이 俛仰之間에 已爲陳迹하니 尤不能不以之興懷 로다 況脩短隨化나 終期於盡가 古人云 死生亦大矣라 하니 豈不痛哉아

그러다가 그것이 권태로워져서 감정이 일에 따라 변하면서 슬픔이 밀려와서 좀 전의 기쁨이 짧은 순간에 진부한 자취가 되고 만다. 그러니 이 때문에라도 감회를 일으키지 않으면 더욱 안된다. 하물며 목숨의 길고 짧음이야 조화에 따르겠으나 결국은 모두 죽게 되어 있음에랴. 옛사람이 이르기를 ‘죽고 사는 것이 또한 크다’고 하였으니, 어찌 애통하지 않은가?


每攬昔人興感之由하면 若合一契하니 未嘗不臨文嗟悼라 不能喩之於懷나 固知 一死生爲虛誕이요 齊彭殤 爲妄作이라 後之視今이 亦猶今之視昔이리니 悲夫라

매번 옛사람들이 감정을 일으킨 까닭을 찾아볼 때면 마치 계약서를 맞추어 보듯 똑같아서, 글을 마주하고는 서글프지 않은 적이 없었다. 그 이유를 마음속에서 깨우칠 수는 없지만, ‘삶과 죽음이 하 나’라는 말이 허튼소리라는 것과‘오래 사는 것과 일찍 죽는 것에 차이가 없다’는말이 허망한 짓이라는 것은 확실히 알겠다. 훗날 오늘을 보는 것이 오늘 옛날을 보는 것과 같을 테니, 슬프다.


故로 列敍時人하고 錄其所述하니 雖世殊事異나 所以興懷는 其致一也라 後之覽者 亦將有感於斯文이리라.

이런 까닭에 오늘 모인 사람들을 빠짐없이 쓰고 그들이 지은 글을 기록하니, 비록 세상은 달라지고 일은 다르더라도 감회를 일으키는 이유는 똑같을 것이다. 훗날 이 글을 보는 사람도 감응이 있으리라.


왕희지의 난정기, 난정서 어렴풋이 엄청 많이 들었는데 무슨 내용인지 이제 알게 되었지 뭐예요. 축제가 열렸던 날에 사람들이 쓴 글을 모아서 책으로 엮었고, 그 책의 서문이라는 것을 알게 되니까, 그럼 그 책의 내용은요? 하는 의문이 생겼는데 다른 내용은 별로고 서문만 짱이라서 서문이 유명해졌대. 거 참 사람일 모르는 거네. 나는 “若合一契”라는 단어에 꽂혔다. 계약서를 맞추어보듯 너와 나의 감정이 똑같아진다니 어떻게 이런 표현을 쓸 수가 있지 미친 표현력이네? 에 너무 놀랐고, 이 시절에도 계약서에 맞추어 보는 것이 있었다니 어떤 방법으로 맞추어 보았던 걸까 신기했다. (두 개를 깨서 나눠가지고 그 조각이 딱 맞는지를 체크했다고 하는군요.) 훗날 오늘을 보는 것이 오늘 옛날을 보는 것과 같을 테니 슬프다는 말은 지금에 너무 딱 어울리는 말이지 않을까 싶어요. 감정과 문장뿐 아니라 역사가 자꾸 반복되고 있는 느낌이에요 왕희지선생님.

난정기를 읽으면서 저의 오늘을 자꾸 되씹어보게 됩니다. 저의 요즘은 자연을 탐닉하는 일에 마음을 온통 쏟고 있고, 옛사람들의 문장과 그들의 글자를 보고 또 보면서 닮고 싶어 해요. 저 또한 그 이유를 마음속에서 깨우칠 수는 없지만 당신이 예언했듯이 저의 오늘은 영화 9년 모춘 초에 글을 쓰던 당신이 과거를 보던 마음과 똑같아요. 요즘 가장 많이 듣는 이 야기는 젊은 친구가 왜 이런 것들을 알고 싶어 하나? 거 참 기특하네 같은 말들인데,

모르니까 재미없는 거지, 알면 또 재미있는데. 저희는 이런 걸 배울 기회가 많이 없었을 뿐인 것 같아요.



오래된 고전 이야기를 재미있게 들으며 개인적인 기록을 남겨둡니다. 위대한 작품에 대해서 이러쿵저러쿵 떠들 것은 아니지만 친구의 이야기라고 생각하고 기억하면 더 재미있게 기억할 수 있을 것만 같아서요. (제가 잘 기억하고 싶습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여름방학엔 고전을 읽습니다. _ 도연명의 귀거래사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