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실과 사랑으로 극복한 아픔 (넷플릭스 영화/성장영화/찰리 플러머)
감독: 쏘어 프류덴탈
출연: 찰리 플러머, 테일러 러셀, 안나 소피아 롭
장르: 드라마, 성장
상영시간: 111분
국가: 미국
개봉: 넷플릭스
요리사를 꿈꾸는 소년 '애덤(찰리 플러머)'은 불우한 가정환경과 어려서부터 겪어온 환청 증상을 요리를 통해 극복 중이었다. 하지만, 환청은 이내 현실에 존재하지 않는 사물과 사람들이 보이고 심리적인 불안을 겪는 조현병으로 발현되고, 결국 사고를 치고 학교에서 쫓겨 난다. 애덤은 정신병자 취급을 받으며 학교를 떠나게 되고, 삶의 의지를 상실하지만 애덤의 엄마와 새아빠는 그를 기독교 학교에 보내고 아들의 치료를 돕는다. 하지만, 애덤은 부모는 물론 주변 사람들이 자신을 정상인이 아닌 정신병과 동일시하는 것처럼 느끼며 학교에도 거부감을 갖는다.
애덤은 학교에서 '마야(테일러 러셀)'라는 친구를 사귀게 되면서 점차 변하게 되고, 의지를 잃었던 그의 삶에 대해서도 활력을 되찾는다. 마야와 함께 공부를 하며 친해지고 사랑의 마음도 싹트기 시작하는 사이 자꾸만 튀어나오는 조현병 증세와 약의 부작용이 겹겹이 쌓이며 애덤을 점점 힘들게 한다. 과연 애덤은 자신의 아픔을 극복하고 사랑과 인생을 모두 되찾을 수 있을까?
"찰리 플러머"라는 배우를 처음으로 알게 된 것은 영화 <린 온 피트>를 통해서다. 열여섯의 신인 배우라고는 믿기지 않을 연기력을 보여주며 묵직하고 감성적인 영화를 이끌고 나갔던 게 굉장히 인상적이었다. 그 이후 한동안 배우의 소식을 접하지 못하다가 오랜만에 그가 출연한 작품을 보게 됐는데, 정신적인 착란과 심리적인 고통을 연기해야 하는 높은 난이도의 극에서 그의 존재감은 탁월하게 발휘된다. <린 온 피트>에서도 느꼈지만 힘든 상황에 놓여 있는 캐릭터와 배우의 연기력 간의 상성이 매우 좋은 것 같다.
또 한 가지 놀라운 것은 <린 온 피트>가 촬영한 지 6년이나 지난 영화인데도, "찰리 플러머"의 얼굴은 여전히 십대 초중반의 풋풋함을 담고 있다는 것. 이러한 외모적 특성은 유약하면서도 불안함이 깃든 소년의 연기를 하는데 장점으로 작용한다. 더 나이가 들기 전에 소년미를 어필할 수 있는 캐릭터의 영화를 좀 더 찍어주었으면 하는 바람.
<비밀이 아닌 이야기>는 조현병이라는 묵직한 소재를 다루되 풋풋한 10대 소년소녀의 하이틴 로맨스를 더하며 정신 질환을 무겁지 않게 다룬다. 주인공 애덤을 괴롭히는 인물도 등장하기는 하지만, 그의 불행 서사보다는 애덤의 심리 변화와 감정의 흐름에 초점을 맞추며 온전히 조현병을 겪는 인물이 어떻게 아픔을 극복해나가는지 그 과정만을 조명한다. 그러한 의미에서 드라마틱한 갈등이 등장하지 않고, 전개도 제법 뻔한 편이지만 무해한 타입의 착한 영화라는 점에서 기분 좋게 볼 수 있는 작품이다. 전형적인 갈등 구조의 영화였더라면, 애덤의 새아빠 '폴'이 악인으로 등장했어야 하지만, 그 역시도 병마와 싸우는 애덤을 돕기 위해 노력했다는 반전을 더하며 끝까지 영화의 착한 감성을 잃지 않는다.
아쉬운 점은 영화의 제작비가 문제였던 것인지 조현병의 증상을 표현하고자 했던 시각적인 효과가 다소 유치하고 미흡해 보였다는 것. '찰리 플러머'의 연기는 충분히 설득력이 있었지만, 병의 심각성을 시각적인 표현을 통해 극대화하려 한 어설픈 CG는 극에 대한 몰입을 떨어뜨렸다. 부수적인 요인이라 생각하고 무시할 수도 있지만, 시각 효과의 비중이 생각보다 큰 영화이기 때문에 은근히 집중을 방해하는 단점을 유발한다. 다소 우스꽝스럽게 표현된 애덤의 환각 증상은 B급 영화의 코미디 재질을 연상시킨다는 점에서 극의 개성으로 볼 수도 있지만, 전반적으로는 영화의 완성도를 떨어뜨려 보이게 했다는 아쉬움이 남는다.
극중 '애덤'이 착하고 순수한 인물이라서 조현병이라는 정신 질환을 다룸에도 인물에 대해 크게 부정적인 생각이 들지는 않는다. 하지만, 착한 애덤마저도 조현병 증상으로 인해 과학 실험 도중 친구의 팔에 화상을 입게 했고 나이 지긋한 수녀를 밀쳐버리는 행동을 저질렀다. 이러한 행동도 주변에서 정신병자라고 낙인찍을 만한 문제적 사건에 해당했는데, 현실 세계의 조현병 환자들은 사회적으로 큰 문제를 일으키는 경우가 많다. 건물에 불을 지르기도 하고, 운전 도중 사고를 일으키기도 하며 심각할 경우 사람을 죽일 수도 있을 정도로 심각한 증세의 환자들을 뉴스에서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가족과 친구들이 사랑으로 애덤을 받아들였다고 해서 이러한 사고가 발생하지 않을 것이라고 보장할 수는 없다.
애덤은 조현병 약을 처방받았지만, 미각을 잃게 되는 부작용으로 인해 약을 버린다. 꿈을 향한 애덤의 열정을 생각하면 당연한 행동이지만 이러한 행동이 추후 사회적 파장을 일으킬 만한 사건으로 이어진다면 분명 문제가 된다. 따라서 <비밀이 아닌 이야기>는 '조현병'이라는 정신 질환에 대해 다면적으로 해석해볼 만한 여지를 제공한다. 조현병 환자가 반드시 잠재적 범죄자는 아니기에 이들을 사회로부터 격리시킬 수도 없지만, 언제 무슨 문제를 일으킬지 모른다는 불안감이 늘 존재한다. <비밀이 아닌 이야기>는 진실과 사랑을 통해 정신 질환의 아픔을 극복할 수 있다는 메시지를 제시했지만, 분명 애덤의 이야기를 바라보는 다른 시선도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