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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띵글이 Oct 10. 2023

나물이 좋아요! 취나물볶음

들기름 넣고 달달 볶아 드세요

 할머니는 봄만 되면 비닐봉지와 과도 하나를 챙기시고 집에서 머지 많은 야트막한 산과 둑에 출근하셨다.

오후 늦게 들고 오신 보따리에는

온갖 나물이 섞여 있었는데, 이름은 기억나지 않고

진한 풀향과 엄청나게 많은 양만 또렷하다.

할머니는 뒤엉켜 있는 나물들을

마당 수돗가에서 깨끗하게 씻으셨다.

이것저것 할 것 없이 그냥 한꺼번에 데친 다음

간장과 참기름만 넣고 무치셨다는.

 나물 무치는 날, 우리 집 저녁메뉴는

무조건 비빔밥이었다. 선택권이 없었다.

선풍기 머리만 한 양푼에 밥과 나물 반반씩, 고추장 넣고 밥주걱으로 쓱쓱 비벼 주시면

삼 남매가 숟가락 싸움하며 배를 채우곤 했다.

다른 형제들은 안 그러는데, 난 세월이 흘렀음에도

'풀'이 있어야 밥이 넘어간다.

건나물, 생나물 가리지 않고 냉장고에 하나 정도는 있어야 안심이 되는 밥반찬. 오늘도 하나 볶아본다.



이건 마트 갔다가 파릇파릇 맛있어 보여 사온 취나물.

2 봉지 사서 풀어봤더니 바구니 가득이다.



 취나물이 다듬을 것 없이 상태가 좋아서

깨끗하게 씻어 데쳤다.

펄펄 끓는 물에 나물 넣고 10~15초 정도

뒤적이다가 바로 빼서 찬물에 헹군다.


취나물이 연하면 무쳐서 먹는데

이번 것은 억센 편이라 볶기로 했다.

 

데친 나물에 있는 물기를 지나칠 정도로 제거하면 질겨지니 적당히 촉촉할 정도로만 짜서 먹기 좋게 썰어준다. 이렇게 해서 나온 나물이 세 주먹 정도 된다.

밑간부터 하면 멸치액젓 2수저, 매실액 반수저 넣고

조물조물 무쳐 놓는다.


식용유와 들기름을 반반씩 넣은 팬에

다진 마늘 한수저 넣고 볶다가


밑간 한 나물 넣고 중불에서

3분 정도 볶는다. 나물에 열기가 골고루 가도록

주걱으로 지그재그를 그리면서.

맛보기 하고 싱거우면 소금으로 간하고


깨소금 넣고 마무리.


나물 잘 먹는 식습관을 길러주신 할머니 덕분에

지금껏 살면서 변비로 고생한 적이 없다.

나물을 먹으면 속도 편안해서 좋고.

추억을 떠올리며  양푼에 나물이랑 밥이랑

넣고 푸짐하게 비벼 먹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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