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미역초무침을 할 때 미역과 오이에 양념장을 반 정도 넣고 먼저 무친 다음에 나머지 채소를 넣는다. 재료를 한꺼번에 무쳐 놓으면 미역과 오이가 겉도는 느낌이 들어 양념장 맛이 스며들게 3~4분 정도 시간차를 두고 있다.
오이와 미역에 맛이 들면 나머지 채소와 양념장 넣고 살살 무치기. 부족한 간은 소금으로 해준다.
알록달록, 새콤달콤한 미역초무침.
정신이 번쩍 드는 빛깔과 맛이다.
이걸 해서 먹을 때마다 술 끊으려몸부림을 치던 때가 떠오르곤 한다.
돌이켜 보면 난 알코올의존증 증상이 심각했었다. 숙취로 고생하면서도 마트가면 주류코너를 지나치지 못하고 술병에손을 댔으니 말이다. 그때 병원에 가보진 않았지만 어쩌면 알코올중독이었을지도.
사람마다 의지의 차이가 있을 텐데, 내 경우엔 작심삼일을 반년 가까이 반복했었다. 마시고 후회하고, 마시고 후회하기를 반복하다 보니 몸과 마음도 지치고. 그래서 술을 끊어야 한다는 생각보다 술 마시는 날을 미뤄봤더니 부담감도덜하고 효과도 있었다. '미루는 습관'이 단주에 좋은 결과를 가져다준 셈이다.
지금은 술 냄새만 맡아도 고개를 돌리고 만다. 내가 술을 먹은 적이 있었나 싶기도 하고. 술자리 자체를 멀리하게 되면서 언제나 함께 할 것 같았던 친구들과도 자연스레 연락이 끊겼다. 사람을 잃은 대신 맑은정신과 건강을 얻게 됐으니 살아갈 날을 위해서 아주아주 잘 한 결정이라고 생각한다. 술을 퍼마셨을 때 둔했던 미각도 살아나 얻은 게 더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