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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opofilm Sep 30. 2021

[왓챠 익스클루시브] 시바 베이비 (2020)

이토록 스릴 넘치는 장례식장이라니 (미국 영화/코미디/드라마)

<시바 베이비> (2020)

감독: 엠마 셀리그만

출연: 레이첼 세노트, 몰리 고든, 대니 데퍼라니, 다이아나 애그론 등

국가: 미국

장르: 코미디

러닝타임: 77분

멘탈을 조여오는 엉망진창 파티

 졸업을 앞둔 대학생 '대니얼(레이첼 세노트)'는 온갖 거짓말로 점철된 삶을 살고 있는 인물이다. 부모님에겐 보모 아르바이트를 한다고 했지만, 실상은 잠자리를 함께하는 슈가대디에게 돈을 받고 있었고 '젠더 경영'이니 '로스쿨'이니 하는 미래 계획 중 그 어느 것도 준비하고 있지 않다. 

 어느 날 지인의 장례식에 참석하게 된 대니얼은 부모님과 함께 온갖 친인척과 지인들이 한자리에 모여 있는 뒤풀이 현장에 방문하게 된다.'대니얼'은 이 자리에서 과거 절친이자 자신의 비교대상인 '마야'를 만난 것만으로도 심란한데 설상가상으로 자신의 슈가대디인 '맥스(대니 데퍼라니)'를 맞닥뜨리게 되면서 자신의 거짓말들이 발각될 위기를 맞는다. 과연 대니얼은 대환장파티가 되어버린 끔찍한 이곳을 무사히 빠져나갈 수 있을 것인가..?

단순한 플롯, 흥미진진한 스릴감

 <시바 베이비>는 러닝타임만 늘린 단편영화라 봐도 무방할 정도로 플롯이 단순하고, 내용도 심플하다. 사건이 벌어지는 장소라고는 장례식 뒤풀이 현장 딱 하나 뿐이고, 비밀을 감추기 위해 거짓말을 늘어놓는 '대니얼'의 에피소드만의 중심이다. 시각적인 재미나 자극적인 연출과는 거리가 멀지만, 제법 단순하고 소소한 이야기에 스릴감 돋는 연출을 가하여 작품에 매력을 부여한다. 멘붕 상태에 놓인 대니얼 앞에 나타나 멘탈을 계속해서 흔들어놓는 친척들은 마치 빌런인 것처럼 그려지고, 도넛을 마구 집거나 물건을 손상시키고, 사고를 치고 다니는 대니얼의 불안정한 행동들로 사건에 긴박함을 더한다. 이 은근한 스릴감과 함께 과연 대니얼의 비밀이 밝혀지게 될 지 그 여부에 주목하며 흥미를 느끼게 만든다.

결국 똑같은 우리네 인생

 <시바 베이비>는 유독 한국인들이 공감하기 좋은 영화다. 유대계 전통 장례식에서 대학생인 '대니얼'에게 온갖 사적인 질문들을 해대며 쏘아 붙이는 친인척들의 태도가 마치 명절날 학업, 진로, 연애, 결혼, 취업과 같은 대답하기 불편한 질문들로 정신을 헤집어놓는 어르신들과 정확히 일치했기 때문. 이를 무마하기 위해 억지로 미소를 짓고, 예의 있게 행동하려고 애쓰는 '마야'와 '대니얼'의 모습은 리얼리즘 그 자체다. 특히 자식의 약점을 드러내지 않기 위해 거짓말로 수습하거나 은근히 자식 자랑을 하며 상대방을 멕이려는 부모의 태도 또한 한국인에게서 쉽게 볼 수 있는 모습들이다. 잊고 있던 명절의 공포가 떠올랐다는 점에서 소름끼치는 장면이기도 했지만, 한국이나 미국이나 가족 문화가 거기서 거기라는 생각에 실소가 터져나오기도 했다.

Shiva Baby, 중의적 표현

 제목 <Shiva Baby>는 유대인들의 장례식 문화를 의미하는 'Shiva(시바)'와 나이차가 많이 나는 남성으로부터 금전적 대가를 제공받으며 잠자리를 하는 'Sugar Baby'를 합친 합성어인 듯한데, 원제를 그대로 제목으로 사용함으로써 한국인들로 하여금 중의적 의미를 느끼게 한다. 마치 도망갈 수도 없는 점입가경의 상황에 놓인 '대니얼'이 몸소 외치고픈 말을 가리키는 것처럼 말이다. 원제를 그대로 가져다놓은 제목이지만, 의외로 센스 있는 선택이 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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