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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띵글이 Aug 07. 2023

달달 볶아보세요! 우엉채볶음

양념장을 두 번 나눠 넣는 것이 포인트

난 왼손잡이라 칼질이 무척 서툴렀었다. 요리세계에 입문해 다양한 식재료를 써는 과정에서 으윽. 애호박 하나 듬성 썰다가 손가락을 너무 심하게 베여 병원에 달려간 적도 있었다.

칼질 때문에 자주 못했던 반찬이 바로 우엉볶음이었다. 솔직히 단단하고 길쭉한 거 잘못 썰었다가 큰일 날 것 같아 무서웠다.

신나게 밥 해 먹으며 5년 정도 흘러서야 채 써는 맛을 느끼게 됐다. 내 칼질 솜씨가 조금씩 늘고 있다는 걸 눈으로 확인하며 뿌듯함을 느끼게 해 준 우엉. 오늘은 의미 은 식재료로 반찬 하나 만들어봐야겠다.



마트에서 봉지에 담아 파는 우엉 한 묶음 사서 감자칼로 껍질을 벗겼다. 난 우엉 특유의 향을 정말 좋아한다. 밥에도 넣어 먹고, 건조기에 말려 차로도 마시곤 하는데 그중에서도 볶음이 최고다. 냉장고에 우엉채볶음 떨어지는 날이 없을 정도로 자주 해 먹는다.



껍질을 벗긴 우엉을 조심조심 채 썰었더니 크게 잡아서 3줌 정도 나왔다. 우엉은 썰자마자 색이 변한다. 갈변현상을 막고 특유의 아린맛을 줄여주기 위해 식초를 탄 물에 담가두는 방법을 찾아볼 수 있다. 근데  식초물에 담근 것과 그렇지 않은 것의 차이를 못 느껴 채 썬 우엉을 사진처럼 그냥 맹물에 씻어 바로 조리하고 있다.


우엉채볶음의 양념장은 진간장 5수저, 맛술 3수저, 생수 3수저, 흑설탕 또는 흰설탕 듬뿍 1수저 그리고 다진 마늘 조금.



반찬 만들기 시작! 식용유를 넉넉히 두른 팬에 우엉채를 넣고 달달달 볶아준다.


예전에 우엉반찬을 하면 양념장을 한꺼번에 붓고 나서 갈색빛이 나도록  졸였다. 문제는 시간이 오래 걸린다는 것. 그래서 볶아봤는데 시간도 단축되고 빛깔과 식감이 졸이는 것보다 나아 조리방법을 바꿔 반찬을 만들어 먹는 중이다.


우리 집 우엉채볶음은 양념장을 두 번 나눠서 넣는다. 우선 기름에 달달달 볶은 우엉채에 양념장을 반 정도 넣는다. 이때 한꺼번에 넣지 말고 한 수저 한 수저 조금씩 넣어 볶아가며 양념 골고루 배이게 해 준다. 이렇게 중간불에서 3~4분 정도 볶다가 


남은 양념장을 붓고 불 세기를 약간 높여서


갈색빛이 나도록 볶아준다. 바닥에 양념장이 남지 않을 정도로 볶아지면


쌀엿 또는 올리고당을  한 수저 반 넣고 볶는다.

음식에 윤기를 주는 양념은 조리가 마무리되는 단계에 넣어야 타지 않고 반짝반짝한 빛깔을 낼 수 있다.


불을 끄고 나서 참기름 약간, 깨소금 듬뿍 뿌려 마무리.


아삭아삭 씹는 맛이 좋은 우엉채볶음은 한번 만들어놓으면 일주일 정도는 먹을 수 있어 반찬 걱정을 줄여준다. 마른김에 저거 하나만 넣어 김밥을 만들어 먹어도 맛있고. 끓인 누룽지에도 너무나도 잘 어울리는 일등반찬이다. 



채 써는 솜씨가 서툴렀던 시절에 우엉을 어슷어슷 얇게 썰어서 겨우 볶아먹곤 했다. 간장에 조려 놓은 반찬을 보면서 "이건 우엉인가? 감초인가?" 하면서 웃었던 기억이 난다. 어슷 썰어 간장물을 입힌 우엉의 모양과 빛깔이 꼭 감초 같아서 그랬다.

지금도 우엉에 칼을 대면 이쑤시개처럼 얇고 균일한 모양이 나게 썰고 싶어 도전 삼매경에 빠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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