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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opofilm Jul 18. 2022

[디즈니+] 미즈 마블 (2022)

6부작에 담기 벅찬 서사 (디즈니 플러스/캡틴 마블/마블 드라마)

미즈 마블 (2022)

제작: 케빈 파이기

출연: 이만 벨라니, 제노비아 슈로프, 리슈 샤하 등

장르: 액션, 판타지, SF

공개일: 2022.06.08

방영횟수: 6부작

마블의 호불호는 계속된다

 <어벤져스: 엔드게임>을 끝으로 페이즈3이 마무리되고 페이즈4가 시작되면서 마블 스튜디오의 행보는 급격하게 변화하기 시작했다. 우선 원조격에 해당하는 인기 히어로들의 퇴장으로 새로운 캐릭터들을 투입시켜야 했고, 멀티버스라는 개념이 도입되면서 판이 커졌다. 마블 영화 시리즈만으로는 이 방대한 스토리를 전할 수 없던 디즈니는 '디즈니 플러스'를 런칭하며 영화로 다루지 못한 이야기들을 에피소드 시리즈물로 내놓기 시작했다. <완다비전><로키>와 같은 높은 인지도를 가진 히어로들이 이끄는 작품부터 <문나이트>, <미즈 마블>처럼 새로운 주인공을 내세운 드라마까지 2-3개월 간격으로 신작이 나오면서 마블 팬들이 섭렵해야 할 작품의 수는 빠르게 늘어났다. 

 이렇게 세계관이 확장되면서 새로 개봉한 마블 영화를 보기 위해서는 연관된 드라마를 시청하는 게 필수조건이 되었고, 이전에 비해 진입장벽도 높아졌다. <닥터 스트레인지2>가 개봉했을 때 <완다비전>과의 연계성으로 관객들의 엇갈린 반응을 불러일으켰던 것처럼. 이전처럼 단순히 오락용으로 마블 영화를 즐기기에는 이해하고 있어야 할 설정이나 인물들이 많아졌고, 이는 작품에 대한 대중의 강한 호불호를 일으키는 결과로 이어졌다. 최근 공개된 드라마 시리즈만 하더라도 <문나이트> 정도만  호평을 받았고, 영화 쪽은 관객 평이 극명하게 갈리기 시작했다. 지난 달 공개된 <미즈 마블> 역시 신선한 얼굴들과 가볍게 볼 수 있는 하이틴 장르를 내세워 <캡틴 마블>의 후속작 <더 마블스>에 대한 기대를 높이고자 했지만, 역시나 호불호가 크게 갈리고 있다.

6회에 담기 벅찬 서사의 방대함

 <미즈 마블>은 '캡틴 마블' 덕후인 16세 소녀 '카말라 칸(이만 벨라니)'이 우연히 증조할머니의 유품을 통해 자신의 슈퍼파워를 발견하면서 벌어지게 되는 이야기다. 극 초반부는 전체관람가의 하이틴물을 표방하지만 주인공이 자신의 능력과 가족의 비밀을 알게 되면서 점차 스케일이 커지고 판타지 액션물로 전환된다. 6부작이라는 짧은 회차 안에 다변적인 내용을 담다보니 설명이 부족하게 느껴지는 구간들이 많고, 인물마다 할당된 분량이 많지 않아 주역들을 제외하고는 소모적으로 다뤄지는 캐릭터들이 많다. 마블 스튜디오는 <완다비전> 외의 모든 드라마 시리즈들에 6부작을 고집하고 있는데, 이때문에 작품에 깔린 많은 양의 서사를 모두 풀어내는데 벅차다는 느낌을 준다. 

 <미즈 마블>의 스토리 구조 변화는 매우 다이나믹하다. 1화의 도입부는 '캡틴 마블'을 선망하는 '카말라'의 개인사와 일상적인 스토리가 주를 이룬다. 주인공이 무언가에 빠져 덕질을 하고, 주변 친구라고는 1-2명 밖에 없으며 학생들에게 무시를 당한다는 설정이 전형적인 미국 하이틴 시트콤 전개 방식과 유사하다. 하지만 1화 말미에 카말라가 뱅글을 손목에 차면서 초능력이 발현되고, 친구인 '브루노'와 함께 힘의 근원을 찾고 훈련하는 과정이 이어져 수많은 마블 히어로 영화들의 1편들을 떠오르게 한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카말라'가 사실 누어 디멘션(멀티버스의 영역 중 하나)의 '진'이라는 종족의 후손이라는 비밀이 밝혀지고, 카말라의 뱅글을 빼앗으려는 '클렌데스타인' 일당이 본색을 드러내면서 작품의 중반부는 판타지 액션물로서의 성격이 짙어진다. 4화 결말부~5화에서는 카말라가 뱅글을 이용해 1940년대로 시간여행을 하게 되면서 급기야 카말라의 증조할머니가 살던 '인도-파키스탄 분할' 시기의 역사적 배경까지 등장한다. 즉, 5화라는 짧은 분량 내에 이 모든 내용들이 빠른 호흡으로 스쳐지나가고, 카말라 오빠의 결혼, 친구 나키아의 선거 출마 등 조연 캐릭터들의 소소한 에피소드까지 등장하면서 극은 완전히 과부화된다. 어떻게 이 많은 내용을 6화 안에 담으려 했는지 이해가 안 될 정도다. 스토리에 적응하려던 찰나마다 급격한 변주를 시도하여 시청자의 피로도를 높이기까지 한다. 차라리 1-2화의 기조를 끝까지 유지했더라면 마블 영화 중 가볍게 볼 수 있는 하이틴 장르라는 차별점을 내세워 대중성에 한해서 지금보다 좋은 평가를 받지 않았을가 싶다.

마블에 느슨함을 가져올 액션 연출

 많은 내용을 급하게 주입시키는 느낌이기는 하지만, 모든 인물이 뉴페이스고 기존 마블 시리즈에 등장하지 않았던 새로운 설정들이 공개되서 흥미를 자극하기는 한다. 지금은 아직 배우가 어려보이는 탓인지 외관상 전혀 히어로처럼 보이지 않지만 훗날 <더 마블스>에서 '캡틴 마블(브리 라슨)'과 어깨를 나란히 할 인물이 되기까지 어떠한 성장을 보일지 이에 대한 기대감을 주기도 한다.

 그러나 <미즈 마블> 속 '카말라 칸'의 모습을 살펴보았을 때, 아직까지 액션 장르로서의 긴장감이나 스펙터클함이 전혀 보이지 않는다. 배우의 행동이 굼뜬 것인지 디렉팅의 문제인지 알 수 없지만, 액션신을 소화할 때 기동력이 부족해보이는 것은 물론 공격이나 방어를 하는 장면에서 어정쩡함이 계속 묻어난다. 물론, 주인공이 갓 능력을 얻고 힘을 터득하고 있는 중이라는 상황을 감안하면 이해할 수 있는 부분이기는 하다. 다만 판타지 액션물에서 가장 중요한 긴장감과 속도감이 부족하다보니 결정적인 장면에서의 재미가 떨어지는 것도 사실이다. 워낙 동안에 학생처럼 보이는 '이만 벨라니'의 외모도 영웅으로서의 카리스마나 멋을 느끼지 못하게 하는데 한몫한다. 아무리 마블의 대단한 설정을 가져온다한들 겉보기에는 어릴 적 보던 <파워레인저>처럼 유치한 외형을 한 10대 소녀가 액션을 선보일 뿐이니까. 기존의 마블 히어로 영화에 익숙한 팬들에게는 애니메이션 채널용 청소년 무비로 전락한 본작이 달갑지 않을 수밖에 없다. 

마블을 향한 신뢰감이 흔들리다

 마블 스튜디오의 작품들은 근 10년간 국내 팬들로부터 굳건한 지지를 얻어왔다. 특히 페이즈3 작품들은 왓챠 기준 평점이 4점 미만인 작품을 찾기 힘들 정도로 대부분의 작품들이 언제나 좋은 평가를 받아왔다. 하지만 페이즈4가 시작되면서 <스파이더맨: 노 웨이 홈>을 제외하고는 평가가 극명하게 갈리기 시작했고, 믿었던 '닥터 스트레인지' '토르'의 후속작마저 예전 같지 않은 반응을 보이고 있다. <미즈 마블>의 경우 아직 최종회가 남아 있지만, 현재로서는 페이즈4 작품들과 궤를 같이 하고 있다. 나를 포함해서 주변에 마블 시리즈의 찐팬으로 통하던 친구들도 최근 들어 마블 영화나 드라마에 대해 실망감을 보이고 있다. 10년간 마음 속에 단단하게 자리잡았던 신뢰감의 장벽에 금이 가기 시작했다는 뜻이다. 현재 마블 스튜디오는 마치 캐릭터 인형 장사를 하듯 수많은 영화와 드라마 작품들의 공개 및 제작을 대기시켜 놓았는데, 단순히 캐릭터의 인기만으로는 예전과 같은 전성기를 지속하기 힘들 것이라는 사실을 인지할 필요가 있다. 핵심은 각본과 서사 같은 작품의 본질적인 요소이다. 대중은 단지 히어로 캐릭터가 멋있고, 작품의 영상미와 CG가 훌륭하다는 이유만으로 <어벤져스> 시리즈에 열광했던 게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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