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기예보의 배신에 익숙해지기

흐리다고 해줘서 고마워

by 빠리누나

파리에 살면서 일기예보보다는 하늘을 보며

날씨를 그때그때 가늠해 보는 게 익숙해졌지만,

중요한 일이 있을 땐 미리미리 일기예보를 보며

계획을 세우고 있다.


일주일 전부터,

맑은 날을 확인하며 계획을 세우는 건 파리에서는 특히, 이 계절에는 의미 없는 일일수도 있다.


맑은 날이 흐린 날로 바뀌는 건

사실, 이제는 너무 익숙해버려서,

어느 정도 플랜 B를 생각하는 것이 기본이 되었다.


비 오는 날 신발이 젖는 걸 극도로 싫어하고,

우산을 안 챙겨 온 날 만난 소나기에 화를 내던 내가

지금은 날씨가 변덕스러운 파리에 살고 있다.


이제는 갑자기 마주친 소나기를 즐기며

거리를 걸을 수 있고,

폭우가 쏟아지는 날 홀딱 젖은 신발을 신고 다니면서도, 신나게 웃는 내가 되었다.


날씨만큼 내 의지대로 안되는 것이 있을까..

나는 내 의지대로 할 수 없는 것에 너무 크게

스트레스를 받고 살았었고

내려놓은 지금 파리를 더 즐길 수 있다.


오늘처럼 흐림이라 생각한 날에

예상치 못한 맑은 하늘이 나를 기분 좋게 해 주고,

연일 내리는 비구름에 우울해질 때

카푸치노의 향이 더 짙어지는 것을 깨달으면서

그렇게.. 그렇게 조금씩 나는 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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