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집에는 장롱이 없다. 혼자 사는 아담한 집에 거대한 가구 들여놓는 게 부담스러워 헹거에 옷을 걸어놓고 꺼내 입는다. 계절이 바뀔 때마다 리빙박스에 보관한 '곧 입을 옷들'을 꺼내면서나는 또 반성과 고민의 시간을 갖는다.
"오마나. 지난번에 버렸는데 또 버릴 게 나오네.이건 버리기 아까운데.버려 그냥 둬?"
헹거 옷갈이 시즌을 십수 년 거치면서 깨달은 점이 있다. 두면 입을 것 같은, 새거라 버리기 아까운, 나와 스타일이 안맞는....그리고 살 빼서 입을 옷들이내 몸에 다시 걸쳐질 확률은 극히 희박하다는 것이다.그래서 조금 아깝고 미련 남아도 옷갈이 하기 전에 배출할 옷을 고른다.
사실 벌거숭이로 살지 않는 이상 버릴 옷은 늘 생기기 마련이다. 작년에 10벌 버렸다면 올해는 7벌... 옷봉투 부피를 줄이는 수밖에.
헹거에 옷을 걸 때 상의, 하의, 원피스로 대분류 한다. 정장을 싫어해 목록에 없지만, 정장을 따로 분류해 놓아도 된다.(난 조끼가 많아 상의, 하의, 조끼, 원피스 이렇게 4종류로 했다)
대분류 한 옷의 양에 따라 헹거를 얼마큼 쓸지 자리를 정해 본다. 우리 집 헹거는 넓지 않아 상단은 상의. 그리고 하단은 바지, 조끼, 원피스로 자리를 잡아줬다.
이렇게 대분류 한 옷들은 서로 섞이지 않은 범위 내에서 내가 입기 편한 방향으로 소분류한다. 컬러, 디자인, 소재, 착용 횟수 등 여러 가지 있을 것이다. 나는 비슷한 컬러, 디자인에 우선순위를 두는 게 보기도, 입기도 좋아서 그렇게 하고 있다.
옷을 걸 때 나름 규칙을 정해봤다. 상, 하의 모두 같은 방향으로 거는 것. 우리 집 옷들은 앞쪽을 향하게끔 걸려있다.
옷갈이 할 때 가장 어려웠던 점이 바지를 어떻게 거느냐였다. 나름 각을 재서 걸어보아도 들쑥날쑥. 어디에 기준을 맞춰야 하는지 감이 안 잡혔었다. 그래서 지금은 둘째 손가락을 자로 활용하고 있다는.
허리사이즈가 같아도 옷 스타일에 따라 허리 폭의 길이가 조금씩 차이가 있을 것이다. 이럴 때 검지 두 마디 정도에 기준을 맞춰 옷걸이 집게를 집어 걸면 전체적인 모양새가 매끄러운 효과를 볼 수 있다.
둘째와 셋째 손가락 사이에 바지를 넣어 길이를 가늠하면 쉽고 빠르게 옷을 집을 수 있다.
바지 앞쪽에 일차선 주름이 있는 양복, 면바지 등을 옷걸이에 걸 땐 이렇게
앞서 살펴본 검지를 활용한 옷걸기 방법은 바지 지퍼와 여밈 버클을 모두 채운 상태에 한다. 반면, 앞주름 바지는 두 곳을 모두 오픈해 첫 번째 벨트 걸이를 기준으로
안쪽으로 접는다. 그런 다음 접은 부분 끝에 옷걸이 집게로 집어준다.
집게 처리를 한 앞쪽이 바깥을 향하도록 헹거에 걸기.
나만의 독립 공간에 이삿짐을 처음 풀었을 때 옷더미에 파묻혀 누울 자리도 없었다. 헹거에 걸고도 넘쳐나는 옷들을 대충 접어 방구석에 쌓아놓고 젠가 놀이하듯 뽑아 입기를 반복했다. 그때의 답답함을 느끼고 싶지 않아 옷정리를 시작해 조금씩 조금씩 개선했다. 처음부터 완벽한 건 없는 것 같다. 내년 옷갈이 시즌에는 좀 더 나아질 것을 다짐하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