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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opofilm Feb 11. 2021

[영화 리뷰] 새해전야 (2021)

새해 첫시작에 보내는 응원과 설렘 (이연희/유연석/유인나/김강우/유태오)

화려한 멀티캐스팅, <새해전야>로 귀환

 8년 전, 화려한 멀티 캐스팅을 앞세운 옴니버스형 영화 <결혼전야>를 내놓았던 '홍지영 감독'은 별개의 후속작이라 할 수 있는 <새해전야>로 돌아왔다. 결혼을 앞둔 예비부부와 결혼을 한 부부들의 여러 에피소드를 옴니버스로 다룬 전작에서 새해 맞이를 앞둔 여러 커플들의 이야기로 스토리만 바뀌었을 뿐 구성이나 연출 방식 모두 비슷하다. <결혼전야> 이상으로 화려한 배우들의 라인업도 눈길을 끄는데, 전작에도 출연했던 "이연희"와 "김강우"는 이번에도 홍감독과 함께 호흡을 맞추었다. 8년 전의 작품과 별반 차이가 없다는 점에서 발전 없는 답습이라 평할 수도 있지만, 깊게 생각하지 않고 소소한 재미를 느낄 수 있다는 점에서 이 작품만의 확실한 매력을 느낄 수는 있다.

새해를 앞둔 네 커플들의 위기 극복

 <새해전야>는 새해를 일주일 앞둔 시기에 각기 다른 네 커플들이 처한 어려움과 그 어려움을 헤쳐나가는 과정을 그린 로맨틱 코미디물이다. 극에는 "이연희-유연석""유인나-김강우""최수영-유태오", "이동휘-천두링" 네 커플이 등장하고, "이동휘"의 누나 역할로 "염혜란"까지 가세한다. 주연 배우들의 숫자도 상당히 많은데, 특별출연과 우정출연으로 이름난 배우들이 대거 등장해버리니 극 초반에는 휙휙 바뀌는 장면들과 전개가 제법 산만하게 느껴지기는 한다. 그래도 점차 각 커플들의 사건들이 풀어지면서 이야기는 안정감을 찾아가고, 끊어지는 듯한 장면 전환에는 자연스러움이 생긴다.

 다양한 인물들이 등장하는만큼 인물들이 처한 사건마저도 제각각이다. 오래 사귄 남친과의 이별 후 무작정 여행적금을 털어 아르헨티나로 떠난 '진아(이연희)'. 이혼 소송 중인 남편으로부터 신변 보호를 받기 위해 형사와 의뢰인 관계로 만난 '지호(김강우)'와 '효영(유인나)'. 중국과 한국의 너무나도 다른 문화 때문에 결혼을 앞두고 갈등이 생기는 '용찬(이동휘)' '야오린(천두링)'. 그리고 편견덩어리 에이전시의 개입으로 오해가 쌓이는 패럴림픽 국가대표 '래환(유태오)'과 '오월(최수영)'까지. 새해를 앞둔 일주일 동안 이들이 처한 어려움을 극복해나가는 과정이 유쾌하게 그려진다.

뻔한 스토리, 무성의한 구성

 대부분의 멀티 캐스팅 로맨스물이 그렇듯, <새해전야> 역시 비슷한 류의 작품들의 전형을 그대로 따라간다. 사실 8년 전 <결혼전야>와 등장인물 빼고는 크게 바뀐 게 없다. 아홉 명의 주연배우가 등장함에도 네 편의 에피소드는 시작할 때부터 스토리가 어떻게 흘러갈지 뻔하게 예상이 간다. 8년이나 지났음에도 과거의 작품과 달라진 게 전혀 없다는 것은 화려한 볼거리와 배우로만 내세우겠다는 안일한 판단에서 비롯된 선택이 아닌가 싶다.

 캐릭터별로 다른 에피소드 역시 다양성을 담아내려고 했겠으나 구색 맞추기에 불과했다는 생각이 든다. 최근 영화나 드라마들을 보면, 워낙 독특한 설정들이 많이 등장하다보니 <새해전야> 속 이야기들은 겉보기에 다양해 보이는 그럴 듯한 이야기 몇 편을 골라 담은 느낌이다. 힘든 시기를 털어내고 설레는 마음으로 힘차게 새해를 맞이하자는 의도 때문인지 해피엔딩을 유독 과하게 신경 썼는데, 그래서 살짝 작위적으로 느껴지는 부분들도 있다. 특히나 '효영(유인나)' '지호(김강우)'의 결말은 지차닐 정도로 과했다. 로맨틱 코미디물이라 가볍게 그려진 감이 없지 않아 있어도, 주인공들은 모두 제법 중요한 문제를 안고 있는데도 대부분의 이야기가 깊이 있게 다뤄지지 않은 점 역시 성의 없게 느껴진 부분이다.

영상미와 발연기 사이

 <새해전야> 속 여러 에피소드 중 가장 눈길을 끄는 스토리는 단연 부에노스아이레스 해외 로케이션이 진행된 '재헌(유연석)'과 '진아(이연희)'의 장면들이다. 한국 영화 최초로 담아낸 이과수 폭포의 경이로운 장관이라던가 붉은 노을이 지는 저녁, 건물 옥상에서 빨간 원피스를 입고 탱고를 추는 장면은 극강의 낭만을 선사한다. 코로나 팬데믹 사태가 1년이 넘도록 장기화 되었고, 해외여행이라는 것 자체가 불투명해진 지금과 같은 시점에 이 장면을 봐서 그런지 유독 소중하고 아름답게 느껴졌던 것 같다. 제작 의도에는 없었겠지만, 코로나 사태로 해외여행을 추억 속에만 간직하게 된 관객들의 그리움과 애틋함을 불러일으키는 데에는 매우 효과적이었다.

 하지만, 이렇게 아름다운 장면들 속에서도 '이연희'의 발연기는 계속해서 관객의 흐름을 방해한다. 물론, 예전보다 나아졌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대사 전달력이나 딕션이 상대 배우에 비해 월등히 떨어지고 모든 대사 하나하나가 부자연스러운 연기체를 유지한다. 사실상 네 커플 중 '이연희-유연석' 커플이 메인 커플이라 할 수 있는데, 가장 중요한 롤을 맡은 배우가 연기를 못하니 극 자체에 치명적인 피해를 준다. 사실 그동안 <더 패키지>나 <다시 만난 세계> 같은 작품들을 보면서 "이연희"의 연기력이 일취월장 했다고 생각했는데, <새해전야> 속 그의 연기력은 고개를 절레 절레 젓게 만들었다.

김강우-염혜란, 뛰어난 존재감

 극중 큰 비중을 차지하는 '이연희'의 부족한 연기력을 메워주는 것은 다름 아닌 '김강우' '염혜란'이다. 워커홀릭 돌싱 형사 역할을 맡은 '김강우'는 의외의 귀여운 허당 면모를 자꾸만 보여주면서 그동안 숱하게 보여주었던 쎈 캐릭터에서 완벽하게 연기 변신에 성공한다. 특히 도도하고 까칠하지만 따뜻한 면모가 있는 '효영' 캐릭터를 연기한 '유인나'와의 케미가 무척 좋다. '이연희'의 연기를 보다가, '유인나'가 등장하면 마음 속의 안정이 찾아올 정도로 깔끔한 연기력을 선보여 두 사람의 에피소드가 가장 편안한 재미로 다가왔다.

 가장 튀는 포지션을 차지한 '염혜란' 역시 독보적인 개그캐를 자처하며 극에 활력을 불어넣는다. 오지랖 넓은 누나와 동생 커플의 눈치만 보는 시누이 캐릭터를 오가며 허술하지만 푸근한 모습으로 다른 에피소드에는 없는 큰 웃음을 만들어준다. 특히나 친구 역으로 특별출연한 '라미란'과의 케미는 티키타카 그 자체. 유일하게 러브라인이 없는 캐릭터이지만, 그래서 유독 존재감이 돋보일 수 있었고, '염혜란'의 찰진 연기력이 더해지면서 가장 역동적인 인물을 탄생시킬 수 있었다.

힘든 시기, 웃을 수 있는

 멀티캐스팅 로맨스물인만큼 뛰어난 연출이나 촘촘한 스토리는 기대하기 어렵지만, 그래도 각 에피소드가 자연스럽게 연결되어 있고, 배우들의 개성이 돋보인다는 점에서 제법 괜찮은 영화라고 할 수 있다. 에피소드별로 비중 차이가 좀 있긴 하지만, 그래도 나름 균등하게 분배된 느낌이다. 오글거림이 과하지도 않고, 신파적인 요소 없이 깔끔하고 속도감 있게 전개되어 눈살을 찌푸리게 만드는 장면들은 거의 등장하지 않는다.

 너무나 힘들고 암울한 시기, 우리에겐 웃음이 필요하다. <새해전야>는 이런 시기에 관객들로 하여금 깊게 생각하지 않고 단순하고 유쾌하게 흘려보낼 수 있는 웃음과 소소한 감동을 전달한다. 절대 우수한 작품이라 말할 수는 없지만 관객에게 힐링과 웃음을 전달하기 위한 목적이었다면, 절반 이상의 성공을 거뒀다고 본다. 작품이 별로라는 비판이 먼저 떠오르기 보다는, 가볍게 웃긴 장면들과 예쁜 배경들이 먼저 떠올랐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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