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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opofilm Aug 20. 2021

[넷플릭스] 네버 해브 아이 에버 시즌1 (2020)

인도계 소녀 데비의 좌충우돌 성장기 (하이틴/코미디/미국 드라마)

네버 해브 아이 에버 시즌1 (2020)

제작: 민디 캘링

출연: 메이트레이 라마크리시난, 라모나 영, 대런 바넷, 리 로드리게즈 등

장르: 하이틴, 코미디

방송사: 넷플릭스

방송 횟수: 10부작

인도계 너드 소녀의 사랑과 성장

 캘리포니아 남부로 이주한 인도인 부모에게서 태어난 '데비(메이트레이 라마크리시난)'는 보수적이고 엄격한 인도 문화에 영향을 받은 엄마 '날라니'와 달리 자유분방한 미국인 소녀들과 크게 다르지 않은 모습으로 성장했다. 하지만 콩쿠르에서 데비가 하프를 연주하던 도중 아버지 '모한'이 심장마비로 사망하게 되고, 데비는 그 충격으로 3개월동안 걷지 못하게 된다. 휠체어를 타며 생활하던 중 잘생긴 외모의 수영부 킹카 '팩스턴(데런 바넷)'에게 첫눈에 반하게 되면서 기적적으로 다시 걷게 된다. 공부 잘하는 모범생이지만 존재감 없이 학교생활을 해온 데비는 과거 자신의 모습을 청산하고 팩스턴과의 연애, 그리고 쿨한 인싸로서의 삶을 꿈꾸며 각종 소동을 일으키기 시작한다.

불편함을 최소화한 착한 드라마

<네버 해브 아이 에버>는 크게 특별할 것 없는 미국 하이틴 코미디 드라마이지만, 그동안 미디어에서 큰 관심을 주지 않았던 인도계 소녀를 주인공으로 내세웠다는 점에서 분명한 차별점이 있다. 심지어 주인공 데비의 친구들 '엘리너'와 '페비올라'도 각각 동양인과 흑인이라는 점에서 하이틴 드라마의 주인공 롤에서 백인 캐릭터가 전부 제외되었다. 백인을 제외한 소수 인종 캐릭터들만으로 주체적인 이야기를 이끌어나가는 구성은 미국 하이틴 드라마에서 쉽게 볼 수 없는 조합이라 캐릭터의 설정만으로도 신선함을 얻는다. 

 무엇보다 <네버 해브 아이 에버>는 다양한 인종들을 열거해놓는 것만으로 끝나지 않는데, '데비'가 속한 인도계 문화를 미국 문화로 가득한 스토리에 적절히 가미하며 실제로 인도계 소녀들이 작품에 이입할 수 있는 여지를 만든다. 아무리 소수 인종을 주인공으로 삼았다 할지라도, 해당 인종에 대한 문화와 성격을 사실적으로 그려놓지 못한다면 어줍잖게 PC인 척 하는 작품에 지나지 않는다. 하지만 본작은 가부장적인 인도의 문화를 시작으로 중매결혼 제도, 인도인들의 축제, 가네슈 신과 같은 종교적 특징 등 다양한 문화적 요소를 담았다. 인도계 문화에 속한 시청자들은 이를 통해 자신들의 현실을 비춰볼 수 있을 것이고, 다른 문화권에 속한 시청자들의 경우 평소 접하기 어려웠던 인도 문화에 대한 재미를 느낄 수 있을 것이다. 

막무가내에 다혈질인 데비, 과연 비호감 캐릭터일까?

 인도계 소녀를 주인공으로 설정한 미국 하이틴 드라마는 처음 접해봤지만, 작품의 신선함과는 별개로 주인공 '데비'가 그다지 호감 캐릭터로 비춰지지는 않는다. 팩스턴과의 연애 사업을 위해 절친한 친구들에게 거짓말을 일삼고, 자신의 평판을 바꾸기 위해 남에게 피해가 갈 수 있는 루머를 방치하며 가족과 친구들을 비롯한 주변 사람들을 자신의 감정 쓰레기통 취급을 한다. 눈앞에서 아버지를 잃었다는 트라우마에서 기인한 행동들이기는 하지만, 이를 감안하더라도 용납할 수 없는 행동들을 꽤나 많이 저지른다. 

 하지만 돌이켜 생각해보면, 미국 하이틴 로맨스 드라마에는 소위 말하는 '발암캐'가 수도 없이 등장한다. 그리고 주인공 역시 답답하거나 이기적인 모습들로 비난 받는 역할을 자처하는 경우도 많다. 데비 역시 이러한 류의 주인공들과 크게 다르지 않은 10대 소녀일뿐 지나친 비호감 캐릭터라고 느껴지진 않는다. 비록 데비가 마음에도 없는 못된 말과 행동을 거침없이 하지만, 한 번의 큰 상처를 겪은 사춥기 십대 소녀가 주변 사람들의 소중함을 알아가고 성장해가는 과정을 그려내는 게 본디 핵심이라고 본다. 


전형적 신데렐라 스토리 탈피

 <네버 해브 아이 에버>가 너드형 캐릭터인 여자 주인공이 잘나가는 남자친구를 사귀게 되는 전형적인 신데렐라 스토리였다면, 딱 예상 가능한 재미만을 선사했을 것이다. 물론 데비라는 인물은 딱 전형적인 하이틴 로맨스 스토리를 원하는 인물이지만, 작품의 흐름은 뻔한 전개를 취하지는 않는다. 데비는 팩스턴과의 연애, 첫경험을 성공시키기 위해 필요할 때만 친구를 이용하고, 엄마에게도 실언을 한다. 작품은 맹목적인 사랑 쟁취에만 목을 메는 데비의 이야기를 예쁘게 포장해주지 않고 온갖 사건들과 함께 곤경에 빠뜨리며 비참하게 만든다. 즉, 뻔한 신데렐라 스토리를 거부하고 허상의 인기를 좇는 대신 주변 사람들과 현재의 나 자신을 소중히 하라는 메시지를 남기며 주제의 방향성을 살짝 비튼다. 

 그리고, 킹카인 팩스턴이 아닌 자신과 같은 너드형 모범생 캐릭터인 '벤(자렌 루이슨)'과 이어질 것을 암시하며 데비가 꿈꾸었던 팩스턴과의 연애가 크게 중요한 가치가 아니었음을 드러낸다. 시즌2에서는 데비를 중간에 두고 벤과 팩스턴의 삼각관계가 그려질 듯한데, 벌써부터 막무가내로 사건을 일으키는 데비 때문에 관계가 꼬일 게 눈에 선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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