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의 엄마와 닮았네

할머니가 꼭 엄마 같네

by youyou

엄마는 떨어져 사는 딸의 밥상이 걱정되어 가끔 택배로 반찬을 보내고 한다. 주기가 정해져 있는 것은 아니고, 엄마의 기분에 따라 가끔이다.

뭘 보내주는지는 그때의 엄마의 기분에 따라 다르지만, 꼭 하나 빠지지 않는 것이 있다. 바로 멸치볶음


생김새를 구별할 수 없을 정도로 자잘한 멸치를 볶아주는 반찬인데, 멸치만 볶는 법은 없고 마늘, 아몬드, 호두, 잣 같은 온갖 것들을 넣었다 뺐다 하며 다양한 변주를 만든다. 비슷한데 달라서 투정을 부릴 수 없게 만들고 싶은 의지가 담긴 듯 한 열정이다. 최근의 멸치볶음엔 유자가 들어있기도 했다. 엄마의 택배 꾸러미 중 가장 신경 쓰는 반찬 중 하나이다.

엄마는 이상한 포인트에서 강하게 고집을 부리곤 하는데, 그 고집 포인트 중 하나가 바로 이 멸치 볶음이다.


유독 생선을 싫어해서 온갖 생선요리를 다 마다하는 딸에게 어떤 생선이라도 먹여야 하겠다는 고집을 부리고 있는 것 같다.

비타민이 들어있다느니, 칼슘이 풍부하다느니, 하는 곁들임을 잊지 않는다. 이번 것은 엄청 자잘해서 멸치인지 뭔지 분간도 안되니까 그냥 퍼먹으면 된다고 말하기도 한다.

그냥 먹이고 싶은 것이다. 그리고 그냥 주고 싶은 것이다. 싫다고 아무리 말해도 그냥 내가 주고 싶으니까 받으라는 말이 돌아왔다.



최근에 찾은 할머니 댁에선, 엄마의 멸치에 버금가는 무엇인가를 받아왔다.

장에 나가서 꼭 사야 할 것이 있다고 한 할머니는 내 손을 꼭 붙잡고 오징어 젓갈 앞에 섰다.

“오징어 젓갈이 필요해요 할머니?”

라는 내 물음에

“아니 나는 필요 없는데 너 사줘야 해.”

라고 답했다.

“할미, 나는 젓갈 잘 안 묵어요. 안 필요한데?”

“내가 꼭 사주고 싶어 그래. 젓갈 사주고 싶어 그래”


왜 오징어 젓갈이냐는 내 물음에 할머니는 이게 밥반찬 하기 쉽고, 짭조름하니 좋고, 네가 올 줄 알았으면 그때 마을까지 들어온 상인한테 한 통 더 살 껄 그랬는데 너 줄 것이 없어서 사야 한다고 했다.

아무튼 그냥 내가 사주고 싶은 것이었다. 받는 사람의 취향 따윈 상관없이.


할머니의 오징어 젓갈을 받아와서 엄마의 멸치 옆에 나란히 놓으며 생각했다.

아유 모녀가 똑같네 똑같아. 본인이 주고 싶은 것만 주는 것이. 닮았네.


하지만,

나도 엄마처럼, 엄마의 엄마처럼

똑같이 고집부리겠지.

똑 닮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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