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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opofilm Apr 05. 2021

[넷플릭스] 브리저튼 (2020)

황홀한 영상미에 그렇지 못한 재미 (피비 디네버/레지 장 페이지/로맨스)

드라마 <브리저튼> 정보

공개일: 2020.12.25

장르: 로맨스, 시대극

출연: 피비 디네버, 레게 장 페이지, 조나단 베일리, 루비 바커, 줄리 앤드류스 등

원작: '줄리아 퀸'의 소설 <공작의 여인>

2020 넷플릭스 시청률 1위, 화제의 인기작 <브리저튼>

 시대를 막론하고, 한국이건 서양이건 사극에 대한 시청자들의 니즈는 언제나 고정적으로 존재하는 듯 하다. <브리저튼> 역시 역사적 사실이나 디테일한 고증과는 무관한, 배경만 19세기 영국인 드라마일뿐인데 4주만에 8,200만 가구의 시청을 이끌어내며 넷플릭스 시청률 1위 자리를 차지할 정도로 엄청난 인기를 끌었다. 유명 배우가 출연하지도 않았고, 화제를 끌만한 시놉시스도 아니었는데 이 정도의 인기를 끈 것을 보면 확실히 넷플릭스 특유의 하이틴 감성 로맨스가 이번에도 또 통했다고 봐야할 것 같다. (솔직히 이 정도로 잘 될 줄은 몰랐다.)

 출연 배우도, 줄거리도, 무엇 하나 끌리는 부분이 없어서 볼 생각이 없었으나 워낙 주변에 본 사람이 많아서 강제로 끌려가듯이 보게 됐다. 하지만, 막상 한 시즌을 전부 감상하고 나니 드라마의 인기를 이해하기가 더욱 힘들어졌다. 지적하고 싶은 포인트도 많고, 맘에 안 드는 부분들도 많아서 전체적으로 혹평을 담은 리뷰를 진행할 예정이다.

19세기 영국판 가십걸(?)

 <브리저튼>은 19세기 초, 영국 런던의 상류사회를 배경으로 사교계의 진입하는 주인공과 주요 인물들의 사랑, 결혼, 권력 다툼 등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스토리의 개연성이나 맥락은 제쳐 두고, 막장 전개 방식을 택하고 있어 시대극 버전의 <가십걸> 같다는 평가도 많이 나오고 있다. 실제로, 무언가를 생각하거나 의미를 찾으면서 볼 만한 작품은 절대 아니다. 주인공의 말이나 행동들을 가볍게 생각해야 편안하게 다음 회로 넘어갈 수 있는데, 그렇다고 해서 썩 재미가 있는 것도 아니다.

 여주인공 '다프네(피비 디네버)'는 영국 런던 최고의 명문가 중 하나인 '브리저튼' 자작 가문의 맏딸로, 사교계 데뷔와 동시에 영국 왕비에게 최고의 신붓감으로 선택 받으며 상류사회에서 큰 주목을 받는다. 당대 상류층 여성으로서는 드물게 찐 사랑을 통해 결혼에 성공한 어머니로 인해 진정한 사랑을 꿈꾸며 결혼 상대를 찾는 데에 고심한다. 하지만, 사교계를 쥐락펴락하는 소식지의 저자 '레이디 휘슬다운'이 그녀를 주목하면서 일이 꼬이게 되고, 런던으로 돌아온 공작 '사이먼(레지 장 페이지)'와 엮이게 된다. 이 두 사람의 사랑과 결혼을 중심으로 런던 사교계에 얽히고 섥힌 많은 인물들의 크고 작은 에피소드들이 함께 진행된다.

결혼 또 결혼, 재미는 언제...?

 한국 드라마의 스펙터클한 사건 전개와 자극적인 소재들에 익숙한 시청자라면, <브리저튼>에서 큰 재미를 느끼긴 어려울 것 같다. 이 작품은 8회차 내내 캐릭터들의 사랑, 추문, 결혼만을 반복해서 이야기하고, 별다른 사건이 등장하지를 않는다. 주인공에게 찾아오는 시련이나 고난이라 할 법한 스토리들은 그저 귀여운 고민 수준이고, 사교계를 발칵 뒤집어놓았다고 난리 부르스를 해대는 추문들의 연속은 늘 심심한 결말로 끝나고 만다.

 그렇다면, 캐릭터들이라도 재미를 가져다주는 인물들인가? 이 질문에도 긍정의 대답을 내리긴 어렵다. 물론, 주인공들의 비주얼은 훌륭하다. 다프네와 사이먼의 눈부신 비주얼은 작품의 뛰어난 영상미와 럭셔리한 풍경들과 더해져 시너지 효과를 불러일으킴은 분명하다. 하지만, 배우들의 외모를 배제한 캐릭터의 성격만을 따져보면, 매력적이라 보기 어렵다. 사이먼은 시종일관 답답함을 유발하고, 다프네는 캐릭터 자체가 모호하다. 다프네의 큰오빠 '앤소니(조나단 베일리)'는 극 초반 작품을 그만보고 싶게 할 정도로 엄청난 발암 요소로 작용하기까지 한다. 따라서 비주얼적인 요소가 이 모든 단점들을 넘어섰을 때 비로소 <브리저튼>을 조금이라도 좋게나마 봐줄 수 있게 된다.

다양성 반영, but 겉보기에만 그럴 듯

 <브리저튼>이 화제를 모은 가장 큰 이유는 19세기 영국을 배경으로 제작되었음에도 흑인과 아시아계 인물들이 주요 배역을 상당 부분 차지한다는 것 때문이다. 역사적 배경을 따져보면, 19세기에 흑인이 영국 상류사회에 속한다는 것은 말도 안 되는 이야기이지만, <브리저튼>은 실화를 바탕으로 한 작품이 아니기 때문에 이와 같은 고증은 철저하게 배제한다. 덕분에 2020년대 시류에 맞는 PC를 적용한 시대극을 만들 수 있던 것이다. 이미 남주인공부터가 공작이라는 높은 작위의 인물임에도 흑인이고, 영국의 왕비 역시 흑인이다. 이 밖에도 히스패닉, 흑인, 아시아계 인물들이 곳곳에 등장하는 걸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하지만, 인종의 다양성만 반영했다면 그게 무슨 의미가 있을까. <브리저튼>은 PC를 의식해서인지 캐스팅에 인종의 다양성을 반영했지만, 인물들의 의식은 19세기에 그대로 머물러 있다. 19세기 영국 배경의 작품에 흑인이 상류층으로 등장하는 건 되는데, 여성 캐릭터가 가부장적 관습에서 벗어나는 것은 왜 안 되는 것일까. 캐스팅에만 진보적인 의식을 왕창 때려 넣고, 정작 여성 캐릭터들의 욕망은 결혼과 가정의 형성이라는 관습적인 사고관에서 벗어나지 않는다는 게 이 작품의 PC가 지닌 가장 큰 모순이다. 즉, 겉보기에만 PC를 따르는 척 했을 뿐 알멩이는 오히려 시대퇴보적인 진부한 이야기라는 뜻이다. 어차피 역사적 배경대로 할 드라마도 아니라면, 여성의 역할까지 다 뜯어 고쳤어도 상관없었을텐데 말이다.

화려한 영상미와 럭셔리한 의상들 (Feat. 익숙한 BGM)

 <브리저튼>을 혹평하면서도, 끝까지 보게 된 이유는 영국 상류사회 배경이 가져다주는 화려한 영상미와 주인공들의 럭셔리한 의상들 때문이다. 실제로 주인공 다프네는 단 한 번도 입었던 드레스를 다시 입지 않고, 샬럿 왕비 역시 매번 다른 가발을 착용하고 등장한다. 특히, 왕비의 가발과 머리 장식 퀄리티가 상상을 초월한다. (의상 팀의 노동력이 갈려나갔을 것 같다.)

 브리저튼 가, 페더링턴 가, 그리고 공작 가문의 저택이나 사교 파티 장소, 영국 왕실의 궁전 등 대부분의 공간적 배경이 화려하고 사치스러운 공간이기 때문에 스토리는 몰라도, 영상미 만큼은 수준급이다. 또한, 배경음악도 상당히 인상적인데, 여타 시대극처럼 클래식한 음악만 사용하는 게 아니라 최근 발매된 노래들을 클래식 버전으로 편곡해서 삽입했다는 게 특징이다. "Ariana Grande-thank u, next", "Maroon 5 - Girls Like You""Billie Eilish - bad guy", "Shawn Mendes - In My Blood" 등 쉽게 알 법한 유명한 곡들을 사용해 금방 알아챌 수 있다. 어울리지 않을 법한 곡들을 절묘하게 클래식으로 편곡하여 사용한 것은 분명 재기발랄한 아이디어라고 생각한다.

<그레이의 50가지 그림자>의 향기

 <브리저튼>은 높은 수위의 애정 씬 때문에 시청등급이 청소년 관람불가로 정해진 작품으로도 잘 알려져 있다. 사실 생각했던 것만큼 수위가 높진 않았기에 수위에 관해서는 살짝 과장되게 알려진 경향이 있는 듯 하다. 넷플릭스의 작품들을 숱하게 봐온 사람들이라면, 솔직히 시시하게 느낄 정도의 수위다.

 다프네와 사이먼의 마음이 서로 통한 이후로 베드신이 수시로 등장하는데, 이 때문에 <그레이의 50가지 그림자>의 향기가 꽤 많이 묻어난다. 연출적인 측면에서 바스트 샷을 과하게 잡거나 특정 신체 부위를 클로즈업 하면서 매혹적인 음악을 깔기까지 하니 딱 저 졸작의 감성이 오버랩된다. 후반부에서 두 사람이 대화를 하는 장면보다 베드신이 더 많이 등장해서 더더욱 그러한 느낌을 받을 수밖에 없었다. <그레이의 50가지 그림자>가 내용은 형편 없지만, 연출적인 측면에서는 나름 특색이 있었기 때문에 비교 대상으로 마냥 나빠보이진 않는다.

시즌2 확정, 앤소니 → 주인공 등극

 <브리저튼>은 높은 인기로 시즌2 제작을 곧바로 확정 지었는데, 시즌1의 주역인 다프네와 사이먼의 에피소드가 해피엔딩으로 마무리 되면서 사실상 두 사람은 하차 수순을 밟을 것 같다. 실제로, 사이먼 역할을 맡은 배우 '레게 장 페이지'는 시즌2 하차 소식을 전했고, 다프네 배우 역시 하차를 하거나 카메오 정도로만 등장할 가능성이 높다. 이에 따라 시즌2는 브리저튼 가문의 장남이자 가장인 '앤소니(조나단 베일리)'를 중심으로 이야기가 전개될 예정이라 한다. 시즌1에서 염문을 나눴던 오페라 가수 '시에나'와 완전히 결별했기 때문에 여자 주인공으로 뉴페이스가 합류할 예정이다. 

 현재 <오티스의 비밀 상담소>로 얼굴을 알린 배우 '사이먼 애슐리(Simone Ashley)'가 앤소니의 상대역인 '케이트 샤마라'로 합류된 상태다. (인도계 인물로 설정되었다고 한다.) 앤소니는 시즌1에서 비호감으로 통했던 캐릭터인데, 역할의 이미지를 회복하고 시즌2를 이끌어갈 믿음직스러운 주역이 될 수 있을지 약간의 의문이 들기는 한다. 개인적으로는 앤소니의 결혼 이야기보다는 '페넬로페 패더링턴' '엘로이즈'의 에피소드 쪽이 더 구미가 당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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