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마음 진단해 보기
갑자기 마음이 요동치게 불안해지는 순간이 있다.
생각과 행동이 따로 놀게 되어
무언가를 하지 않으면
가슴에 돌덩이가 하나 박힌 거 같고
심장이 목젖까지 올라와 뛰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이 든다.
2022년에 코로나를 핑계로 파리에 오고 나서 3년 만에 처음 한국을 다녀왔다.
가족행사나 기타 등등 행정처리 문제로 한 번은 갔어야 했던 한국이었고
오랜만에 친구들을 만날 기대에 부풀어 있었다.
미리미리 몇 달 전에 비행기 티켓을 예매하고 왠지 모를 설렘에
한국에서 무엇을 할지, 제일 먼저 무엇을 먹을지 생각하느라
아주 들떠있었다.
바쁘게 일상을 보내다 보니 어느덧 출국날짜가 성큼 다가와있었고
갑자기 달력에 표시된 날짜를 보고 알 수 없는 불안감이 밀려들었다
'아... 난 그동안 뭐 한 거지.. 이 나이에 다 정리하고
프랑스까지 와서 살고 있는데 아직 제대로 이룬 게 없네..
모두가 내가 멋지게 살고 있을 거라, 기대하고 있을 텐데
나는 뭐를 보여 줄 수 있을까? 내가 잘살고 있었던 게 맞을까?
별거 없다며 시시대진 않을까...?'
평소에 하지 않던 부정적인 생각들이
물밀듯이 밀려와 며칠을 잠을 잘 수가 없었다.
'그냥 가지 말까..'라고도 수십 번을 생각했던 것 같다.
사실 뭐를 이루려고 내가 여기에 온건 아니었다.
왜 프랑스에 살고 있냐고 질문을 받을 때마다
나는 쉽게 대답할 수 없었다.
그냥, 정말 그냥 살아보고 싶다는 생각이었다.
처음 3년은 정말 그냥 살아가는 게
꽤 적성에 맞고 매일매일이 설레고 즐거웠다.
역시 오길 잘했다며, 스스로를 칭찬하던 날들이 많았는데
갑자기 한국으로 돌아갈 날짜를 정해놓으니, 하루하루가 피가 말랐다.
시험 기간 한참 전에 거창하게 계획을 세워놓고
미루고 미루다 전날 벼락치기 하는 것처럼,
나는 발등에 불이 떨어졌고
그날을 위해 무언가를 이루고 가야 할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사실 아무도 나에게 기대하지 않았는데
누구도 나에게 압박을 주거나
어떤 부정적인 말도 하지 않았는데
너는 왜 이러고 있냐며 나 스스로 에게 질문을 던졌다.
그때도 답을 찾지 못했었다.. 답이 없는 걸까..
5주간의 일정을 소화하고 정신을 차려보았을 때
이미 파리로 돌아오는 비행기 안이었다.
한국에 다시 방문하기까지 일주일이 남은 오늘
나는 또다시 알 수 없는 불안감에 사로잡혀있다.
새해전야 카운트다운을 해지기 전부터 설레며 기다리다.
막상 화려한 불꽃놀이가 끝나면 꿈처럼 허무해지는 순간..
새로운 시작이라는 설렘이 불안으로 바뀌는 그 순간..
지금 나의 마음이 그런 것만 같아
카운트다운 증후군이라고 나만의 진단을 내려보았다.
원인이 뭔지 어떻게 해결해 나가야 하는지는
커다란 숙제로 남겨졌지만
브런치를 시작하면서
조금씩 나를 돌아보게 되었고
나의 생각과 마음을
스스로 다독여 주고 있다.
누구나 인생에서 불안감을 느낀다.
나의 불안이 나의 핑계가 되지 않도록
나의 불안을 이야기하고 싶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