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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opofilm Oct 04. 2021

미성년 (2019)

성숙한 미성년의 시점에서 바라본 한심한 어른들의 작태 (염정아/김윤석)

미성년 (2019)

감독: 김윤석

출연: 염정아, 김소진, 김혜준, 박세진, 김윤석

장르: 드라마

러닝타임: 96분

개봉일: 2019.04.11

불륜에서 시작된 두 가정의 파국

 '주리(김혜준)'과 '윤아(박세진)'은 같은 고등학교에 다니는 사이. 그런데 주리의 아빠인 '대원(김윤석)'과 윤아의 엄마인 '미희(김소진)'의 불륜을 자식들이 알게 되면서 두 가정은 금새 파국으로 치닫는다. 주리와 윤아는 서로의 부모를 탓하며 싸우던 중 윤아가 주리의 엄마 '영주(염정아)'에게 걸려온 전화에 대고 불륜 사실을 폭로하며 사태는 더욱 악화된다. 설상가상으로, 대원과의 불륜으로 임신까지 하게 된 미희. 이 사실을 몰랐던 영주는 독기를 품고 미희의 식당에 찾아갔다가 그를 밀치게 되고, 임신 중이던 미희는 조산을 하게 된다. 겹겹이 쌓이는 사건들로 인해 고민이 산더미인 주리와 윤아. 아직 미성년인 이들에게 부모들이 저지른 짓을 감당하기란 쉽지가 않다. 

미성년 = 미성숙한 어른들

 제목 <미성년>은 극에 등장하는 미성년자 캐릭터인 '주리' '윤아'가 아닌 아이들의 부모들을 가리키는 듯하다. 작품 속에서 제일 올바른 정신이 박혀 있고, 합리적인 판단력을 발휘하는 인물은 이 둘 뿐이다. 아빠 '대원'은 찌질함의 극치를 보여주는 인물로, 딸의 생일로 된 핸드폰 비밀번호를 누른 채 미희에게 연락을 하고 딸과 소풍을 갔던 장소에서 불륜녀와 데이트를 하고 다닌 한심한 인물이다. 윤아의 엄마 '미희' 또한 자신이 저지른 행동에 대한 죄책감 따위는 없으며 자신 때문에 고생하는 딸은 안중에도 없다. 

 결국 '미성년'은 성년의 나이에 이르렀음에도 어른다운 행동을 하지 못하는 이들을 가리키며 이들로 인해 실제로 미성년의 시기를 겪고 있는 두 아이가 겪지 않아도 될 고통과 시련을 겪게 된다. 미성숙한 어른들은 자신들이 저지른 행동에 대한 책임을 지지도 못하며 그 소용돌이와도 같은 사건들을 해결하는 것은 온전히 아이들의 몫이다. 영화 후반부에 시험을 땡땡이 치는 윤아와 주리에게 학교 선생님이 '너희 그러면 나중에 큰일나'라고 말한다. 어른 같지도 않은 미숙한 성년이 누구보다 성숙한 미성년에게 해대는 아무 짝에도 쓸모 없는 충고.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 자신들에게 닥친 문제를 어떻게 해결해야 할지 누구보다 잘 아는 두 사람에게 이 따위 어른들의 같잖은 충고 따위는 필요 없다.

명품 배우 김윤석의 성공적 감독 데뷔작

 이미 2년 전에 개봉한 작품이라 '김윤석'의 감독 데뷔를 언급하는 것은 한참 늦은 감이 있다. 하지만 개봉 당시에 영화를 봤더라도, <미성년>이 그의 성공적인 감독 데뷔작이라고 생각하는데 의심의 여지가 없을 것이다. 솔직히 의외였다. 마초적인 이미지가 강했던 그가 여성 서사만으로 채운 작품을 감독 데뷔작으로 선택했다니 말이다. 그는 작품에서 가장 찌질하고 무능한 남성을 자처하며 '김혜준', '박세진'과 같은 신인 배우는 물론 '염정아'와 '김소진'까지 여자 배우들이 훌륭한 연기를 발휘할 수 있도록 판을 깔아준다. 배우 본인이 연출한 작품이라고 해서 특별히 힘을 더 준다거나 과한 시도를 하지 않고, 담백하게 필요한 내용만을 전하는데 집중했기에 군더더기 없는 데뷔작이 탄생할 수 있었다고 본다.

김혜준-박세진, 눈부신 연기 앙상블

 <미성년>을 보게 된 이유는 온전히 배우 '염정아' 때문이지만, 의외로 영화에서 가장 큰 존재감을 발휘한 배우는 당시 신인이였던 '김혜준'과 '박세진'이다. 사태의 시발점이라고 생각한 '윤아'를 향해 달려가 머리끄덩이를 잡고 덤벼들던 김혜준의 눈빛, 한심한 어른들을 향해 악을 쓰며 자신의 주장을 굽히지 않는 박세진의 깡은 부족한 연기 경력에도 극을 단숨에 휘어잡을 정도로 타격감이 강했다. 특히 '김혜준'은 <킹덤>에서 계비를 연기한 그 배우가 맞나 싶을 정도로 연기가 자연스러워 놀랐다. (아무래도 현대극 체질인 것 같다.) 극은 '염정아''김윤석''김소진'과 같은 주연 배우는 물론 '이정은', '이희준''염혜란'과 같은 조연 배우들까지 연기력으로 정평난 베테랑 배우들이 대거 등장한다. 하지만, 이 작품에서만큼은 온전히 두 신인 배우의 동력으로 극을 이끌어나간다. 비록 흥행에는 실패했지만, 짧은 러닝타임 안에 재미와 의미를 매끄럽게 끌어내는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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