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날 그가 선사하는 휴가철 '나의 하루'

2024 김성규 콘서트 [LV]3 Let's Vacay

by 최희지
240803, 240804

* 어디까지나 개인적인 감상입니다. (^^) . . .






‘처음’이라는 것은 참 잊기 힘든 것이다. 처음 혼자 본 영화, 처음 간 해외여행, 처음 배운 악기……. 인생에 셀 수 없이 많았던 모든 ‘처음’들을 곱씹어 본다. 역시 아직까지 내 인생 여기저기에 스며들어 남은 ‘처음’은 단연 이것이겠다. 처음 좋아한 가수. 그들은 14년째 내 플레이리스트에 살아남아 숨 쉬고 있다.


그저 ‘처음’에 불과했던 사람을 인생에 다시 불러오기까지 걸린 시간은 매우 짧다. 의도치 않게 보러 갔던 뮤지컬에서 그를 다시 만나고, 여전히 내가 좋아하는 목소리로 노래를 하는 그를 보면서, 기분 좋은 두근거림을 느꼈다. 그래서 어떤 넘버가 아닌 본인의 노래를 직접 부르는 그가 보고 싶어졌고 기꺼이 내 주말 전체를 내어드리게 되었다. 앞선 공연이었던 팬미팅을 일정 때문에 온라인으로 봤던 것이 아쉽기도 했고.


답지 않게 개인적인 이야기가 많고 길이가 긴 서론이었다. 인생에서 가장 재미있다는 ‘재입덕 n개월 차’ 시기를 보내고 있으니 이해 바란다. <2024 김성규 콘서트 [LV]3 Let’s Vacay>는 2022년부터 이어져 오고 있는 김성규 콘서트 LV 연작이라고 할 수 있겠다. 이번 공연은 LV 시리즈의 세 번째로, 타이틀에서도 직관적으로 보이듯이 휴가 콘셉트의 공연이었다.


<Let’s Vacay>의 세트 리스트는 전반적으로 ‘시간의 흐름’을 꼭 닮았다고 느껴졌다. 양일의 세트 리스트가 몇 곡을 제외하면 크게 다르지 않았지만 짚고 넘어가야 할 게 있다. 아주 작은 디테일이긴 하지만 첫콘과 막콘의 상징 아닌 상징(?)이 달랐다는 점. 첫콘의 상징은 ‘일출’이었다. 내가 정한 것은 아니고 콘서트 도중 있는 멘트 시간 중 VCR의 색이 그랬다. 태양을 연상케 하는 노란색과 빨간색의 그라데이션. 실제로 동일한 곡임에도 첫 콘에서는 4곡을 연속하여 두 번이나 부르며 김성규만의 ‘보컬 차력쇼’를 보여준다. 해가 뜨고, 김성규만의 ‘Vacay’의 시작을 알리는 첫 공연인 만큼 힘을 준 느낌이다. 반면, 막콘의 상징은 ‘일몰’이었다. 첫콘과는 다르게 VCR 속 검은색이 눈에 띠었다. 서울에서 하는 마지막 콘서트인 만큼 멘트 시간을 적당히 다시 분배했다. 김성규는 ‘어제처럼 연속으로 네 곡을 연달아 부르면 힘들까 봐’라고 했지만. 그리고 일몰 후 휴가의 마지막 밤을 불태우자는 듯이 아쉽지 않게 들고 온 리앙코르까지. 같으면서도 묘하게 다른 두 날의 공연을 세트 리스트와 함께 다시 추억하고자 한다.



그의 하지 (12시부터 3시)

‘Divin'’, ‘Shine’, ‘Ready To Go’로 정열적인 휴가의 포문을 연 김성규는 ‘Because’, ‘41일’, ‘Toki’, ‘Sometimes’를 연달아 선보였다. 특히 첫콘에서는 이 네 곡을 연달아 부르며 본업에 자신이 있는 가수임을 제대로 보여주었다. 특히 7곡 모두가 밴드 사운드가 돋보이는 –설령 원곡은 그렇지 않더라도 김성규 콘서트는 ‘김성규 밴드’라는 밴드 세션과 함께하기 때문에 편곡하여 선보인다.- 빠른 비트의 곡이기 때문에 관객의 흥을 돋우기 탁월했다. 하루 중 12시에서 3시 사이의 활력적인 모습을 연상토록 하는 곡 선정은 ‘휴가’라는 콘셉트에도 어울렸다.



그의 석양 (4시부터 6시)

그는 이어 ‘Feeling’(막콘에서는 ‘너여야만 해’), ‘Sentimental’, ‘Sorry’, ‘Till Sunrise’를 부르며 다시 분위기를 환기했다. 앞선 곡보다는 조금 더 잔잔한 노래로 나름의 강약 조절을 한 것인데, 4시부터 6시의 나도 모르게 나른해지는 느낌을 반영하는 듯했다. 한 곡이긴 하지만 공연별로 다른 노래를 불러 주기도 했다. 첫콘에서는 ‘Feeling’을 부르며 그의 강점인 호소력 짙은 목소리를 보여주었고, 막콘에서는 ‘너여야만 해’로 김성규 감성의 정수를 보여주었다.



그의 여름밤 (7시부터 11시)

이어 밴드 세션의 화려한 연주와 함께 시작되는 ‘Climax’는 7시부터 11시까지의 화려한 밤을 나타내는 곡들의 선두로서 기능해 다시 한번 분위기를 전환시켰다. 이 대목에서 ‘Climax’라는 노래가 가지고 있는 매력이 현장감을 만나 무한으로 발산한다. 팬들의 함성 속에서 외치는 “아직 멀었어 내 노래의 Climax”라는 가사를 증명하듯 김성규는 이어 ‘Small Talk’, ‘60초’, ‘Go again’으로 연달아 4곡을 부르며 공연장을 달아오르게 했다. 특히나 ‘Small Talk’과 ‘60초’는 팬들이 외쳐 주는 응원법이 돋보이는 그의 대표곡들 중 하나이기에 신나게 끌어올린 텐션을 연달아 이어가기 적절한 곡이었다.



그의 새벽 (12시부터 2시)

그는 다시 한번 공연의 흐름을 조절한다. ‘안개’와 ‘꼭’(막콘에서는 ‘closer’)을 어쿠스틱 버전으로 부른 것이다. 원곡 못지않게 좋은 편곡으로 잔잔한 분위기를 선물한 그는 곧바로 ‘Jump’와 ‘Savior’를 통해 마냥 촉촉하고 슬프지만은 않은 김성규만의 새벽을 보여주는 듯했다. 특히나 ‘It Will Be’로 이 공연의 공식적인 문을 닫으며 아름다운 마무리를 한다.



그의 동이 틀 무렵 (3시부터 5시)

하지만 그가 퇴장하고 모든 관객들은 ‘Kontrol’을 부르며 앙코르를 요청한다. 개인적으로 참 좋아하는 부분이다. 그냥 ‘앙코르’를 외치는 것이 아니라 “돌아와 줘 하루하루 이렇게 눈물로 하염없이 너를 기다리는 나에게로 돌아와 줘 끝이 없는 내 안의 기다림 멈출 수 있는 건 오직 그대밖에 없어”라는 가사로 마음을 전달하는 게. 그리고 전화 부스 안에 들어간 그가 그 대목을 그대로 이어 부르며 ‘Kontrol’로 앙코르의 시작을 여는 그 연출까지도. 이후 ‘My Everyday Is You’, ‘답가’(막콘에서는 ‘You’), ‘끌림’을 부르며 앙코르 공연까지도 성황리에 마친다. 개인적으로는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지 만나질 수 있는 거 맞지?” 라는 가사가 있는 ‘끌림’으로 공연의 막을 내린 것은 정말 로맨틱한 선택이며 그의 바람대로 다음 공연까지도 기다리게 하는 힘이 있는 노래였다고 생각한다. 첫콘은 이렇게 막이 내리지만 팬들의 간절한 ‘다시 돌아와’ 이후 이어지는 리앙코르는 그가 그의 관객들을 얼마나 사랑하는지 가장 잘 보이는 순간이었다. ‘답가’, ‘True Love’, ‘머물러줘’, ‘나의 하루’, ‘Hush’, ‘Daydream’, ‘Closer’ 총 7개의 노래를 불러주며 관객의 환대에 응답했기 때문이다. 특히 반주가 준비가 안 되어 있으면 즉석에서 합을 맞추는 능숙한 밴드 세션과 노래의 빈틈을 채우는 관객의 떼창까지 아름답지 않은 순간이 하나도 없었던 순간이었다.




개인적으로 나에게 있어 김성규는 가을과 겨울에 어울리는 목소리를 가진 가수였다. 딱히 어떤 이유가 있었던 것은 아니고 날씨가 추워졌을 즈음에 그의 노래를 들으면 더욱 더 와닿았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그가 여름과 봄에 어울리지 않는 가수라고 생각했던 것은 아니다. 그냥 그가 불러주는 잔잔한 노래들이 그 계절에 유난히도 잘 어울렸다고 생각했을 뿐. 하지만 <Let’s Vacay> 공연을 통해 내가 틀렸다는 것을 제대로 깨달았다. 그의 목소리에 ‘퍼스널 시즌’ 같은 건 없다. 그가 어느 계절이든 마이크를 잡으면 그게 그의 ‘퍼스널 시즌’이다.


주말 간 그와 함께 보낸 나의 작은 여름휴가는 대성공이었다. 그는 무수히 많은 공연을 해 왔지만 슬프게도 나는 이번이 처음이었다. 시간을 돌려 앞선 공연을 전부 볼 수 없다는 사실은 너무 슬프지만 이번 <Let’s Vacay>가 잊지 못할 기억이 되었다는 뜻이다. 그가 보여준 여름은 이리도 아름다웠는데, 과연 다른 계절은 어떨지가 궁금하다. 앞서 간결히 언급했지만 그는 이미 내게 ‘다음 콘서트도 궁금한 가수’가 되었다. 성규 님, 바람 이루신 것 축하드려요. 그가 부디 오래 무대 위에서 떠나지 않는 가수가 되었으면 한다. 이기적이지만 나를 위해서. 하지만 나는 안다. 무대 위에서 노래를 하는 그를 사랑하는 나의 마음보다 노래하는 자신을 사랑하는 그의 마음이 더 크다는 사실을. 이런 가수를 좋아할 수 있는 것은 정말이지, 행운이다.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나야말로 너의 이야기를 말해 줘서 고마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