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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opofilm Sep 24. 2021

[왓챠 익스클루시브] 와이 우먼 킬 시즌2

친절한 그녀에게 숨겨져 있던 잔혹한 광기 (미국 드라마/왓챠 드라마)

와이 우먼 킬 시즌2 (2021)

출연: 앨리슨 톨먼, 닉 프로스트, 라나 파릴라, 매튜 다다리오, 조르다니 크리스티 등

제작: 파라마운트+

장르: 범죄, 코미디, 드라마

방영횟수: 10부작

시즌2, 무엇이 달라졌을까

 각기 다른 시대를 살아가는 세 여성의 에피소드를 교차하여 쫄깃한 전개와 함께 그들이 살인을 저질러야만 했던 당위성을 설득력 있게 전달하며 국내에서도 호평을 이끌어냈던 <와이 우먼 킬>이 시즌2로 돌아왔다. 시즌1에서의 사건이 모두 종결되었기 때문에 시즌2는 모두 새로운 인물들로 교체되었고, 메인 플롯 자체가 완전히 바뀌었기 때문에 사실상 타이틀만 유지한 신작이라 봐도 무방하다. 

 시즌2는 시대별로 주인공을 내세운 시즌1와 멀티 캐스팅 방식과 달리 '알마(앨리슨 톨먼)' 한 명만을 주인공으로 택하였으며 시간적 배경 또한 1949년을 벗어나지 않는다. 시즌1과의 공통점이 있다면, 여전히 극을 이끌어나가는 주체는 여성 캐릭터들이라는 점인데 살인의 이유와 방식이 전혀 딴판이다. 해당 지점을 영리하게 부각시키는 게 시즌2가 당면한 과제였겠으나 부족함이 없었던 전작과 달리 부족한 매력의 캐릭터와 이해할 수 없는 행동들로 작품의 매혹적인 광기를 계승하는데 실패했다. 

선에서 최고의 악으로, 양면성의 극단을 보여준 '알마'

 <와이 우먼 킬 시즌2>는 주인공 '알마'의 시점에서 전개되는 작품인만큼 여러 사건들을 거치며 변화를 겪는 그의 과정을 짚어보는 게 핵심이다. 그는 정원 가꾸기를 좋아하고, 가족들을 사랑하며 이웃에게 친절한 평범한 중년의 가정 주부였으나 상류층 여성들의 모임인 '정원 클럽' 가입에 대한 욕망을 품으면서 차차 다른 사람이 되어간다. 극의 도입부에서 가장 선한 역할에 해당하는 인물이었으나 극의 후반부에서 최악의 악인을 상징하는 인물로 변모함으로써 인간이 가진 이중적인 면모를 최대치로 보여주게 된다. 

 착하고 순진했던 인물이 자신의 욕망을 깨닫고, 이를 실현하기 위해 서슴없이 범죄를 저지르는 괴물이 되어간다는 설정은 충분한 설득력을 가진다. 그는 주체적인 삶을 살아본 적 없이 가정에서 젊음을 낭비했던 1940년대의 평범한 여성이었고, 특별할 것 없는 인생으로부터 마땅히 탈출을 갈망할만 하다. 하지만 '알마'는 오로지 정원 클럽에 가입하겠다는 욕망 하에 여러 명을 살해하고, 타인에게 범죄를 뒤집어씌우며 절도까지 일삼는 등 온갖 악행을 저지른다. 악행이 극으로 치닫은 상황에서 그녀의 표정에는 일말의 죄책감조차 남아있지 않으며, 누구보다 가족을 소중하게 여겼던 따뜻했던 알마는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다. 이러한 과정 속에서 그는 순식간에 비호감 캐릭터로 전락하며 알마의 범죄를 감싸줄 만한 핑곗거리 또한 모두 잃게 된다.

탐탁치 않은 살인의 과정들

 시즌1이 주인공들의 살인을 메인 소재로 다뤘음에도 불편함이 느껴지지 않았던 이유는 그들의 행동에 당위성을 부여할 수 있도록 탄탄한 서사를 깔아놓았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부부의 '사랑'을 중심으로 한 다채로운 갈등을 그렸음에도 '베스 앤'의 서사를 통해 여성 캐릭터들 간의 연대를 표현했고 서로를 질투하고 시기하는 뻔한 스토리의 구조를 취하지도 않았다.

 반면 '알마'의 경우 정원 클럽의 회장인 '리타 카스티요(라나 파릴라)'의 방해 때문에 클럽에 가입하지 못했다는 이유만으로 잔혹한 인물이 되었으며 것 이를 빌미 삼아 리타를 함정에 빠뜨리고, 눈엣가시 같은 방해꾼들은 가차 없이 제거한다. 평범하긴 하나 분명 단란한 가정에서 가족과 나름의 행복을 꾸려 왔고, 남편의 이해할 수 없는 범죄 행위에 충격을 받을 정도로 순진했던 인물이기에 단순한 욕망에서 비롯된 악행의 과정들이 와닿지 않는다. 오히려 극 초반에 알마를 괴롭혔던 리타와 사망하게 된 인물들이 불쌍하게 여겨질 지경이다. 물론 극이 알마의 서사만을 다루고 있지는 않지만, 메인 플롯의 매력이 현저하게 떨어진다는 점에서 시즌1과 같은 짜릿함과 쾌감은 전혀 찾아볼 수 없다. 

더 많이 죽습니다...과연?

 왓챠 익스클루시브를 통해 <와이 우먼 킬 시즌2>를 공개하며 작품을 홍보했던 대표 문구가 바로 '시즌1보다 더 많이 죽습니다'였다. 이 멘트만으로 시즌1을 재미있게 보았던 시청자들을 충분히 흥분시킬 수 있었다. 그러나 막상 뚜껑을 열어본 결과, 시청자의 긴장감을 들끓게 할만한 장면들은 시즌1에 비해 턱없이 부족하며 '알마'가 악인으로 거듭나는 과정을 느린 템포로 전개한 극의 초중반부는 지루함을 유발하기까지 한다.

 톡톡 튀는 비비드한 색감, 그리고 20세기 중반을 배경으로 한 당시 시대의 앤틱한 비주얼은 시즌1에 이어 작품의 독자적인 개성으로 완전히 자리잡았으나 그것이 전부다. 예상할 수 없는 전개롤 뒤통수를 쳤던 시즌1과 달리 죽게 될 인물을 충분히 예상할 수 있어 재미가 떨어지고, 'Why Women Kill'임에도 지극히 개인적인 여성의 서사만을 강조해 공감하기도 어렵다. 

주인공에게 쏠리는 궁금증

 비판할 요소가 많은 캐릭터지만, 그럼에도 가장 흥미로운 인물은 단연 '알마'다. 극 초반의 그는 작중 그 누구보다 살인을 저지르지 않을 인물처럼 그려진다. 하지만, 포스터에서 예고했듯 그는 끔찍한 살인마로 변모하는데 그 과정을 납득할 수 있을만한 개인적인 서사를 전혀 담지 않았다. 이쯤 되면, 어머니의 유언에 대한 잘못된 이해로 인해 어긋난 신념을 형성해 수십 명을 살해했던 그의 남편 '버트럼(닉 프로스트)'처럼 그에게도 어떠한 사연이 있지 않을까 하는 의구심이 든다. 단순히 꿈에 대한 욕망만으로 사람이 이렇게까지 최악의 인물로 거듭날 수 있다는 내용이 쉽게 받아들여지지 않기 때문. 범죄자에게 서사를 부여하여 그를 이해할 수 있도록 만드는 전개 방식은 극도로 싫어하지만, 알마가 선천적인 사이코패스와 같은 인물은 아니었기 때문에 누구보다 그의 삶이 궁금해진다. 

캐릭터의 매력 부재, 시즌1과의 결정적 비교

 <와이 우먼 킬 시즌2> '알마' 이외에도 많은 인물들이 등장한다. 뇌졸중에 걸린 남편 '카를로'를 뒤로 한 채 팽팽한 신경전을 벌이는 '리타'와 '캐서린'. 트라우마를 갖고 있지만 서로를 치유하며 사랑을 키운 알마의 딸 '디'와 사설 탐정 '번'. 그리고 리타의 애증이라 할 수 있는 '스쿠터(매튜 다다리오)'와 '이사벨'까지. 

 그럼에도 불구하고, 알마의 관한 이야기가 전부인 것은 오로지 욕망에 대한 집념 하나만으로 사건을 휩쓸고 다니는 그의 존재감으로 인해 다른 캐릭터들의 에피소드는 상대적으로 존재감을 발휘하지 못한다. '디' '번'의 관계는 극중 유일하게 정상적이지만 장르 특성상 매력이 떨어지고, '스쿠터-리타-캐서린'의 삼각관계 또한 단 하나의 임팩트 있는 장면도 남기지 못한다. 분명 애정할 수 없는 주인공이지만, 주인공의 존재감만큼은 확실하게 조명했다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이 때문에 세 명의 주인공을 두었음에도 각기 다른 매혹적인 서사를 부여하고, 균등한 비중으로 인물들이 개성을 발현할 수 있게 기획했던 시즌1과 더욱이 비교가 된다. 시즌 2를 볼 계획이라면, 시즌1의 잔상을 기대하지 않는 것이 최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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