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공짜 파리. 네 번째

세르누치 미술관 Musée Cernuschi

by 빠리누나

Henri Cernuschi의 초상화

파리 17구에 위치한 몽쏘공원과 바로 연결되어 있는 세르누치 미술관은

19세기에 프랑스로 귀화한 이탈리아인 Henri Cernuschi 가 소유했던 저택이다.

세르누치는 자신의 저택을 아시아여행에서 모은 수집품들도 가득 채웠고,

자신의 저택과 모든 수집품들을 파리시에 기증한 뒤 1986년 사망했다.

그 후, 1898년 10월에 아시아 미술관으로 대중에게 공개되었다.

현재 15000점 이상의 중국, 한국, 일본 그리고 베트남의 수집품들을 전시하고 있으며,

아시아각국의 아티스트들의 특별전시 또한 활발하게 진행 중이다.


내가 처음 세르누치를 방문한 건 2023년 5월 김창렬 화가의 특별전이 한창 일 때였다.

매주 목요일마다 피아노 레슨을 마치면 늘 몽쏘공원옆을 지나갔는데,

날씨가 좋았던 탓인지, 그날은 뭔가에 이끌리듯이 공원안쪽으로 산책하듯이 천천히 걸었고,

세르누치 미술관을 발견했다.

처음엔 무료입장이라는 표시를 보고 (Accés gratuit) 어떤 곳인지도 모르고 들어갔는데,

한국인 화가의 전시를 진행하는 것을 보고 너무 놀랐고, 왠지 모를 벅차오름도 느꼈다.


전시관 규모자체가 매우 크지는 않았지만, 예상하지 못한 한국인 화가의 전시를 만나게 되어서

마음이 무척 포근해졌고, 그림은 잘 모르지만, 한 작품 한 작품 몰입해서 감상하고 온 기억이 난다.

실컷 그림을 보고 집에 와서야 김창렬 화가의 기사와 정보를 찾아보았고,

한국 현대미술사의 거장이자, 1996년에 프랑스정부로부터

문화예술공로 훈장 슈발리에 (Chevalier)까지 받은 분이라는 것을 알게 되면서

내가 아주 대단한 전시를 보고 왔다는 생각에 한 번 더 벅차올랐다.

'물방울 화가'라고 불리는 김창렬 화가는 프랑스에서 유학할 당시에 다양한 미술적 실험을

시도했다고 한다.

1972년 파리에서 작업할 당시에 자신의 그림이 맘에 안 들면 유화색채를 떼어내고

캔버스를 재활용하였다고 하는데, 캔버스를 재활용하기 위해 물을 뿌리는 과정에서

맺히는 물방울이 햇살을 받으며 영롱하게 빛나는 모습에 영감을 받은 후 물방울을 주제로 한 많은 작품을 남겼다고 한다.


나는 특히, 프랑스 신문을 캔버스 삼아 그린 이 작품이 마음에 들었다.

김창렬 화가가 프랑스에서 유학했던 시절에도 대중교통 파업이 큰 이슈가 되었다는 사실이 재미있었다.

꼼꼼하게 한 작품 한 작품 감상하였고,

그러다 발견한 캔버스 옆에 남겨진 연도와 서명도 인상 깊어 사진에 담아보았다.

제주도에 있다는 김창렬미술관도 기회가 된다면 다음 한국 방문때 꼭 가고싶은 곳이 되었다.

상설전시실에도 다양하고 아름다운 아시아 유물들을 볼 수 있어서 아주 유익한 시간이었고,

이 당시에 파리에 방문해서 색다른 곳을 물어보는 이들에게 세르누치에 가서 김창렬 화가의

전시를 꼭 보라고 추천했었다.


현재도 다양한 아시아 특별전시 외에 한국인 예술가의 서예 시연 등 다양한 전시와 이벤트를 진행 중이다.

17구 주변에 숙소를 잡거나 파리여행 일정이 여유 있는 이들이 방문하면 아주 좋은 곳이다.

파리여행까지 와서 굳이, 아시아 미술관을 가야 하는지 의문이 들수도 있지만,

프랑스 현지에서 아시아미술과 한국미술이 어떻게 자리 잡고 어떤 모습으로 비춰지는지 알게 되는

뜻깊은 시간이 될 것이라 확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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