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면의 밤

by 정인한


시험을 치르고 나와서, 그 당일 여자 친구와 함께 밀양으로 여행을 갔었다. 나에게 네 번째 시험이었고, 우리에게는 첫 여행이었다. 그녀가 운전하고 나는 옆에 자리에 앉아만 있었다. 밖에는 겨울비가 부드럽게 내리고 있었다. 차창에 닿는 빗소리보다 와이퍼 소리가 요란했다.


한적한 길을 오래 달려 도착한 숙소는 둘러싼 푸른 침엽수 덕에 다른 계절처럼 보였다. 우산 밖으로 떨어지는 차가운 빗방울을 만지면서 나는 더 추워지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러면 눈이 될 것 같았으니까. 여행 첫날은 비가 와서 주변 길을 산책하고, 유량이 줄어 멈춘 듯한 하천을 바라보고, 돌을 던지고 그랬다.


소꿉놀이하듯 요리도 했다. 밤이 되니, 비가 장마처럼 굵어졌다. 닫힌 창문 밖에 떨어지는 빗소리가 요란한 밤이었다. 다음날은 여전히 흐렸지만, 비가 개었는데 그것이 기적처럼 느껴졌다. 왜냐하면 밤새도록 잠이 오지 않는 나에게 그녀는 잘될 것이라고 계속 이야기해 줬기 때문이다.


계란국에 아침을 차려 먹고 젖은 산길을 올라 유서 깊은 절로 향했다. 단출한 여행의 두 번째 일정이자, 마지막 일정이었다. 큰 눈을 뜨고 나를 내려다보는 목상을 지나서, 넓은 경내를 함께 걷고 걸었다. 심도를 얕게 해서, 사진기로 그녀를 담고 또 담았다. 배경은 중요하지 않았으니까.


그녀가 대웅전에 신발을 벗고 들어가길래, 따라서 마루에 올랐다. 그리고 태어나서 처음으로 불전함에 돈을 넣었다. 삼배를 올렸다. 나는 무엇을 소원했느냐면, 아주 빤한 것을 빌었다.


부처님, 무엇이든 되어도 좋으니, 그녀에게 속하게 해 달라고, 그녀를 지킬 수 있게, 함께 늙어갈 수 있게 해달라고 빌었다.


아주 흔한 연애 이야기, 십 년도 훌쩍 넘은 낡은 이야기. 그때 여자 친구는 이제 늘 같은 침대에서 밤을 맞이하는 아내가 되었고, 우리는 두 딸의 부모가 되었다. 나는 여전히 현실의 어려움이 있으면 불면의 밤을 보내고, 아내는 잘될 것이라 이야기한다. 어젯밤은 몇 번인가 그렇게 읊어주었다.


열대야이지만, 창은 활짝 열려 있었고, 아래에서는 매미가 계속 울었다.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 자정을 넘어서 어느 순간 매미는 쥐 죽은 듯 조용해졌고, 어느새 풀벌레가 울었다. 여름의 활엽수가 잎을 넓히는 소리가 들리는 것 같았다. 갑자기 소나기라도 내릴 것 같은 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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