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바람 맞으면서, 브루클린 리본 프라이

by youyo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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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고 작은 가게에 끌리는 성향이 있는 것 같다. 내가 발로 서울 구석진 골목에서 4평이 조금 넘는 작은 가게 겸 공방을 하고 있기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내 공방은 늘 너무 좁고 어수선하고 누군가가 오면 부끄럽기만 하고 어떻게 고쳐야 하나 늘 고민인 곳인데 다른 곳에서 만나는 작은 공간들은 어쩜 하나같이 다 매력적이기만 한지.

작은 가게들을 방문하면 내 공간도 그렇게 매력적이면 좋겠다 한숨 한 번 쉬고, 돌아가면 뭐라도 고쳐봐야겠다 결심했다가 또 두 손 놓아버리기도 한다.

오모테산도를 지나 하라주쿠로 가는 길에 이 작은 가게를 만났다. 만났다는 말보다 친구가 여기 들어가야겠다고 말했고 실제로 들어갔다는 말이 맞겠다. 아무튼, 가게 되었다 이 가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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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다란 바가 있고 테이블은 하나도 없는 가게. 여기 잠시 앉아서 먹고 가도 되냐고 짐이 잔뜩 쌓인 의자 위에 앉아버렸다. 밖은 너무 추웠고 여긴 너무 따뜻한 곳이었기 때문이다. 금세 눈이 반짝해진 친구는 신나게 에일과 프라이를 주문했고 우리는 함께 홀린 듯이 감자를 깎는 기계를 바라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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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글동글 신기하게 말린 감자 한 봉지와 진하고 시원한 진저에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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짭조름하고 바삭바삭한 감자는 마치 리본처럼 돌돌 말려 있는데, 그래서 리본 프라이인가 여긴. 길쭉한 감자를 꽂아서 돌돌 깎아내는 과정이 너무 신기해서 계속해서 멍하게 바라볼 수 있을 것 같았다. 좁고 긴 주방엔 두 명의 스텝이 각자의 자리를 지키고 있었고, 카운터의 손님은 단골이거나 친한 친구인지 다정한 이야기가 오고 가고 있었다. 그리고 우리는 그 가게의 구석에서 동동 뜬 섬처럼 기분이 동동 떠오르고 있었다.

딱히 어딘가를 가려던 것도 아니었고 꼭 봐야 할 것도 없는 첫날. 하지만 날씨가 너무 춥고 비가 내려서 왠지 쓸쓸한 기분도 리본 프라이처럼 돌돌 말리고 있었다. 바삭바삭 달고 짜고 따뜻한 프라이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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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음이 가득한 시원한 음료였는데, 왜 그렇게나 따뜻하게 느껴졌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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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0-0001, 3 Chome-23-2 Jingūmae, Shibuya-ku, Tōkyō-to 150-0001, Japan

everyday 11:00-2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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