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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opofilm Jul 08. 2021

나는 나대로 혼자서 간다 (2021)

노인이 되어 되돌아본 삶과 회한 (일본 영화/인디 영화/감성 영화)

영화 <나는 나대로 혼자서 간다> 정보

감독: 오키타 슈이치 (요노스케 이야기, 모리의 정원)

출연: 다나카 유코, 아오이 유우, 히가시데 마사히로

장르: 드라마

상영시간: 138분

국가: 일본

노년에 찾아온 홀로 라이프, 자유를 통해 되돌아본 인생

 일흔 다섯의 노인 "모모코(다나카 유코)"는 남편 "슈조(히가시데 마사히로)"를 먼저 떠나보낸 후, 홀로 여생을 보내고 있다. 하지만, 매일 똑같은 아침 식사로 하루를 시작하고 도서관과 병원을 순회하는 것이 일상의 전부인 삶은 특별함이나 흥미로울 것이 전혀 없다. 모모코에게는 아들과 딸이 하나씩 있는데, 아들과는 사이가 좋지 않고 딸도 함께 살고 있지 않아 그녀는 줄곧 혼자다. 그래서인지 영화 초반의 모모코는 어딘가 아프고 우울해 보인다. 

 말년에 혼자가 된 사람들의 외로움을 반영하듯 모모코의 혼잣말, 또다른 자아를 의미하는 듯한 세 남자의 환영이 등장한다. 이들과 모모코의 대화는 곧 내적 대화를 의미하며 그녀가 과거를 회상할 때마다 이들이 나타난다. 모모코는 정략결혼을 피해 고향에서 도시로 도망온 자신의 과거부터 남편과의 연애, 결혼 생활 등을 떠올리며 삶을 되돌아본다. 그리고 현재의 자신을 다시 마주한 지금, 그녀는 자신의 뜻대로 남은 인생을 살아가기로 마음 먹는다. 

과거와 현재의 교차편집, 의식의 흐름에 따른 회상의 연속

<나는 나대로 혼자서 간다>는 70대의 모모코 역할을 연기한 '다나카 유코'와 20대 시절을 연기한 '아오이 유우'가 교차되어 등장한다. 과거 회상 장면들은 시간 순서대로 진행되기 보다는 무작위로 떠오르는 모모코의 기억이 의식의 흐름처럼 흘러가기 때문에 전개 방식이 다소 산만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20대의 모모코는 정략 결혼을 뿌리치고 가족과 고향을 버려둔 채 무작정 짐을 싸서 도쿄로 떠났다. 1960년대라는 시대적 배경을 생각하면, 분명 신여성적인 행동이었고 그녀는 주체적인 여성상을 꿈꾸며 일자리를 구하고 주도적인 삶을 이어나갔다. 하지만, 고향에 대한 향수를 자극하게 하는 슈조라는 남자를 만나 사랑에 빠져버렸고 결국 자신의 꿈을 뒤로한 채 사랑을 택한다. 신여성으로서의 삶을 꿈꿨던 그녀는 결국 평생을 주부로 살았고, 남편이 죽은 후 비로소 해방감을 느꼈다는 것으로 보아 그녀의 인생이 마냥 행복하지 않았음을 짐작할 수 있다. '아오이 유우'와 '다나카 유코'는 주체적인 성향의 모모코와 수동적인 현실 삶에 무력화 된 노년의 모모코를 대비토록 하며 모모코가 걸어왔을 세월의 장면들을 자연스럽게 연상시킨다. 젊은 시절의 모모코가 굉장히 밝고 적극적인 인물이라는 것을 일깨워 줌으로써 과거의 퍼스널리티를 잃은 현재의 모모코에 대한 연민과 공감을 함께 불러일으킨다. 

긴 러닝타임 속 지루한 전개

 본작은 취향을 강하게 탈 만한 영화다. 일본 영화 특유의 오글거림과 유치한 감성이 깃들어 있으며 전개 속도도 굉장히 느리고 시종일관 잔잔하다. 특히나 모모코의 머릿 속에서 벌어지는 판타지 어린 장면들은 일본식 B급 코미디의 성격이 강한데, 해당 시퀀스가 등장할 때마다 영화에 대한 몰입도가 떨어졌다. 평이한 전개 속 양념과 같은 역할을 해주기 위해 가미된 장면들이었을 테지만 적어도 내겐 작위적이고 재미도 없었다. 

 70대 노인이 자신이 여태껏 살아온 흔적들을 돌아보고, 외로움을 견뎌내 가는 과정은 작품의 느린 전개를 동반한다. 이 자체만으로도 영화는 충분히 지루해질 수 있는데, 2시간 20분에 달하는 러닝타임으로 인해 따분함은 배로 늘어난다. 시퀀스 하나하나가 길게 늘어지고 불필요한 장면들이 연속적으로 등장하기 때문에 굳이 러닝타임을 이렇게까지 길게 설정해야 했는지 의문점이 생겼다. 전개가 늘어지기 때문에 감동이나 여운을 느낄만한 스토리가 있더라도 감성에 젖어들기가 쉽지 않다.

고령화+1인 라이프 시대, 당면한 미래의 모습들

 영화 줄거리 자체에 대해서는 큰 재미를 느끼지 못했다. 이야기를 풀어가는 방식이 내 스타일이 아니었고, 영화 전반에 걸쳐 흩뿌려진 일본식 감성을 이해하기 쉽지 않았다. 다만, 주인공 모모코가 처한 삶의 모습은 고령화 시대로 향하고 있는 현 사회의 양상과 굉장히 밀접하게 맞닿아 있음은 물론, 현재의 젊은 세대가 노인이 되었을 때의 삶을 맛보기로 보여주고 있다는 생각을 유발한다. 실제로 1인 가구가 급속도로 증가하고 있기 때문에 노년의 나이에 이르렀을 때, 모모코와 같이 외로움과 무의미한 일상 속에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을 사람들이 많을 것 같다. 물론 모모코처럼 가족과의 시간을 오래 보낸 후에 혼자가 된 것이 아닌 젊은 시절부터 1인 라이프에 익숙한 사람이라면 노인이 됐을 때의 우울감이 적을 수도 있지만 젊은 사람이 혼자 사는 것과 나이 든 사람이 혼자 사는 것은 엄연히 차이가 있다고 본다. 극 후반부에 새로운 결심이라도 한듯 취미를 찾아가고 삶에 변화를 주고자 하는 모모코의 모습은 고령화 시대 속 그와 비슷한 심리 상태를 갖고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삶의 태도에 대한 변화를 자극한다. 물론, 현재의 내가 그 나이가 되었을 때 변화를 위한 의지를 발휘할 힘이 남아있을 지는 장담할 수 없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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