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빠리박씨뎐
나의 첫,사랑 모네에게
그림을 몰랐던 나에게 그림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법을 깨닫게 한 내 첫사랑
by
빠리누나
May 3.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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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서 한 달여간의 일정을 마치고 파리로 돌아와
그동안 소홀했던 브런치 글쓰기를 다시 시작하려고 했을 때
지금 계절에 가장 적절한 나의 첫, 사랑 화가 클로드 모네가 떠올랐다.
프랑스 파리를 이맘때 찾아오는 여행객들이 파리 외에 근교 투어로 가장 선호하는 곳 중 하나인
지베르니는 요즘 한국에서도 많이 들을 수 있는 지역명이기도 하다.
처음 파리를 왔을 때 모네를 여자이름으로 알 정도로 그림에 관심이 없던 나에게
모네의 그림과 지베르니는 단순 인스타 업로드를 위한 수단이었는데,
지금 나에게 지베르니와 클로드모네는 나의 파리일상에서 즐거움을 주는 가장 큰
키워드가 돼주고 있다.
오르세에서 진행 중인 인상주의 150주년 특별전
지베르니 정원에 있는 꽃을 외울 정도로 시즌마다 지베르니를 자주 방문하는 나에게,
사실 올해부터는 더 이상 지베르니 방문이 크게 감흥을 주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지난주에 동료와 함께 다녀온 인상주의 150주년 특별전을 통해 1874년 당시 파리의 미술전시대회인
살롱에 대해서 새로운 사실들을 배우고, 다양한 인상주의 화가와 작품을 알게 되면서,
새로운 지식과 정보를 가지고 방문한 지베르니는 어떤 모습일지 너무 기대되었다.
아는 만큼 더 보이고, 즐길 수 있는 거라고 늘 강조했던 나조차도,
이제 더 이상 지베르니는 감흥이 없다고 생각한 것이 너무 자만했던 것은 아닌지
이번 오르세 특별전 전시회 방문을 통해서 다시 한번
깨달은 것이었다.
2024년 4월28일 방문당시, 물의정원
흐린 날의 지베르니
한결같이 아름다웠던 모네의 정원은 어서 오라는 듯이 비 내리던 하늘을 멈춰주었고,
나는 오랜만에 내 최애 공간에서 풍경을 만끽할 수 있었다.
평생을 자신의 눈에 보이는 대로 자연광에 따라 달라지는 대상의 아름다움을 담으려 했던
모네가 가장 좋아했던 날씨는 햇살이 화창한 날이 아니라,
위의 사진과 같이 햇빛이 구름에 가려진 흐린 날이었다.
햇빛이 강한 날은 반사되는 빛에 의해 대상이 가지고 있는 온전한 색을 오히려 볼 수 없었기에
모네는 흐린 날을 선호하였고, 그의 이러한 경향이 철저하게 반영된 곳이 오랑쥬리 미술관이다.
1차 세계대전 후, 억울하게 사망한 병사들과 국민들을 위로하기 위해
거대한 수련의 연작을 완성한 모네는
자신이 정원에서 아름답게 피어나는 수련을 보며,
시련을 극복하고 삶의 희망을 찾았듯이 많은 이들을 위로하고 싶어 했다.
이러한 생각은 친구였던 클레멍소의 도움으로 오랑쥬리라는 역대의 아름다운 미술관을 탄생하게 한 것이다.
사실 오랑쥬리는 튈르리 정원의 온실이었으며, 지하는 창고로 사용되었던 곳인데
철저하게 모네의 수련을 위해 미술관으로 개조된 것이다.
안타깝게도 오랑쥬리미술관의 개관 전에 모네는 세상을 떠났지만,
누구보다 모네를
잘알고있던 클레멍 쏘였기에, 모네의 뜻을 오랑쥬리에 잘 실현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처음 수련을 위한 미술관을 만든다고 했을 때 모네는 늘 3가지 조건을 강조하였다.
첫째, 나의 수련이 전시되는 곳은 곡선의 벽이었으면 좋겠다.
둘째, 벽이 하얀색이었으면 좋겠다.
셋째, 자연광이 표현될 수 있었으면 좋겠다.
세 번째 조건인 자연광은 미술관 천장에 설치된 반투명한 유리로 인해
흐린 날에 구름 속에 가려진 햇빛의 느낌을 잘 표현해주고 있다.
그림을 보는 모든 이들이 자신이 가장 애정했던 작품을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날씨에서
감상할 수 있도록 바라는 모네의 마음을 알고 수련연작을 본다면 더욱 뜻깊은 시간이 될 것 같다.
화가인가? 정원사인가?
모네는 자신이 좋아하는 이들이 좋아하는 꽃을 심고,
가장 아름답게 피어났을 때 보여주는 것을 좋아했다고 한다,
절친이었던 클레멍 쏘는 아이리스 꽃을 좋아했다고 하는데,
실제로 모네는 그를 위해 화단에 아이리스를
심고
자신이 정한 정확한 날짜에 방문해서 보기를 바란다고 편지를 쓰기도 하였다.
클레멍쏘를 초대한 당일, 파리에서 찾아온 그를 모네는 다짜고짜 화단으로 먼저 데리고 가다가
구름사이로 반짝이는 햇빛이 나오자 돌연 실망하며 혼자 집으로 들어가 버렸다는 것은
아주 유명한 일화 중의 하나이다.
실제로 많은 이들에게 자신의 그림을 이해하고 싶다면 자신의 정원부터 보고 오라고 말한 모네는
자신을 화가가 아닌 정원사라고 소개하였고
40년이 넘는 기간 동안 지베르니 자신의 집 정원을 대부분 혼자 가꾸었다.
나중에는 아들들이 돕고 6명의 정원사를 두기도 했지만,
현재 지베르니 정원을 관리하고 있는 정원사들의 숫자를 생각하면 턱없이 부족한 일손이었다.
일 년 내내 꽃을 보기 위해 정원을 스스로 가꾸었던 모네는
자신의 정원이 완성된 가는 모습을 보면서
자신이 찾던 모든 색이 정원에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고
더욱더 정원과 꽃 가꾸기에 몰두했던 것이다.
자연광을 향한 집념
스승이었던 외젠 부댕의 영향으로 자연에서의 빛을 그대로 채색하는 법에
매료되었던 모네는 자신의 일생동안 밖에 나가
대상의 찰나의 아름다움을 그림으로 담아내었다.
빛에 따라 시시각각 달라지는 대상의 아름다운 모습을 담기 위해
모네는 같은 주제의 연작을 많이 남기었고
86세의 나이로 사망하기 전까지 약 2000여 점의 작품을 남기었다,
대표적인 연작이 나의 첫 번째 이야기에 등장하는 루앙대성당과 수련이다.
들판의 건조더미가 계절과 시간의 변화에 따라 얼마나 달라질 수 있는지 보여주는 연작
특히, 수련은 한국인들에게 가장 잘 알려진 연작 중에 하나이며,
여름에는 지베르니 물의 정원에 핀 수련을 보기 위해 많은 관광객들이 방문한다.
2023년 여름에 방문한 지베르니에서 찍은 수련
지베르니 정원의 수련을 보고 오랑쥬리 미술관의 수련연작을 보면, 직접 보았던 연못 속 수련의 모습과
그림이 겹쳐 보이면서 살아있는 그림 속에 다녀온 것처럼
감동의 폭발을 일으키는 경험을 할 수 있을 것이다.
빛의 따라 달라지는 사물을 누구보다 섬세하게 표현했던 모네이기에
나는 그의 작품을 감상할 때
그의 감정과 시선이 느껴지는 것 같은 느낌이 좋다.
평생을 자연광에서 찰나의 아름다움을 담기 위해 누구보다 섬세한 눈을 가졌던 모네는
자신의 눈에 문제가 있다는 것을 누구보다 빨리 알아차렸고 백내장 초기진단을 받았지만
수술 후, 자신이 제대로 볼 수없을 것이라는 두려움에 최후까지 약물을 쓰다
시력을 거의 잃어 갈 때쯤 백내장 수술을 받았고, 그에 대한 후유증으로
청색증과, 황색증을 앓게 되었다.
하지만 모네는 좌절하지 않고 자신의 눈에 보이는 세상을 그대로 받아들이며
화폭에 담았다.
백내장 수술 후 그린 일본식 정원다리 (오른쪽)
자신이 평생 가꾸던 정원의 색을
기억에 의해서라도 그릴 수 있었겠지만,
모네는 참 고집스럽게도 자신의 눈에 보이는 것만 그리던 화가였다.
모든 모네의 그림을 사랑하지만,
말년의 작품들은 그림의 대한 그의 신념과 열정을 보여주고 있어
더욱 마음이 간다.
나는 모네의 작품 속에 등장한 곳을 여행하며, 그곳을 즐기는 걸 좋아한다.
온전히 그를 이해할 수없고, 완벽한 짝사랑이지만
그의 시간 속에 그가 바라본 세상을 나도 함께 보고 있다는 생각으로
매우 벅차오르는 순간들이 좋다.
그림을 통해 세상을 아름답게 보고 즐길 수 있는 법을 알려준
. 나의 첫, 사랑 모네
나의 프랑스 삶 속에 그는 아주 많이 스며들어 있고
나도, 모네처럼 나만의 신념과 방식으로 세상을
담아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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