펀쿨섹좌도 울고 갈 감각적인 치정극 (왓챠 익스클루시브/미국 드라마)
'세 여자', 그리고 '시체 3구'. 누군가를 죽일 수밖에 없었던 그녀들의 이야기. 같은 집 1채를 배경으로 1963년, 1984년, 그리고 2019년 각기 다른 세 가지 시간대에서 벌어지는 서스펜스를 쿨하고 섹시하게 풀어나간다. 로맨스, 코미디, 치정, 스릴러가 복합적으로 얽혀 있지만, 답답함이라고는 1도 찾아볼 수 없는 시원시원하고 깔끔한 전개가 특징이다. 이미 3명의 주인공이 각자 한 명씩 누군가를 죽였다는 스토리의 결말을 제시해 주고 시작하지만, 결과를 빤히 알고 있음에도 전개가 전혀 지루하거나 멕이 빠지지 않는다. 도대체 왜 그녀들이 누군가를 죽일 수밖에 없었는지, 그 과정을 알아가는 게 이 드라마의 핵심일 뿐 죽음이라는 결과 따위는 사실 크게 중요하지 않다.
2019년의 '테일러(커비 하웰-밥티스트)'은 남편과 다자결혼을 한 바이섹슈얼이다. 몇 년째 제대로 된 극본을 내놓지 못하고 있는 각본가 '일라이'와 함께 살고 있지만, '제이드'라는 미모의 젊은 여자친구와의 연애도 즐긴다. '제이드'가 전남친 '듀크'에게 스토킹을 당한다는 이유로 그녀를 보호하기 위해 자신들의 집으로 '제이드(알렉산드라 다다리오'를 들이게 되는데, 이것이 '테일러'와 남편의 관계에 있어 거대한 변곡점이 되어버린다.
'제이드'를 위험으로부터 구하기 위한 선택이었지만, 사실 여느 다자 연애가 그렇듯 관계의 흐름을 쉽게 예상할 수 없다. 초반에는 '제이드'와 '테일러'의 짙은 애정에 '일라이'가 소외되는 듯 했으나 '일라이'는 '제이드'의 매력에 점차 빠져들게 되고, '테일러'가 집을 비운 틈을 타 두 사람은 급격하게 가까워진다.
'제이드'는 결정적으로 '일라이'가 다시 각본가로 재기할 수 있는 영감을 제공하게 되는데, 이 과정에서 '일라이'에게 약물을 줬다는 것에서 전개가 파국으로 흐르게 된다. 사실 '일라이'는 약물 중독으로 재활원까지 다녀온 전적이 있는 인물이었고, 2년 전 '테일러'의 엄청난 노력으로 약물 중독으로부터 어렵게 극복을 한 사연을 갖고 있었다. 이 사실을 몰랐던 '제이드'는 '일라이'를 다시 약물 중독으로 끌어들였고, '일라이'는 훌륭한 대본을 2년만에 쓴 대신 다시 본격적으로 약물에 손을 대 1984년의 '시몬(루시 리우)'은 사교계의 유명 인사 겸 자선가이자 엄청난 부자로 이혼을 2번이나 한 뒤 세번째 남편 '칼'과 함께 살고 있다. 10년간 남편과 행복한 부부 관계를 유지했으나 어느 날 파티에서 남편이 사실 게이인 것을 알게 되고 평탄했던 '시몬'의 삶은 점점 꼬이기 시작한다. 남편이 게이인 사실과 자신 몰래 다른 남자를 계속 만나왔다는 사실에 분노한 '시몬'은 자신에게 적극적으로 구애를 해온 절친의 아들 '토미'와 관계를 갖게 된다. ('토미'는 극중 40대인 '시몬'과 무려 20살 이상 나이 차이가 나는 18살 소년이다.) 자신을 향해 편견 없는 무한 애정을 보여주는 '토미'의 진실된 사랑에 '시몬' 역시 조금씩 마음을 열기 시작한다. 기 시작한다. '일라이'는 완전히 '제이드'에게 넘어가 '테일러'를 모질게 대하게 되는데, '제이드'의 정체를 알게 된 '테일러'는 '제이드'를 자신들의 관계에 끌어들인 것에 대한 책임을 지기 위해 '일라이' 구출 작전에 나선다.
1984년의 '시몬(루시 리우)'은 사교계의 유명 인사 겸 자선가이자 엄청난 부자로 이혼을 2번이나 한 뒤 세번째 남편 '칼'과 함께 살고 있다. 10년간 남편과 행복한 부부 관계를 유지했으나 어느 날 파티에서 남편이 사실 게이인 것을 알게 되고 평탄했던 '시몬'의 삶은 점점 꼬이기 시작한다. 남편이 게이인 사실과 자신 몰래 다른 남자를 계속 만나왔다는 사실에 분노한 '시몬'은 자신에게 적극적으로 구애를 해온 절친의 아들 '토미'와 관계를 갖게 된다. ('토미'는 극중 40대인 '시몬'과 무려 20살 이상 나이 차이가 나는 18살 소년이다.) 자신을 향해 편견 없는 무한 애정을 보여주는 '토미'의 진실된 사랑에 '시몬' 역시 조금씩 마음을 열기 시작한다.
그렇게 '토미'와의 사랑의 도피를 꿈꾸던 것도 잠시, 남편이 에이즈에 걸렸다는 사실을 알게 되어 큰 충격을 받는다. 지난 10년간 시몬을 속이긴 했어도, 자신의 온갖 말도 안 되는 행동들을 다 받아준 인생의 동반자이자 친구였기에 '시몬'은 그의 마지막을 함께하기로 결심한다. 누구보다 화려한 삶을 살며 차갑고 냉혹할 것 같은 시몬이지만 사실 그녀는 누구보다 가장 따뜻했다. 자신에게 무한한 사랑을 보여준 '토미'의 미래를 진심으로 응원하고, 남편 '칼'을 위한 선택을 내리며 마지막까지 함께한다. 복수극과 스릴러가 난무하는 이 치정극에서 '시몬'은 다채로움과 따뜻함을 도맡아 극의 매력을 입체적으로 더했다.
1963년의 '베스 앤(제니퍼 굿윈)'은 항공우주 관련 회사에 다니는 남편 '롭(샘 재거)'의 아내이자, 가정주부이다. 남편에게 순종적이고, 가사 노동에 매우 충실한 일상을 살고 있지만 어느 날 남편이 자신 몰래 카페의 웨이트리스인 '에이프릴(사디 칼바노)'와 바람을 피우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남편의 외도의 충격과 슬픔에 빠지지만, 당시 시대가 그렇듯 '앤'은 남편을 다시 자신에게 돌려놓을 수 있을 것이라 믿으며 둘 사이를 떼어 놓기 위해 '에이프릴'에게 먼저 접근한다. 여타 복수극처럼 내연녀에게 복수를 하거나 괴롭히는 게 아니라 내연녀와 친구가 되어 잘못된 관계를 스스로 끊을 수 있도록 설득하는 방식을 택한 것이다. 불륜과 치정을 다룬 드라마에서 단 한 번도 보지 못했던 전개 방식이라 신선할 수밖에 없었다.
'앤'은 '실라'라는 이름으로 '에이프릴'과 절친이 되고, 남편과의 관계를 끊어낼 수 있도록 자신만의 작전을 계속해서 펼쳐 나가지만, '에이프릴'이 결국 '롭'의 아이를 임신해버리고 만다. '앤'은 '롭'과의 관계를 회복하기 위해 자신이 6개월 시한부라는 거짓말까지 해버리지만, 그마저도 불륜을 저지하지 못한다는 것을 깨닫게 되면서 큰 허탈감에 빠진다.
사실 '앤'은 남편 사이에서 딸이 하나 있었으나 몇 년 전 차에 치여 사망하게 됐는데, 딸이 죽은 이유가 자신 때문이라 생각하고 죄책감을 갖고 살고 있었다. 그런데, 딸이 죽게 된 실제 이유가 남편의 외도 때문이었다는 사실을 그의 비서를 통해 전해 듣게 되면서 드디어 '앤'은 제대로 된 복수를 다짐한다.
'앤'은 1회부터 9회까지 답답하리만큼 착하고 다정한 미소를 머금고 결코 우아함을 잃지 않았는데, '앤'의 진정한 광기는 그 우아한 미소에서 비로소 나타나게 된다. 캐릭터상 가장 답답하고 소심할 것이라 생각했던 '앤'이 가장 영리한 방법으로 복수에 성공함으로써 3명의 스토리 중 가장 큰 짜릿함과 쾌감을 선사한다. 짜릿한 복수의 순간을 위해 한치의 오차도 없는 빌드업을 해냄으로써 '베스 앤'을 이 작품의 진주인공으로 만들어 주었다.
"베스 앤"은 생각보다 영리하고 냉철했으며 "시몬"은 따뜻했고, "테일러"는 생각보다 멍청했다. "베스 앤"이 누구보다 똑똑했던 이유는 자신을 배신한 남편이 죽도록 계획을 세우면서도 자신의 손에는 피 한 방울 묻히지 않았다. 배신자에 대한 냉혹하고도 깔끔한 복수 한 방이었다. 그리고 수많은 불륜극에서 시전하는 '여적여'를 단 한 순간도 허용하지 않는다. 항상 불륜 치정 드라마를 보면, 바람핀 남편을 둔 아내는 꼭 잘못한 남편보다 내연녀를 더 못 괴롭혀 안달인데, '베스 앤'은 '에이프릴'을 절대 적으로 두지 않고, 끝내 자신의 영원한 친구로 만든다. '베스 앤'에게는 무책임한 자신의 남편에 의해 내연녀가 된 '에이프릴' 역시 자신과 크게 다르지 않은 피해자에 불과했던 것이다. 그렇지만, '베스 앤'도 정상의 범주에 있는 인물은 아닌 것 같다. 자신을 극한으로 몰고 가는 상황에서도 우아한 미소를 끝까지 잃지 않는 모습은 이성적이라고 봐주기엔 소름이 돋을 지경이었다.
결혼을 해보지 않아서 그런지 '시몬'의 행동이 처음엔 잘 이해가 가지 않았다. 자신을 10년간 속이고, 뻔뻔한 태도로 이혼마저 거부하는 남편을 두고도 결국엔 용서를 하고, 함께 살아온 세월의 정을 무시하지 못한다. 사랑 앞에 냉정하고 확실한 끝맺음을 보여줄 것 같은 '시몬'의 의외성을 보여주는 모습이었다. '시몬'의 대사에 의하면, 남편이 비록 자신을 여자로서 사랑해주진 못했더라도, 함께 살아가는 친구이자 동반자로서의 사랑에는 충실했고, 자신의 모든 행동을 다 받아주었기에 남편과의 관계를 완전히 끝낼 수 없는 것이라 한다. 그렇기 때문에 후에 에이즈에 걸린 '칼'의 마지막 순간까지 그를 보살피며 자신의 손으로 그를 편안하게 보내주었고, 마지막까지 그와의 행복한 부부생활을 유지하였다. 부부로 살아가며 느끼는 사랑과는 다소 다른, 애틋한 정이 바로 이런 것이라는 것을 알려주는 부분이었던 것 같다. 이렇듯 '시몬'은 극중 가장 따뜻한 인물이었고, 예상치도 못한 캐릭터의 입체성에 의해 사람들이 가장 큰 매력을 느끼지 않았나 싶다.
2019년의 '테일러'는 세 주인공 중 유일하게 남편을 죽이지 않은 인물이다. '테일러'는 능력 없는 남편을 둔 잘 나가는 변호사이자 페미니스트이고, 세 주인공 중 가장 주체적이고 똑똑한 캐릭터였음에도 가장 답답한 모습을 보여준다. '테일러'의 속만 썩이고, '제이드'에게 홀려 집안을 말아먹을 뻔한 남편 '일라이'를 끝까지 떠나지 않고, 그를 죽음의 순간에서 구원해준다. '테일러'의 행동을 보면, '일라이'를 죽도록 사랑하는 것처럼 보이지 않았는데도 남편을 살리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 것을 보면 제법 그에 대한 사랑이 컸던 것 같다. 하지만, '일라이'라는 사람이 너무나 발암 캐릭터였기에 '테일러'의 결정에 공감하는 시청자는 많지 않았을 것 같다. 어떻게 보면 반전의 요소가 있는 부분이기도 했다. 1963년 배경의 주인공과 2019년 배경의 주인공이 시대적 배경을 기반으로 한 예상 스토리를 정반대로 뒤집어 버렸으니깐.
'테일러'는 유일하게 자신의 스토리임에도 주변 인물보다 돋보이지 못한 캐릭터였다. 오히려 광기 어린 사이코패스의 모습과 연약하고 매력적인 모습을 번갈아 보여주며 입체적인 캐릭터를 연기한 '알렉산드라 다다리오' 배우가 더욱 부각되었다. 특히 점점 이성을 잃어가는 모습을 연기할 때, 특유의 영롱하고 옅은 눈동자 색깔이 범죄자의 광기를 표현하는 데에 매우 효과적이었다. 극중 제일 큰 반전의 키를 쥐고 있던 인물이기도 했고, 상대적으로 스토리의 재미를 잃을 뻔한 '테일러'의 시퀀스에 서스펜스를 더해줘 극의 밸런스가 흐트러지지 않도록 중심을 잡아주었다.
<와이 우먼 킬>의 가장 큰 장점은 바로 세련되고 트렌디한 연출에 있다. 3가지 중심 스토리가 교차되어 등장하고, 완전히 다른 분위기의 사건을 다루고 있음에도 전개 흐름이 매우 깔끔하다. 무엇보다 시간대는 다르지만, 같은 장소를 다루고 있다는 설정을 연출에 굉장히 잘 녹여냈다. 모든 장면들이 파국으로 치닫으며 최종 절정부에 이르는 마지막회의 시퀀스에서 이전 회차에서부터 계속 등장했던 '탱고씬'을 활용하고, 같은 장소에서 벌어진 죽음들을 하나의 장면처럼 편집하여 세련된 미쟝센의 극단을 보여주었다. 사실 10회를 보기 위해 이 드라마를 본다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마지막회의 연출이 주는 쾌감이 엄청나다.
1960년대, 80년대, 그리고 2010년대 각각 배경의 특징을 색감과 영상미를 통해 구분지어 표현한 것 역시 특징인데, 쨍한 파스텔톤의 색감을 활용한 1960년대와 화려함을 강조한 1980년대 배경을 특히나 아름답게 잘 살려냈다. 1980년대 배경의 경우, 등장할 때마다 다른 옷을 입고 나오는 '시몬'의 화려한 의상과 메이크업, 그리고 럭셔리한 저택의 인테리어 등이 주는 시각적인 이끌림이 가히 압도적이었다. 이러한 시각 효과적인 부분에서도 역시 '테일러'가 등장하는 장면들의 매력도가 떨어져 스토리와 영상미 모두 다른 시퀀스들에 비해 집중도가 저하될 수밖에 없었다.
<와이 우먼 킬>은 굉장히 많은 사회적 문제들을 짧은 극 안에 함축시키려 하다보니 등장인물들한테 굉장히 많은 속성들을 부여했다. 60년대 '베스 앤'은 당시 가부장적 사회의 단면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예시임과 동시에 여성의 사회진출을 비판적으로 보는 당시 남성들의 성차별적 사고방식을 나타내고 있다. 80년대 '시몬'의 스토리에선 전염병 환자 취급을 받던 에이즈와 동성애에 관한 이야기를 다루고 있고, 2010년대 '테일러'의 이야기에선 다자연애와 성적지향, 약물 중독까지 내포하고 있다. 이로 인해 내용이 충분히 과부화될 수도 있었음에도 제법 불편하지 않고, 너무 깊지도 않은 선에서 인간관계와 사회에 관한 많은 문제들을 무리 없이 담아내는 데에는 성공했다. 그리고, 주인공 대부분이 그 시대적 배경에 비해 좀 더 깨어 있는 인물들이었다는 점이 마음에 들기도 했다.
물론, 이야기하려는 내용이 많다보니 세 명의 주인공에게 각 시대를 대표할 수 있는 특성들만 주입시켜 넣으려 했고, 그렇다 보니 간혹 너무 단순하고 일차원적으로 접근하려 했던 부분들은 아쉬움이 느껴졌다. 이러한 특성이 가장 잘 드러났던 부분은, '앤, 시몬, 테일러'의 아역배우들이 인터뷰하는 시퀀스. 너무나도 예상 가능했던 대사들이 튀어나와 전혀 새롭지 않았다. 하지만, 많은 이야기들을 10부작 안에 모두 담아내기 위해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을 것이라 생각한다.
세 명의 주인공은 모두 다른 상황에 놓여 있었지만, 하나로 귀결되는 공통점이 있다. 바로 자신의 선택을 후회하지 않고, 관계의 끝을 깔끔하게 맺음으로써 행복을 되찾았다는 것.
'베스 앤'은 자신의 손을 거치지 않고 남편을 죽임으로써 복수에 성공했는데, 이후 집을 떠날 때 누구보다 개운하고 행복한 표정이다. 그리고, 자신의 선택을 후회하지 않는 요령을 터득하여 '에이프릴', 그리고 조카 같은 그녀의 딸과 함께 비로소 행복을 되찾았다.
'시몬'은 남편의 고통을 줄이기 위해 남편의 바람대로 그가 편안한 죽음을 맞이할 수 있도록 도왔다. 밉지만 미워할 수 없는 남편과의 관계를 따뜻하게 끝맺었고, '토미'와의 사랑을 포기한 것, 남편의 간호를 위해 자신의 그림들을 모두 판 것을 후회하지 않았다. 그리고 남편과 같은 사람들을 돕는 자선활동을 계속해서 펼치며 행복한 노후 생활을 보내게 되었다.
마지막으로, '테일러'는 자신이 '제이드'를 집에 들인 것에 대해 책임을 느껴 남편을 죽음으로부터 구했고, 끝까지 남편과 함께하며 부부의 사랑을 되찾는 결말을 맺었다. 자신이 시작한 다자연애의 관계를 스스로 끊어냄으로써 후회하지 않을 수 있는 선택을 내린 것이다.
이렇듯 모든 선택과 결정, 판단을 세 여성이 직접 주체적으로 내리고, 스스로 행복을 쟁취하는 데에 성공했다는 것이 <와이 우먼 킬>이 궁극적으로 말하고자 하는 핵심일 것이라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