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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opofilm Nov 24. 2020

[드라마 리뷰] 스타트업 (1~12화)

시청자들의 공감을 잃어가는 이유 (넷플릭스/tvn/수지/남주혁/김선호)

큰 기대와 함께 출발했던 <스타트업>

 최근 tvn에서 방영 중인 토일드라마 <스타트업>은 방영 전부터 "배수지+남주혁+김선호+강한나"라는 젊은 청춘 배우들의 라인업, 그리고 스타 작가 "박혜련"의 조합으로 믿고 봐야 할 드라마라는 인상을 주며 시청자들의 부푼 기대를 안고 함께 출발했다. 분명 출발은 나쁘지 않았다. 막장 요소 없는 착한 드라마의 내용과 배우들의 훌륭한 비주얼과 연기구멍 하나 없는 뛰어난 연기력, 그리고 '스타트업'이라는 신선한 소재를 드라마로 풀어내고 있다는 점에서 나름대로 괜찮은 반응을 얻고 있었다. 하지만, 스토리 전개가 진행될수록 이 작품은 시청자들의 호응을 제대로 얻지 못하고, 날이 선 비판들이 점점 이어지고 있다. 높은 화제성과는 달리 시청률 역시 답보 상태. 넷플릭스와 동시 방영이라는 점에서 핸디캡이 있긴 하지만, 분명 이 제작진+배우들의 조합으로 이 정도의 시청률을 기대한 것은 아닐 것이다. 하지만, 12화까지 달려온 지금, <스타트업>은 점점 산으로 가는 느낌이다.

'스타트업' 이야기 실종, 기승전 로맨스 

 <스타트업>의 가장 큰 문제점은 작품의 중심이 되어줘야 할 창업과 '스타트업' 업무에 관한 스토리가 사이드로 빠져버렸다는 것이다. 어떻게 보면, 한국 드라마의 고질적인 문제점이라고 할 수도 있지만 이 조합으로 뻔한 로맨스물을 만들고자 했다면, 매우 아쉬움이 클 수밖에 없다. 극 초반까지만 하더라도, 창업 과정을 순서대로 극에 알차게 녹여내는 느낌이었지만, 극이 진행될수록 주인공의 삼각관계에 초점이 맞춰지고 '삼산텍'에서 업무적으로 벌어지는 일들은 점점 비중이 줄어들었다. 이렇다보니 시청자들은 '삼산텍'이 무슨 일을 하고 있는지, 이들이 어떠한 과정을 거치며 성장해 나가는 것인지에 대하여 점차 집중력을 잃게 되고 그저 흔한 로코 드라마를 보는 느낌을 받게 되었다. '박혜련' 작가님이 그동안 '피노키오', '너의 목소리가 들려' 등과 같은 드라마를 통해 로맨스 뿐만 아니라 극중 등장하는 직업에 대한 전문성까지 제대로 고증해왔다는 것과 비교해보면, 상당히 아쉬운 행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한지평과 남도산, 가장 큰 문제

 <스타트업>의 가장 큰 문제는 바로 두 명의 남자주인공 '한지평'과 '남도산'에게 있다. 애초에 서브남주임에도 남주보다 서사를 몰빵 받은 '한지평' 캐릭터에 대해서는 극 초반부터 말이 많았다. 서브남에게 두 명의 주인공과는 비교도 안 될 정도로 절절한 서사를 때려박았고, 그로 인해 시청자들에게 가장 매력적이고 공감을 유발하는 캐릭터가 되어버렸다. 물론, 이와 같은 부분은 극이 전개되면서 '남도산'의 비중을 늘리고, 그의 서사를 부여하는 방식으로 해결될 수 있는 부분이겠지만 12화까지 극이 진행되었음에도 여전히 해결되지 못하고 있다. 그러다보니 주인공 '남도산'보다 서브남 '한지평'이 훨씬 더 시청자에게 어필이 되어버렸고, 주인공은 주인공다운 존재감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 이와 더불어 <스타트업>을 통해 배우 '김선호'의 인기가 눈에 띄게 늘어버렸기 때문에 사실상 진주인공 대우를 받고 있는 실정이다.

꼬일대로 꼬인 삼각관계 로맨스

 '한지평'이 '남도산'보다 비중도 많아 보이고, 존재감도 훨씬 커보인다고 생각하지만 러브라인에 한해서는 지금의 전개방식이 나쁘지는 않다고 생각한다. 시청자들은 '한지평'의 서사를 알기 때문에 '한지평'에게 더욱 과몰입하는 경향이 있지만, 사실 '서달미' '한지평'의 과거를 전혀 알지 못한다. 편지가 거짓으로 밝혀진 이상, 더 이상 과거의 편지는 힘을 발휘할 수 없게 되었고, '서달미' 앞에는 그저 '한지평'과 '남도산' 둘이 있게 되었을 뿐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그동안 편지 속 '남도산'을 자처하며 '서달미'와 나름대로 성장 서사를 쌓아간 진짜 '남도산'이 러브라인에 있어서는 좀 더 우위를 점했다고 할 수 있겠다.

 물론, 이건 극 안에 있는 '서달미'의 입장이고, 시청자의 입장에서 생각하면 또 달라진다. 시청자는 '한지평'의 서사부터 차근차근 봐왔기 때문에 '한지평'의 사랑이 더욱 절절해 보이고, '남도산'과 '서달미'의 로맨스는 갑작스러워보일 수도 있다. 서사가 아예 없던 인물과 만난 지 한두 달만에 죽지 못해 안달 난 사이가 되어 버렸으니깐. 시청자가 굳이 캐릭터의 입장에서 극을 이해할 의무는 없기 때문에 로맨스에 공감을 불러일으키지 못한 부분은 전적으로 작가의 책임이 아닐까 싶다.

느닷없는 복수, 시청자는 어리둥절

<스타트업>의 스토리가 산으로 가게 된 결정적인 계기는 바로 '남도산'의 친구 '김용산' '한지평'에 대한 복수 과정이다. 너무 느닷없이 이 스토리가 등장하기도 했고, 무엇보다 복수의 이유가 시청자들의 공감을 이끌어내지 못했다. '한지평'이 '김용산'의 형에게 행한 말과 행동은 멘토로서 당연히 해야 할 말들이었고, 데모 데이의 성격을 감안하면 그리 독한 말도 아니었다. 애초에 스타트업 CEO에 뛰어든 사람이 고작 그런 직설을 듣고 자살을 했다는 것 자체가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말들이 많았다.

이러한 '김용산'의 복수 스토리는 결국 '삼산텍' '투스토'에게 '에크하이어' 당하는 결과를 낳았고, '삼산텍'의 공중분해를 이끌어내게 되면서 스토리에 대한 반응은 최악. 물론, '남도산'의 성장을 위해 집어넣은 스토리라는 것은 이해하지만 시청자로 하여금 극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게 하는 게 아니라 자꾸만 설득시키려 한다는 점에서 호응을 얻어내지 못했다.

공돌이들은 어디로...지나치게 감정적인 도산이들

 <스타트업> 댓글창이나 리뷰창을 보면, 대부분 "남도산"과 "용산-철산" 이 세사람을 칭하는 '도산이들'에 대한 비판이 가장 많다. 이들은 분명 감정에 둔감하고, 눈치도 느린 편인 전형적인 공돌이들이였는데, 언제부턴가 이들 캐릭터가 극에서 가장 감정적이다. 특히나 '삼산텍'을 가장 진심으로 돕고 있는 '한지평'에게 전혀 고마워하지 않고, 그를 팀에게 해가 되는 존재로 언급한 '용산', 그리고 팩폭을 날리는 '한지평'에게 주먹질을 하고는 뒤늦게 도와달라고 말하는 '남도산'의 대사들은 시청자들의 외면을 받았다. 맞다. '도산이들'은 분명 모든 게 미흡하고 처음인 사회초년생들이고, 당연히 완벽할 수는 없다. 하지만, 작가는 '삼산텍' 멤버들을 지나치게 무능하게 그려놨고, 드라마에서까지 지나치게 답답한 청춘의 모습을 보길 원하지 않는 시청자들에겐 그저 비호감 캐릭터로 비춰질 뿐이었다. 아마 11~12화에서 정 떨어진 시청자들이 많았을 것 같다.

혐관자매 케미 활용의 아쉬움

 <스타트업> 등장인물들의 주요 케미는 '남도산-서달미-한지평'의 삼각관계, 그리고 '한지평-원덕 할머니'의 애틋한 서사를 꼽을 수 있을 것 같다. 그러한 의미에서 주요 인물 중 하나인 '원인재' 캐릭터를 지나치게 활용하지 않는 모습은 유독 아쉽게 느껴진다. '혐관(혐오하는 관계) 자매'라는 별명을 얻은 '달미-인재'의 케미도 충분히 흥미롭게 그려질 수 있는 부분이었는데, 12화까지 '인재'는 그저 잠깐씩 등장해 '달미'를 자극하고, 냉소적인 대사 몇 마디만 주고받는 존재로 전락했다. 물론, 12화 말미에 '달미'가 '인재컴퍼니'의 면접을 보게 되는 것으로 앞으로 남은 회차에서 '혐관 자매' 케미를 좀 더 볼 수 있을 것 같긴 하다.

 '원인재' 캐릭터를 다루는 방식 역시 아쉬움이 남는데, 사실 지나치게 선악관계를 구분하고자 하는 '박혜련' 작가님의 스타일이 투영된 탓이라 볼 수밖에 없다. '원인재'는 분명 자신의 욕망과 목표에 충실한 인물일 뿐인데, 선한 '달미'와 비교하여 너무 나쁜 쪽으로만 비춰져 인물의 입체성을 떨어뜨린 것 같다고 느꼈다.

올드한 연출, 뮤직비디오 남발

 <스타트업>은 젊은 배우들을 중심으로 트렌디 드라마를 표방하고 있지만, 어째 시청자들에겐 올드하다는 평을 많이 받고 있다. 이는 '하명희' 작가의 <청춘기록>에서도 느꼈던 부분인데, 트렌디한 드라마의 시늉만 내는 올드한 연출로 표현할 수 있을 것 같다. 확실히 <스타트업>이 소재와 캐릭터들과는 다르게 전개방식이 트렌디하진 않다. 스피디함도 없고, 진부한 내용도 많고, 무엇보다 OST를 남발하며 뮤직비디오식 연출을 지나치게 많이 사용한다. 가뜩이나 회차별 분량도 80분이 넘어가는데, 쓸데없이 지나치게 길게 편집하는 경향이 있다. 확실히 최근 젊은 시청자들이 선호하는 방식은 아니었다. <스타트업>의 주시청층이 10-30대라는 것을 감안하면, 바람직한 방식은 아니었다고 본다.

종영까지 4회, 만회할 수 있을까

 너무 비판적인 이야기들만 언급했는데, <스타트업>이라는 드라마에 대한 애정도가 높고, '박혜련' 작가님의 작품을 하나도 빼놓지 않고 시청했을 정도로 작가님의 작품을 좋아하기 때문에 이러한 글을 쓰게 된 것이다. 이 작가님도 하나둘 쓰신 작품들이 늘어나면서 비슷한 구조를 어느 정도 반복하다보니 약간 매너리즘에 빠진 게 아닐까 싶다. <스타트업>은 이전의 작품들과 달리 판타지적 요소는 빠졌지만, 천재성을 가진 남주와, 외로워도 힘들어도 지치지 않는 씩씩한 여주가 등장한다는 점, 선악관계의 구분이 철저하다는 점 등에서 작가 특유의 특징이 반영된 결과물이라 할 수 있다. 구조적으로 큰 변화를 시도하지 않다보니 신선함이 떨어지고, 시청자들의 몰입도도 낮아지는 결과를 낳은 것 같다.

 물론, 아직까지 4화의 회차가 남아있고, 만회의 가능성은 있다고 생각한다. 주인공들이 각기 흩어지며 하나의 막이 끝났기 때문에, 지금까지의 스토리가 어찌됐건 정리가 되었고, 앞으로의 방향성을 잘 잡는 게 더욱 중요하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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